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 리츠 기업분할 제한 – 누구를 위한 규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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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의회, 리츠 기업분할 제한 – 누구를 위한 규제인가
  • 김현민
  • 승인 2015.12.29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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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기업의 리츠 분사에 대한 면세조항 철폐…시장 효율성 저해

월가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 한해 미국의 리테일 산업 및 호텔 기업 CEO들이 가장 많이 검토한 주제의 하나가 부동산 리츠 기업분할 (REIT spin-off)이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법인세 절세 효과와 주가상승 기폭제로서 인기를 끌었던 이 전략에 이젠 제동이 걸렸다. 이번 달 공화당의 한 의원이 발의한 세법 법안 때문인데, 그 여파로 그동안 기업분할 자문을 맡아왔던 투자은행(IB)들과 로펌들이 예기치 못한 장애물에 만나게 됐다.

케빈 브래디(Kevin Brady)라는 텍사스 하원의원이 얼마 전에 부동산회사가 아닌 일반기업의 리츠 분사를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향후 리츠 스핀오프를 제한함에 따라 약 20억달러 (한화 약 2조원)의 세수를 추가로 확보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기업들에게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공화당 출신이라는 점이 의아하다. 그리고 지난 17일 미 하원은 앞으로 리츠 스핀오프를 단행하는 일반기업들에 대해서 리츠에게 주어지는 법인세 면제 혜택조항을 무효화하겠다는 이 법안을 승인했다. 앞으로 상원의 승인이 남았지만 대체로 순조롭게 통과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하지만 이번 법안이 이렇게 단순하게 통과하기에는 몇가지 짚어봐야 할 부분들이 있다.

먼저, 리츠의 법인세 감면 적용 기준에 대한 형평성이 문제다.

새로 적용될 세법에 의하면 기업분할 이전의 모기업의 영업 분류에 따라 부동산회사가 아닌 경우 리츠 회사를 분사한 이후에도 법인세 절세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것인데, 이 기준이 과연 합당한지 의문이다.

그동안 미국 국세청(IRS)은 리츠의 법인세 절세 조항을 이용한 기업들의 리츠 분사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도 그럴듯이 지난 2년간 기업들의 리츠 분할상장의 건만 해도 21건이나 된다. 저평가된 주식과 수년 째 성장둔화로 수익성을 고민하던 호텔 및 카지노, 쇼핑센터, 레스토랑 프랜차이즈 등 부동산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기업들에게 주주들이 부동산 자산을 분사할 것을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올해의 경우, ▲올리브가든 레스토랑 체인의 소유주인 다든 레스토랑 그룹의 약 7.5억달러(한화 약 8천억원)규모 리츠 분사 ▲ 통신회사 윈스트림 홀딩스의 리츠 분사 ▲MGM호텔 그룹의 리츠 분할 상장의 건이 있었고, 가장 최근에는 힐튼 그룹이 호텔자산을 리츠로 분사할 것을 발표하였다. 리츠 스핀오프라는 메카니즘이 있었기 때문에 기업들은 주영업 부문의 가치와 부동산 가치를 동시에 극대화할수 있었고, 리츠 설립으로 적용된 법인세 감면헤택으로 얻은 현금흐름을 부채상환이나 설비투자 등에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옵션을 세수 확보를 위해 전면 금지시키겠다는 법안은 시장의 효율성을 저해할 수밖에 없다.

또한, 상대적으로 높은 미국 법인세를 회피하기 위해 해외 M&A를 통한 Inversion (인수회사 법인을 피인수회사 국가에 바꿔 설립하는 것)을 단행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마당에 리츠 스핀오프에 대한 절세 혜택을 막아버린다면 미국 법인에 대한 인센티브는 더욱 저하될 것이다. IRS와 미국 재무부에서는 기업들의 이 같은 법인세 회피 전략들이 약 340억 달러 (한화 약 35조원)의 세금 이탈로 이어진다며 강력하게 규제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단순히 세법 개정과 규제 강화가 마켓 효율성에 대한 부작용 없이 순수하게 세수 확보로 이어질 것이라는 보장도 없는데 말이다.

아무튼 이러한 흐름에 대한 기업들의 전략적 대응책이 필요하게 되면서 투자은행들은 Sale-leaseback, 혹은 리츠나 다른 전략적 투자자가 매입할 수 있도록 부동산 자산 분할 매각 등 상대적으로 덜 매력적인 제안을 대안 옵션으로 내놓아야 할 형편이다.

다양한 금융기법과 효율적인 시장 메커니즘으로 상대적 우위에 있는 미국의 기업금융 환경이 월가에 대한 강화되는 규제와 기업구조에 대한 제한들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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