항공사진으로 찾아낸 풍납토성 왕의 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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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진으로 찾아낸 풍납토성 왕의 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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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1.03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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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별 사진 겹쳐 농경지·묘역·수운 교역로 등 위치 추정

 

서울시의 풍납토성 유적 발굴을 뒷받침할 '고지형(古地形) 분석' 연구가 성과를 거둬 실제 발굴작업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시는 2020년 풍납토성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후 지형도와 항공사진 판독으로 옛 유적의 위치와 분포, 잔존 가능성을 예측하고 기초데이터를 제공하는 고지형 분석 결과를 활용하기로 했다.

3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홍종 고려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의 '한성백제기 도성권의 지형경관 연구'는 특수프로그램으로 시대별 항공사진 여러 장을 분석, 풍납토성 내 왕의 처소와 묘역 등 유적 위치를 추정했다. 이 연구결과는 실제 발굴작업을 할 때 '헛수고'를 덜어줄 것으로 보인다.

풍납토성은 개간·홍수에 따른 지형 변화가 많은 전형적인 충적지로, 육안으로는 유적의 분포범위를 확인하기 어려운 편이라 이처럼 항공사진을 활용한 고지형 분석이 발굴에 유용하다고 서울시가 설명했다.

올해 풍납토성 발굴의 기초가 될 이 교수의 연구는 1966년, 1974년, 1981년 이후의 항공사진을 활용해 일대 지형을 분석한 것이다.

분석 결과 풍납토성은 수차례 한강의 범람과 퇴적 탓에 자연제방이 생기면서 입지했고, 주변 석촌동 고분 일대는 대규모 침식 단구가 확인돼 구석기 이후 전 시기에 걸친 유적의 존재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 1966년 항공사진을 토대로 분석한 풍납토성 일대 /서울시

풍납토성 북쪽 성벽의 잔존상태는 매우 양호하며, 외곽의 해자는 자연적인 것이 아닌 대규모 토목공사로 설치된 것으로 추정됐다.

북쪽 성벽 중앙에는 돌출된 성문 1곳이 관찰되며, 동쪽 성벽 3곳에서도 성문으로 추정되는 흔적이 발견됐다. 서쪽 성문의 존재 여부는 성벽 유실로 전혀 알 수 없지만, 한강과 접한 지형이라 존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또 풍납토성 내부는 크게 3개의 단으로 이뤄졌는데, 1단 서쪽부터 보면 동쪽보다 자연제방이 낮아 토목공사 때 평탄화 작업이 이뤄졌을 것으로 보이며, 이런 정황을 볼 때 왕의 처소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이 교수는 밝혔다.

실제로 지금까지 발굴된 유적 자료를 보면 경당이 이곳에 있어 이를 반증한다. 2단은 낮은 계층의 처소 또는 부수 시설물 공간으로 추정되고, 3단은 서쪽에 집수장과 배수시설, 동쪽으로는 성 밖의 해자로 연결한 배수의 흔적이 관찰됐다.

이 교수는 또 풍납토성권 지형을 촌락과 고분으로 사용된 산지, 선사시대 이래 생활유적과 분묘가 있던 침식단구, 물류 시설이 있었을 충적단구, 마을시설과 농경지가 분포한 자연제방, 수전농경지로 활용된 구하도와 배후습지로 구분했다.

육상 교통로는 산지의 경우 곡부를 따라, 충적지에선 자연제방을 따라 이뤄졌을 것으로 보이며 풍납토성에서 출토되는 백제의 원거리 교역품을 보면 수운을 통한 근거리 왕래는 일상적으로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 교수는 "이번 지형분석에서 새롭게 발견된 사실은 석촌동이 침식단구로 한성백제 전부터도 오랜 기간에 걸친 유적이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강희은 서울시 역사문화재과장은 "이 교수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올해부터 실제 발굴에 들어가고, 인근 삼성동 토성에 대한 고지형 분석도 병행해 한성백제기 유적심층연구를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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