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환율] 환시는 아직 '트럼프의 시간'...원 강세 속도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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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환율] 환시는 아직 '트럼프의 시간'...원 강세 속도조절
  • 정세진 기자
  • 승인 2020.11.08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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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개표 후 이틀새 달러원 환율 17.3원(1.52%) 급락
김용범 기재부 차관 "외환시장에 적극 대응할 것"
대선 불복으로 재정부양책에 대한 논의 뒤로 밀려
"지난주 시장은 긍정적 뉴스만을 반영...다음주에는 환율 속도조절 될 것"
미국, 유럽 코로나 확산으로 더블딥 가능성도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결과 승복을 미룰수록 금융시장의 불안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결과 승복을 미룰수록 금융시장의 불안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 후보가 사실상 승리했다. 당선 연설까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패배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강조한다. 전문가들은 대선 불복으로 치닫는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행보가 미국 재정부양책 논의를 뒤로 미뤄 시장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는 사이 미국과 유럽에서는 연일 코로나19 확진자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미국의 재정부양책 합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글로벌 더블딥(경기 침체 후 짧은 기간 경기가 회복되다가 다시 불황에 빠지는 현상) 우려도 제기된다.

대선 개표 후 이틀새 달러원 환율 17.3원 하락

미국 대선 개표가 진행된 후 지난 5일과 6일 이틀간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17.3원(1.52%) 내렸다. 바이든 후보 당선이 유력해졌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이다. 

지난 6일 마감된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일 대비 7.8원(0.69%) 내린 1120.40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지난해 2월 27일 1119.1원에 마감한 후 1년 9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5일에는 전날 대비 9.5원(0.83%) 떨어진 1128.2원에 마감했다. 

지난주 달러원 환율 변화추이. 자료제공=스탠다드차타트은행
지난주 달러원 환율 변화추이. 자료제공=스탠다드차타트은행

이날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변동성 확대 시 이미 마련된 시장안정조치를 적시에 시행하는 등 금융·외환시장 안정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환율 변동폭 확대에 따른 당국의 구두개입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5일과 6일에는 바이든 후보 승리 우세에 따라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확대되면서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순매수로 돌아섰다.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지난 5일과 6일 각각 1조 1321억원, 6일에는 7907억원 순매수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 6일 기술주를 중심으로 뉴욕증시가 상승하면서 완화된 시장 불안심리가 국내 증권시장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달러 약세까지 더해져 외국인 수급이 우호적인 상황에서 외국인이 매수량을 늘리면 원화 강세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주목해봐야 할 부분중 하나다”고 말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사고 있는 상황에서 당국이 구두 개입 이상으로 개입하기는 어렵다”며 “역외세력이 원화 강세에만 베팅하고 있는게 아니라 실제 자본이 들어온 상황에서는 우리 정부도 외환시장 개입에 대한 명분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주 추가적인 환율 하락이 이어져도 김 차관의 발언한 당국의 대응 방안에 달러 매수 등의 적극적 개입은 힘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백 연구원은 “특히 달러가 하락하는 상황에서의 개입은 미국 정부가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덧붙였다. 

대선 종결까지 멈춰버리는 재정부양책 논의

전문가들은 미국 대선 이후 외환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이벤트로 미국의 경기 부양책을 지목한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후보가 승기를 잡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의 결과를 바꿀 순 없어도 소송 등을 통해 시간을 끌면, 재정부양책에 대한 논의도 뒤로 밀릴 수 있다고 말한다. 부양책 규모도 조정될 수 있고 효과도 늦게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서 불안심리를 조성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우려를 반영해 NH투자증권은 이번 주 달러원 환율 예상 밴드를  1123~1140원으로 제시했다. NH투자증권은 “10월부터 바이든 후보 당선 기대를 반영해온 만큼 단기적으로 대선결과가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다소 제한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미 선거 투표및 개표 전부터 바이든 당선 가능성이 환율에 반영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지난 주 환율 급락을 볼 때 개표 이후 대선 불복 등 부정적인 뉴스는 환율에 반영되지 않은 점을 들어, 이번 주에는 달러원 환율이 조정기간을 가질 것이란 분석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련 이슈를 계속 제기하면서 지난주 환율 하락분을 되돌릴 수도 있다”며 “지난 주에 시장에서는 현재 긍정적인 뉴스만을 반영하고 있어서 이번 주에는 부정적인 뉴스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져 (달러원 환율이) 1120원 내외에서 속도조절을 할 수 있어 보인다”고 예측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달러가 급하게 내려와서 기술적으로 부담이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는 재정부양책에 대한 합의가 어려울 수 있고, 합의 이후에 승인이 안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달러약세(원화 강세)가 속도조절에 들어갈 가능성을 예상하는 언급들이다.  

코로나 확산세 심상치 않아… 글로벌 더블딥 우려도 

한편 시장의 관심이 미국 대선에 쏠려 있는 사이 미국과 유럽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 글로벌 경제가 더블딥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더블딥(double dip recession)은 경제가 불황으로부터 벗어나 짧은 기간 성장을 기록한 후 다시 불황에 빠지는 현상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은 지난 5일(현지시간) 하루 미국에서 신규 코로나19 확진자가 사상 최고치인 12만1888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종전 최고치였던 전날보다도 약 2만명 더 많은 수치다. 미국에선 이틀 연속으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10만명을 넘어섰다. 이날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수는 963만명을 돌파했다. 7일에는 신규 확진자가 13만2540명을 기록해 누적 확진자는 1005만8586명을 기록했다. 누적사망자도 24만명을 넘어섰다.

지난달 이미 봉쇄조치를 시작한 유럽 주요국가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 있다. 지난 5일 프랑스(6만명)와 이탈리아(3만7000명)는 사상 최고치를 다시 넘어섰고 유럽에서 가장 방역을 잘하고 있다고 평가 받는 독일 역시 지난 6일(현지시간) 신규 확진자 2만1506명이 발생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유럽 코로나 확산 때문에 추가적인 원화 강세는 어려워 보인다”며 “바이든이 승기를 잡아도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과 더불어 코로나 확산세가 환율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미국이 이틀 연속 코로나 확진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유럽도 10월 이후에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한 상황에서 시장은 글로벌 경제에 더블딥 우려를 소환할 수밖에 없다”며 “이것이 시장에 영향을 주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백 연구원은 “트럼프가 대선에 불복하면 대선 이후에 재정규모나 부양책에 대한 이야기는 한 참 뒤로 밀리고 그동안 유럽과 미국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계속 증가할 수 있다”며 “이 상황에서 시장의 불안 심리가 달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승지 연구원은 더블딥과 관련한 선진국 자본에 주목했다. 전 연구원은 “풍부한 유동성이 현재 상황에서 현재 선진국 주식과 채권에 이어 신흥국 채권에까지 자금이 흘러 들어간 상황”이라며 “신흥국 주식 시장에까지 자본이 들어올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데 이번 타이밍인지는 지켜봐야한다”고 설명했다. 

전 연구원은 “경제, 정치적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시장이 바이든 당선에 어떻게 반응할지 고민 중인 것으로 보인다”며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돼 신흥국 주식시장에까지 돈이 들어갈 것인지 지켜봐야한다”고 조언했다. 한국과 같은 신흥국 주식시장에 자금이 들어오면 원화 강세를 지지하는 요인이 된다. 

이번 주 일정 

9일에는 OECD가 9월 경기선행지수(CLI)를 발표한다. 경기선행지수는 기업 경기 전망, 주가, 자본재 재고, 재고순환, 장단기 금리 차, 교역조건 등 6개 지표를 바탕으로 산출하며 6∼9개월 뒤 경기를 예측하는 데 쓰인다. 시장에서는 완만한 개선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10일에는 유로존의 11월 ZEW 경기전망지수(Economic Sentiment Index)가 발표된다. ZEW경제전망지수는 독일 민간 경제연구소인 유럽경제연구소(ZEW: Zentrum fuer Europaeische Wirtschaftsforschung)가 향후 6개월 간 유럽 주요국의 경제전망을 반영해 발표하는 지표다. 경기 전망이 낙관적일 때는 0 이상의 수치가, 비관적일 때는 0이하의 수치가 나온다. 전월 수치는 52.3이었다. NH투자증권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소폭 둔화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10일~15일에는 중국 인민은행이 시중 유동성의 흐름을 보여주는 광의통화(M2) 등 금융 통계 수치를 발표한다. 전달 전년 대비 10.9%상승한 데 이어, 시장에서는 이달에도 전년 동기 대비 10.9% 상승해 유동성 확장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12일에는 미국 노동부가 10월 소비자물가지수를 발표한다. 전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다. 시장에서는 전년 동기 대비 1.3% 상승할 것으로 예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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