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LG화학 분사 반대' 영향은? "반대효과 미미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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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LG화학 분사 반대' 영향은? "반대효과 미미할 것"
  • 양소희 기자
  • 승인 2020.10.28 1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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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반대의견 불구하고 부결 가능성은 낮아
외국인 투자자들, 자문사 의견 따르는 게 일반적...'찬성' 가능성 높아
국민연금 반대, 스튜어드십코드vs '눈치 보기' 의견 분분
국민연금이 LG화학의 배터리 부문 분사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분사 자체에는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양소희 기자] 국민연금이 LG화학의 배터리 부문 분사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분사 자체에는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지난 27일 LG화학 분사 관련해 의결권 찬반 여부를 논의한 결과 반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반대 결정 이유에 대해서는 "분사 취지에 대해 공감은 하지만, 지분 가치 희석 가능성 등 국민연금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의 결정은 지난 2018년 주주권 행사 시 투명성과 독립성 제고를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데 기인한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연금이 미래 수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의 경우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는 '수탁자책임 원칙'의 일환이다.

이에 대해 LG화학은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관 ISS를 비롯해 한국기업지배연구원 등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대부분 찬성한 사안"이라며 "국민연금의 반대 의견에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ISS는 배터리 사업 확장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분야라는 점을 언급하며 "LG화학의 투자 확대가 국제신용등급에 부담이 되고 있기 때문에 신설 배터리 독립법인이 다양한 자금 조달 방안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물적 분할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민연금 반대의견 불구하고 부결 가능성은 '미미'

LG화학 분사와 관련한 논란으로 뜨거운 종목 토론방

분사 부결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듯 이날 LG화학의 주가는 소폭 오른 채 상승마감했다. 이날 LG화학 종가는 전거래일 대비 1.56% 오른 64만2000원이다. 종목토론실에서는 "국민연금의 판단이 옳다", "제대로 된 스튜어드십코드다", "개미들도 합세하다"라는 글들이 실시간으로 계속 올라왔다.

그동안 개인 투자자들은 LG화학의 배터리 분사에 대한 부정적인 의사를 지속적으로 표출해왔다. 이들은 "배터리 사업을 보고 LG화학에 투자했는데, 배터리 사업부가 분할되면 실설 법인의 주식을 보유할 수 없게 된다"며 "빅히트 상장하니 방탄소년단이 나간 격"과 같은 비유를 통해 크게 반발했다. '물적 분할을 취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LG화학은 이에 대해 "장기적으로 물적 분할을 앞둔 LG화학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수 차례 강조한 바 있다.

이렇듯 국민연금의 반대로 분사 불확실성이 떠오르고 있지만 이에 대한 관계자들의 반응은 시장 분위기와 다르다.

국민연금의 반대 발표 이후 '분사 부결 가능성이 높아진 것 아니냐'는 입장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그렇지 않다"는 답변을 내놨다. 관계자는 "LG화학의 주식 지분율을 살펴보면 외국인이 40%, (주)LG가 30%, 국민연금이 10%"라며 "현재 국민연금과 한두 곳을 제외하고는 분사에 동의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어 "지분 구조상 주주총회에서의 통과 자체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는 국민연금의 지분이 10% 수준으로 높지 않아 외국인 투자자가 대거 반대하지 않는 이상 분사가 부결될 가능성은 낮다는 점을 시사한다.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외국인에 대해서는 "대부분 자문회사의 의견에 따라가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며 "분사 가능성을 100%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대부분 자문회사와 마찬가지로 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또 국민연금이 반대 의사를 표하더라도 찬성으로 결론난 안건들이 이미 많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시장 관계자는 "아무리 못해도 출범 예정인 신설 법인 기업의 지분율 70~80%를 LG화학이 소유한다고 밝혀왔기 때문에, 사실 '지분 가치 희석 가능성'이 국민연금의 유일한 근거라는 점은 좀 약해 보인다"며 결국 모든 결정은 주주총회에서 내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LG화학은 배터리 사업부 물적분할을 결정짓는 주주총회(30일)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상태다. 

LG화학 지분율. 그래픽=연합뉴스

국민연금 반대, 스튜어드십코드vs '눈치 보기'

국민연금의 물적 분할 반대 결정에 대해 일각에서는 스튜어드십코드가 아니라 여론을 의식한 '눈치 보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의결권 자문사가 찬성을 보인 것과 정반대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반대는 분사 자체에는 영향력이 크게 없지만 여론을 대표한다는 일종의 상징성을 가진다. 지난해 한진그룹, 한진칼 당시의 스튜어드십코드 사례는 여론과 정부를 의식해 이례적인 결론을 내린 경우로 꼽힌다.

지난해 별세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안에 대해 국민연금이 반대의견을 내며 조 회장의 이사직을 저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또 지난해 3월에는 한진칼에 대해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해 정관변경을 제안했으며, 올해 3월에는 경영권 분쟁 중이던 조원태 회장의 연임을 지지하는 등 꾸준히 투자 기업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일각에서는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부당 외압' 논란을 겪었던 트라우마 때문에 반대 의견을 낸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반면 국민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휠라코리아 지주사 전환 문제에 대해서는 2019년 당시 기업의 입장을 고려한 '찬성' 표를 던졌다. LG화학 분사 경우와는 다르게 주주권익보다 기업의 입장을 생각한 결론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오락가락 하는 행보 때문에 국민연금이 '눈치'로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지적과 '형식적 반대를 한 것'이라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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