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진원 칼럼] 우리도 선거로 검찰총장과 지방검사장 선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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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진원 칼럼] 우리도 선거로 검찰총장과 지방검사장 선출하자
  •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전임연구원·교수
  • 승인 2020.11.01 10:1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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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열속 국감, "모든 공직자, 국민의 통제 받아야" 인식 자리잡아
검찰개혁, ‘국민주권의 원리’에 대한 오해 있어
'국민주권의 원리' 강화하는 방향으로 보완해야
미국 주(州)검찰총장, 주민들이 투표로 선출...'주민배심원제'도 안정
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전임연구원·교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1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10월 26일 사실상 마무리됐다. 정책과 민생은 없고 정쟁만 남았다는 비판이 많다. 이번 국정감사 성적표가 그리 높지 않다는 점에서 씁쓸하다.

秋장관-尹총장이 놓치고 있는 것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주고받던 거친 말폭탄과 이전투구가 건설적인 대안도 없이 과도하게 생중계됨으로써 국민의 정치불신을 가중시켰다는 점에서 뒤끝이 개운치 않다.

참여연대는 지난달 28일 검찰의 민주적 통제 방안을 모색하는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 이날 좌담회에는 평소 검찰 개혁에 대해 꾸준한 목소리를 내온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참석해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 양상에 대해 한 목소리로 우려를 나타냈다.

한상희 교수는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추 장관과 윤 총장, 두 사람의 싸움만 있었다”며 “검찰개혁의 본질보다 하급기관이니 내 지시를 무조건 따르라는 식의 이야기만 나왔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정부 들어 검찰개혁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개혁 이후 검찰의 모습에 대한 청사진은 제시된 적 없다”며 “방향성을 설정하고 그 안에서 검찰개혁과 독립성을 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상희 교수는 “수사지휘권은 일반적 지휘권이 아니라 검찰 독립성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예외적이고 최소 한도로 구현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수사가 감찰 대상이 될 수 있는지, 그 감찰을 어디서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내부적 협의나 의견수렴을 했는지 검토해 봐야 한다”며 “단순한 사건과 갈등으로 총장 개인을 공격하기 위해 즉흥적으로 내린 감찰 지시라면 법치주의 실현에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국정감사의 핫 이슈는 단연코 “검찰총장은 법무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는 윤석열 총장의 말과 그 말이 남긴 후폭풍이다. 윤 총장의 발언은 두 가지 사안에 대한 반발로 보인다. 일전에 추미애 법무장관의 검찰 인사안에 윤 총장이 반발하자 “내 명을 거역했다”고 한 것에 대한 반발이다. 그리고 라임 사건과 가족 관련 수사에 검찰총장을 배제하는 추미애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에 대한 반발이다.

윤 총장 발언의 후폭풍은 매우 컸다. 윤 총장은 ‘준사법기관’ 검찰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행정부의 개입으로 해석한 반면, 추 장관과 여권은 이 발언을 검찰이 선출된 권력의 민주적 통제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거역’이라는 말은 왕조시대의 언어로써 민주국가에선 설령 최고 권력자라 하더라도 선거를 통해 자주 교체될 수밖에 없고 권력은 국민의 뜻에 따라 제한되기에 애초부터 적절하지 않은 발언이었다.

공직자는 국민이 아닌 어느 누구의 부하가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사람에게 충성을 강요하는 행위는 왕의 발을 척도로 삼는 왕조시대로의 시대착오적 회귀일 뿐이다. “내 명을 거역했다”는 말로 민주적 통제의 원칙을 훼손해서는 안 될 것이다. 1호 공무원인 대통령을 비롯한 공직자들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 것이기에 이 명의 출처는 당연히 국민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공직자의 주인은 국민이고, 모든 공직자는 국민의 부하일 수밖에 없다. 오직 국민만이 절대적 명령권자임에 틀림이 없다. 그것을 잊고 경거망동한다면 ‘국민의 명’을 거역하는 것이다.

공직자와 권력기관, 국민의 통제 받는건 당연

이번 국감에서 불행 중 다행으로 한 가지 건진 것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국가의 모든 공직자들과 권력기관은 국민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국민주권의 원리’를 다시한번 분명히 세운 점이다. “검찰총장은 법무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는 말의 진위논쟁 속에서 살아난 ‘국민주권의 원리’를 되새기면서 검찰개혁의 방향에 적용하여 당면한 공수처와 검찰조직의 분리방안에 대한 보완사항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중앙집권화된 행정부 내의 공수처와 검찰기구의 분리에 따라 증대되는 관료들의 증가와 행정부 권력의 증대를 ‘중앙집권의 원리’가 아닌 ‘국민주권의 원리’로 어떻게 견제하고 균형을 찾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것은 검찰권력을 견제하기 위한 도구로 탄생한 공수처가 중앙집권적인 행정부 내에 설치된다는 점에서 또다시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의 권력을 강화시켜 ‘국민주권의 원리’와 배치되는 ‘중앙집권의 원칙’이 작동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에서 나온 문제의식이다. 이것은 선출된 대통령 권력이 ‘제왕적 대통령’으로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어떻게 국민주권의 원리에 따른 민주적 통제로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인가와 관련된다.

그동안 단순하게 행정부 내 검찰과 공수처의 분리를 ‘중앙집권의 원리’가 아닌 ‘국민주권의 원리’라고 오해했던 게 사실이다.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는 일찍이 ‘중앙집권의 원리’와 ‘국민주권의 원리’를 구분했던 <미국의 민주주의>와 <프랑스혁명과 앙시앙레짐>의 저자인 프랑스 정치학자 토크빌의 말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토크빌은 아래로부터 실질적인 주민자치의 권력이 보장되는 미국의 타운미팅에 근거한 삼권분립의 연방정부처럼, 중앙집권적인 권력을 가로(입법/양원제, 사법, 행정), 세로(연방, 주, 카운티, 타운미팅)로 잘게 쪼갠 상태에서 자유로운 주민의 참여와 견제가 가능할 때, 그것만을 진정한 ‘국민주권의 원리’라고 봤다.

그리고 프랑스의 자코뱅당이 혁명을 주도하기 위해 만든 ‘공안위원회’의 설치는 미국의 타운미팅과 연방주의 및 삼권분립과 달랐었기에 ‘국민주권의 원리’가 아니라 ‘중앙집권의 원리’라고 봤다. 특히, 토크빌은 자코뱅당이 주도했던 프랑스 혁명은 ‘공화주의 원리’와 ‘중앙집권의 원리’가 이중적으로 섞여 있어 중앙집권권력이 지방기관과 주민에게 실질적으로 이양되지 않았기에 공화정이 아니라 ‘과두정체제’라고 평가했다. 그래서 그는 프랑스는 미국과 달리 공화정 혁명에도 불구하고 중앙집권체제라는 앙시앙 레짐(구체제)은 극복되지 않았다고 보았다.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 연합뉴스

토크빌이 주목한 '주민배심원제'

토크빌은 프랑스 정부의 중앙집권화는 ‘다수결의 전횡’과 같은 지배방식으로 ‘민주적 독재’를 발생시키기에, 이를 방지하고 주민들의 실질적인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같은 주민자치에 기초한 삼권분립의 연방제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기대했다. 토크빌은 미국에서 ‘타운권력의 자치’와 ‘수많은 시민결사체’와 ‘시민배심제’가 다수결의 전횡과 민주적 전제를 막고 있다는 것을 부러워했다.

토크빌은 실질적인 국민주권의 원리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중앙집권화에 대항해 주민들이 마을 자치를 실행하는 것, 국가의 일방적 지배에 맞서 시민들이 정치적·사회적 결사를 행하는 것, 사법 독재를 막는 장치로 일반 시민들이 재판에 참여하는 주민배심원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 같은 토크빌의 시각에서 볼 때, 한국에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중앙집권화된 행정부 내 공수처와 검찰기구의 분리는 관료기구의 양적 증가와 두 기관의 이전투구의 증가라는 점에서 ‘국민주권의 원리’보다는 ‘중앙집권의 원리’에 더 가깝다는 인상을 준다.

중앙집권적인 권력을 가로(입법/양원제, 사법, 행정), 세로(읍면동, 지자체, 연방)로 잘게 쪼개서 서로 견제와 균형을 통해 공공선을 추구하는 게 미국식 국민주권의 원리이다. 이런 관점에서 미국의 검찰은 가로, 세로로 사법부의 대배심제, 지방검사장의 직선제, 지방경찰청장의 직선제, 타운자치권 등으로 견제된다.

검찰개혁, '국민주권의 원리'로 보완해야

미국은 50개 주에서 주(州)검찰총장을 선거로 뽑는다. 정당 공천도 받는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은 ‘가장 정치적인 검찰이 가장 중립적인 검찰’이라는 철학을 믿고 있다. 국민이 선출한 검찰총장은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고, 4년 임기가 보장되며, 대통령이나 주지사 등 다른 권력자와 당당히 겨룰 수 있다. 이런 미국의 검찰권력에 대한 견제 시스템은 우리의 현재진행형과 다르다.

이 참에 정치권 모두는 국민주권의 원리에 기초한 검찰개혁을 포함한 국가개혁에 대한 큰 비전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가 진정한 민주공화국이 되기 위해서는 읍면동장의 직선제 부활과 시군구 사무의 읍면동 권한 이양이 추구될 필요가 있다. 4.19 이후 1960년 6월 15일 개정 헌법에 신설된 조항인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선임방법은 법률로써 정하되 적어도 시, 읍, 면의 장은 그 주민이 직접 이를 선거한다.”는 지방자치 제96조를 다시 부활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아울러 정치권은 공수처 출범과 더불어 검찰개혁에 대한 보완과제를 찾는 게 시급하다. 검찰개혁의 방향으로 국민에 의한 검찰권의 직접 통제방식 즉, 국민들이 배심원단을 구성하여 수사와 기소, 재판을 직접 행사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그 핵심은 “검찰중심의 대륙법적 사법체계”를 “시민배심제 중심의 보통법적 사법체계”로 바꾸는 일이다.

그리고 검찰권력을 국민이 직접 통제하기 위해서 임명직인 검찰총장 및 지방검사장을 지역주민들이 직접 선거를 통해 선출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 채진원 박사는 비교정치학 전공으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공화주의와 경쟁하는 적들」(2019), 「무엇이 우리 정치를 위협하는가」, 「노무현의 민주주의(공저)」,「정당정치의 변화, 왜 어디로(공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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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진원 2020-11-01 10:51:42
'선거로 검찰총장과 지방검사장 선출' 하자는 것은 국민의 편가르기를 부채질하는 행위다. 장단점을 잘 가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