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D-1 트럼프 '승리 낚아채기' 불가능한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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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 D-1 트럼프 '승리 낚아채기' 불가능한 일 아니다?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11.02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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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시오스 "트럼프, 선거 당일 조기 승리 선언 가능성 언급"
바이든 "이번 선거 도둑맞지 않겠다" 별러
2000년 연방대법원 부시 前대통령 손 들어줘...재연될 수도
각종 소송으로 이어진다면 트럼프에 유리해질 듯
미국의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가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당일 검표에서 앞서나갈 경우 조기 승리 선언을 할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미국의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가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당일 검표에서 앞서나갈 경우 조기 승리 선언을 할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선과 관련한 각종 불확실성은 여전히 걷히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여전히 앞서고 있지만, 일부 경합주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위를 보이거나, 바이든 후보가 앞서더라도 격차가 오차범위 이내인 곳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우편투표 등 사전투표 비율이 예년에 비해 크게 높아진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우편투표는 사기'라는 주장을 펼치는 등 줄곧 결과에 불복할 것임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고 있어 불확실성은 더욱 짙어지는 분위기다. 

악시오스 "트럼프, 대선 당일 승리 조기선언할 듯"...트럼프는 부인

미국의 온라인 매체인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측근에게 자신이 선거에서 앞선 것처럼 보인다면 대선 당일 승리를 조기선언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들과 각종 계획을 논의해왔지만, 선거 당일 자신의 승리를 조기 선언하는 계획을 명시적으로 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은 이렇다. 

만일 선거 당일 개표 상황에서 텍사스와 플로리다, 조지아, 오하이오, 아이오와, 애리조나 등 핵심 경합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나갈 경우 미리 '승리'를 선언한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선거 당일 투표와, 사전 현장 투표, 우편투표 등 3가지 방식으로 선거를 진행하고 있다. 미 언론에 따르면, 올해 우편투표는 2016년보다 10배 이상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우편투표를 집계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됨을 의미한다. 현재 민주당 지지자들은 선거 당일 투표보다 우편투표를 더 선호하고, 반대로 공화당 지지자들은 당일 현장투표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 당일 핵심 경합주의 검표 결과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나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면, 우편투표 결과를 집계하기 이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조기 승리를 선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후 우편투표 집계가 완료되면서 바이든 후보의 표가 더 많은 것으로 확인된다 하더라도, 선거일 이후 개표된 우편투표는 허위라는 주장을 펼치면서 이를 무효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악시오스의 해당 보도에 대해서는 거짓말이라고 일축하면서도 각종 소송 제기 가능성을 언급했다. 

더힐은 트럼프 대통령이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악시오스 보도를 부인하면서도 "선거가 끝난 후 투표 용지를 모을 수 있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라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버니 샌더스 민주당 상원의원은 악시오스를 통해 "트럼프와 그의 선거 캠프가 모든 표가 집계되기 이전에 승리를 선언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며 "그것은 수개월동안 그의 전략이었고, 누구도 속아서는 안된다"고 언급했다.

우편투표 둘러싸고 각종 소송 이어질 듯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전략'이 가능한 것은 유효한 우편투표에 대한 통일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펜실베이니아의 경우 대선 후 사흘 안에, 즉 11월6일까지 도착한 우편투표는 유효하다고 인정하고 있는 반면, 플로리다와 미시간, 애리조나, 위스콘신 등의 경우 대선일인 3일까지 도착한 우편투표만 인정하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의 경우 12일까지 도착한 우편 투표까지 모두 인정한다. 미네소타는 당초 10일까지 도착한 우편투표를 유효하다고 인정할 계획이었으나, 주 법원은 선거일인 3일까지 도착한 우편투표만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예년보다 10배 이상 많은 우편투표가 예상되고 있지만, 각 주별로 마감 시한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만일 초기 집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나갈 경우 우편투표를 두고 각종 소송을 제기해 우편투표 집계를 중단시키거나 지연시킬 가능성을 높여주는 부분이다. 

선거인단 제도의 맹점 다시 드러나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미국의 독특한 선거제도에 있다. 미국은 국민들이 직접 대통령을 뽑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간접선거제도를 택하고 있다. 유권자들이 표를 행사하지만, 이는 엄밀히 말해 선거인단을 뽑는 투표다.

선거인단은 각 주의 인구비례에 따라 결정된다. 미국 50개주 선거인단 수는 총 538명으로, 과반수인 270명을 넘으면 승리하게 된다. 주목할 점은 한 표라도 더 많이 얻은 후보는 그 주에 할당된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가는 승자독식(winner takes all) 구조라는 점이다.

핵심 경합주가 미 대선에서 중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경합주, 이른바 스윙스테이트는(Swing State) 어느 쪽 후보가 많은 표를 얻을지 예상하기 어렵지만, 여기서 한 표라도 더 얻으면 선거인단을 모두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선거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2016년 선거 당시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후보가 전체 득표 수가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할 수 있었던 점도 경합주의 선거인단을 모두 싹쓸이했기 때문이다. 

선거인단이 결정되면 내년 1월6일 다시 투표를 하게 된다. 선거인단은 당에 충성심이 높은 이들 위주로 선정되고, 대부분 약속한 대통령 후보에게 투표하기 때문에 선거인단의 과반수, 즉 270명 이상을 확보할 경우 승리가 확실시된다. 

트럼프가 소송으로 개표 지연시키면

이번 선거에서는 1887년 제정된 '선거인계수법'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대선일 이후 41일 이내, 즉 12월14일까지 선거인 명단을 미 의회에 보내도록 규정하고 있는 법이다. 기한까지 선거인 명단을 확보하지 못했다면, 그 시점까지 개표 상황에서 최다 득표한 후보가 할당된 선거인을 가져가게 된다.

지금까지는 이 법이 적용될 일이 거의 없었지만, 코로나19로 우편투표 비중이 크게 늘어난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우편투표 개표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9월 "만일 우편투표 개표가 늦어지거나, 트럼프 대통령이 각종 소송을 걸어 의도적으로 우편투표 집계를 중단 혹은 지연시킬 경우 선거인계수법에 따라 개표 초반 상황으로 득표 결과가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훨씬 유리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WP에 따르면, 12월14일까지 개표가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주의회와 주지사가 서로 다른 명단을 보내게 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위스콘신주와 미시건주의 경우 주의회는 공화당, 주지사는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다. 만일 주의회는 공화당 선거인 명단을 의회로 보내고 주지사는 민주당 선거인 명단을 보낸다면, 미 의회는 어느 쪽을 인정할지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

이 때 두 개의 선거인 명부가 모두 무효화될 경우 어느 후보도 27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지 못하게 된다. 유효 득표수를 얻은 후보가 없다면 헌법에 따라 연방하원이 대통령을 선출하게 된다. '비상선거상황' 조항에 따라 전국 50개주에서 1명씩 총 50명의 하원 대표들이 한 표를 행사하게 되는데, 현재 26개주는 공화당, 23개주는 민주당의 연방하원 의석이 더 많다.

최악의 상황까지 가 헌법으로 규정된 하원 의석수에 따르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은 유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의 시나리오대로, 선거 당일 초기 집계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득표가 앞선 것으로 나타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분명히 유리한 상황으로 끌고 갈 수 있는 것이다. 

디애틀랜틱은 민주당 전략가들이 "선거 당일에 우리가 승리하지 못한다면, 그들(트럼프 대통령 측)은 선거 결과와 싸울 것이고, 그들이 승리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2000년 대선 당시 연방대법원이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던 사례가 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왼쪽)과 앨 고어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오른쪽). 사진=연합뉴스
민주당 지지자들은 2000년 대선 당시 연방대법원이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던 사례가 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왼쪽)과 앨 고어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오른쪽). 사진=연합뉴스

민주당, 2000년 대선 반복될까 우려

바이든 캠프와 민주당 지지자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은 과거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 대선 당시 민주당 앨 고어 후보는 공화당의 조지W 부시 후보를 54만표 앞섰으나 선거인단 수에서 266대 271로 패했다.

이 때 선거인단 25명을 보유한 플로리다의 집계 결과가 선거의 당락을 좌우했는데, 플로리다에서 고어 후보는 단 537표로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두 후보의 표 차가 총 투표자의 0.5% 미만일 경우 재검토해야 한다는 플로리다의 헌법에 따라 재검표에 나섰으나, 재검표 과정에서 일부 오류가 확인돼 고어 후보 측은 수검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플로리다 헌법상 재검표 완료일은 7일 이내로 제한됐다는 것.

이에 고어 후보 측은 수검표 기한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공화당 소속이었던 플로리다 주 법무장관이 이를 거부하면서 치열한 법적 공방으로 이어졌다.

이 문제는 결국 연방대법원까지 올라가게 됐는데, 연방대법원에서 5대4로 부시 후보의 손을 들어주면서 수검표는 그대로 중단했다. 결국 부시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모든 것이 마무리됐다. 

미국의 비영리 언론사인 프로퍼블리카는 "부시 전 대통령과 앨 고어 후보의 선거는 사실상 대법원이 결정한 선거였다"며 "20년 후인 지금 이 사건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고 언급했다. 

당시 상황처럼 각종 소송 끝에 결국 연방대법원이 선거를 결정하게 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유리한 상황으로 흘러가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번 대선은 대법원 판결까지 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까지 더해지면서 현재 연방대법관은 보수 성향 6명, 진보 성향 3명으로 구성돼있다. 이 중 새뮤얼 알리토, 닐 고서치, 브랫 캐버노, 클래런스 토머스 등 보수 성향의 연방대법관들은 최근 우편투표 개표 연장 거부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보스턴글로브는 "미국은 역사상 가장 격렬한 소송전에 휘말릴 수 있다"며 "연방대법원이 2000년 대선 당시 조지W 부시 전 대통령에게 승리를 선언했던 레시피를 다시 사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로퍼블리카는 "지금까지는 대선에서 연방대법원의 역할이 크게 주목받지 않았지만, 올해 대선에서는 투표 서명 검토방법부터 우편투표, 투표 마감일까지 연방대법원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합주 접전 지속..높아지는 민주당의 우려

물론 바이든 후보가 선거 당일 경합주 개표에서 크게 앞선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가정한 이같은 시나리오가 아예 실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바이든 후보 역시 악시오스의 보도 이후 "이번 선거는 도둑맞지 않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은 경합주 내 접전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일간지 디모인 레지스터와 여론조사기관 셀저스가 지난달 26~29일 아이오와주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대통령은 48%의 지지를 얻어 바이든 후보(41%)를 7%포인트차로 따돌렸다. 

CNN은 "셀저스의 여론조사가 맞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 예상보다 훨씬 더 나은 위치에 있을 수 있다"며 "많은 예측과는 달리 대선 레이스가 훨씬 팽팽한 접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셀저스는 지난 2016년 대선 당시에도 아이오와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힐러리 후보를 7%포인트 앞설 것으로 예상한 곳이다. 실제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아이오와주에서 클린턴 후보를 9%포인트 앞서 승리한 바 있다. 

미국 ABC 방송과 워싱턴포스트가 지난달 29일 플로리다주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대통령(50%)은 바이든 후보(48%)를 2%포인트차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플로리다는 핵심 경합주 중 가장 많은 29명의 선거인단이 걸린 지역이다.  

크리스 코피니스 민주당 전략가는 "2016년 당시 유권자들은 여론조사 기관들에게 뒷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며 "현재 많은 기관들이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을 낮게 보고,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것은 2016년에도 똑같이 들었던 이야기들"이라고 말했다. 

WP는 "많은 민주당원들이 우려하는 것은 트럼프 선거캠프와 공화당이 늦게 도착한 투표 용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더 나아가 모든 것이 정리될 때까지 우편투표 개표를 중단하도록 법원에 요청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조기 승리선언보다 중요한 것은 연방대법원이 우편투표 개표를 중단시킬 의향이 있을지 여부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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