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의 예술적인 法] 카카오, 웹소설 작가는 '프렌즈'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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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예술적인 法] 카카오, 웹소설 작가는 '프렌즈' 아닌가
  • 김민정 변호사(법무법인 휘명)
  • 승인 2020.10.30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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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페이지, 웹소설 작가에게 '갑질 계약 요구' 논란
원저작물은 물론 2차저작물에 대한 권리까지 가지려해
"명백한 불공정행위"...예술인들 열악한 환경 개선 노력해야
업계 주도하는 기업이 먼저 인식바꿔야...'작가와 상생' 나서길
김민정 변호사
김민정 변호사

[김민정 법무법인 휘명 변호사] 지난 12일 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페이지가 연내에 채팅형태의 웹소설 서비스인 ‘카톡 소설’을 출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런데 며칠 후, 이 사업은 유명 스타트업이 어렵게 성장시켜온 플랫폼 사업 모델의 ‘베끼기’라는 의혹이 제기되어 비판을 받고 있다.

동시에 카카오페이지가 신사업을 위해 영입한 작가들과 체결한 계약 역시 불공정한 내용의 소위 ‘갑질’계약이라는 논란이 제기되었다.

카카오페이지 '갑질 계약' 논란

계약을 체결한 작가들에 따르면, ‘기본 저작권은 물론 영화나 드라마 같은 2차적저작물에 대한 권리까지 모두 카카오가 갖고, 작가는 어떤 권리도 주장하지 못하도록 못 박아 놓았다’는 것이다.

계약서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상세한 계약 조건까지 알 수는 없지만, 작가들의 주장대로라면 결국 2차적저작물작성권을 포함하여 모든 저작재산권이 카카오페이지에 귀속된다는 것인데, 카카오페이지가 광범위한 권리 양도에 상응할 만한 대가의 지급을 약정하지 않는 이상(합당한 수익 분배를 약정했다면 작가들이 애당초 문제를 제기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는 분명 불공정한 계약 조건에 해당한다.
 
특히 원저작물을 다른 형태의 저작물로 가공하여 사용할 수 있는 권리인 ‘2차적저작물작성권’은 드라마, 영화 등 추후 저작물의 다양한 이용 및 수익 창출을 위한 작가들의 가장 중요한 권리인데, 이것마저 플랫폼 사업자에게 귀속시키는 것은 결국 작가들에 대한 막대한 권리 침해에 해당한다.

이미 문학계에 널리 알려져 있는 ‘구름빵’ 사건은 이러한 불공정한 계약으로 인해 발생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백희나 작가의 ‘구름빵’은 40만부 이상 판매되고, 2차 콘텐츠시장에서 4400억 원 상당의 매출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무명시절 출판사에 모든 저작권을 양도한 계약으로 인해 1850만원의 인세를 받은 것 외에 어떠한 권리도 행사할 수 없었다.

카카오페이지의 한 장면. 사진= 카카오페이지 캡쳐
카카오페이지의 한 장면. 사진= 카카오페이지 캡쳐

4천억 매출 올려줬는데, 작가에겐 인세 1850만원만?

이렇듯 불공정한 계약 뿐 아니라, 카카오페이지는 이전부터 과다한 플랫폼 수수료 징수로 비판을 받아왔다. 수익의 45%를 수수료로 떼 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남은 55%의 수익을 출판사(에이전시)와 웹소설 작가가 3 대 7에서 5 대 5사이의 비율로 분배하면, 결국 작가에게 돌아가는 몫은 전체 수익의 25~40% 정도에 불과하다.
 
또한 카카오스토리는 독자 유입을 유도하기 위해 '기다리면 무료' 서비스(일부 콘텐츠에 대해 사용자가 12시간이나 24시간에 한번씩 1회 차의 무료 콘텐츠를 볼 수 있게 해주는 것)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 프로모션을 통해 무료로 제공하는 회차분의 수익은 해당 작가에게 정산되지 않는다. 즉 프로모션을 위한 비용을 오롯이 작가가 부담하게 되는 것으로 이에 대해 작가들은 예전부터 문제를 제기해왔다.

위와 같은 작가들에 대한 부당한 계약조건과 처우는 ‘예술인 복지법’ 제6조의2에서 금지하고 있는 ‘불공정행위‘에 해당한다.

이 규정은 예술인들과 예술용역 계약을 맺는 문화예술기획업자등이 그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하여 예술인들에게 불공정한 계약조건을 강요하거나, 적정한 수익 배분을 거부, 제한하는 행위 등을 ’불공정행위‘로 규정하여 이를 금지하고 있으며(제1항), 이를 위반할 경우 문체부 장관이 계약조항의 삭제 또는 변경 등 시정조치를 명할 수 있고(제2항) 불공정한 계약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에 그 사실을 통보하도록(제3항) 하고 있다.
 
최근 웹소설 시장의 규모가 크게 성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일부 잘나가는 극소수의 웹소설 작가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작가들은 여전히 최저임금도 건지지 못하는 열악한 현실에 있다. 지난 1월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플랫폼 노동 종사자 인권 상황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웹소설 작가들은 하루 평균 9.8시간 일하고, 월수입은 약 180만원이라는 통계가 나왔다.
 
이렇듯 열악한 처우에 있는 작가들은 우선적으로 대형플랫폼의 불공정 계약 및 부당 처우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면서도 “대형 플랫폼에 진입하는 것조차 힘들다. 플랫폼을 통하지 않고는 작품을 알리기 힘든 입장에서 항상 ‘을’일 수밖에 없다”며 부당한 계약임에도 불구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카카오페이지가 작가 권리 존중해야

다른 여러 문화예술분야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불공정 관행의 개선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산업 종사자들의 인식 개선이며, 업계를 주도하는 기업이 이러한 변화에 앞장설수록 근본적인 업계의 분위기가 좀 더 빠르고 크게 바뀔 수 있다.
 
이렇듯 대형 플랫폼의 역할이 절실한 상황에서, 이제 그야말로 거대 기업의 반열에 올라선 카카오의 사업모델 베끼기와 작가들에 대한 불공정행위는 더욱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 예술인의 권익을 침해하는 문화예술 비지니스는 길게 존속할 수 없으며, 존재의 이유와 가치도 찾을 수 없다. 카카오페이지가 지금이라도 작가들의 권리를 존중하고 작가들과 상생하는 플랫폼으로서 웹소설 시장을 이끌며, 그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를 바란다.

● 김민정 변호사(법무법인 휘명)는 서울대 음악대 기악과(피아노 전공), 베를린 국립 예술대를 나왔다. 이후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법무법인 휘명에서 변호사로 재직중이며 한국저작권위원회 감정인, 한국엔터테인먼트법학회 정회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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