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이건희의 삼성, 그리고 이재용의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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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이건희의 삼성, 그리고 이재용의 삼성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0.10.26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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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타계했다는 소식은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 분야에서도 메가톤급 이슈였다.

과거 일본은 이건희 회장 한 명 때문에 한국이 일본 경제를 따라잡았다고 평가할 정도로 그는 해외에서도 경영 능력을 인정받는 CEO 중 한 명이었다. 이건희 회장에 대한 비판적 관점도 존재하지만 분명 시대를 앞서가는 그의 혜안은 재평가할 여지가 있다.

이건희 회장을 만났거나 함께 일한 임원들은 “다른 CEO와 클래스가 다르다. 경외감이라는 단어에 가장 부합되는 인물”이라며 그의 경영자적 역량을 지금도 높이 평가한다.

삼성그룹의 비서실, 구조조정본부 등을 무려 11년 넘게 이끌며 2인자로 불린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은 2006년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건희 회장을 세계 최고의 경영자로 손꼽기도 했다. 

이병철 회장이 치밀하게 데이터를 기억하고 디테일에 유능한 CEO였다면 이건희 회장은 과감한 투자와 신성장동력 창출이라는 스케일 그리고 제품·서비스의 섬세함을 모두 추구한 독특한 인물이었다.

우물 안 개구리에 머물던 국내 1위 기업 삼성은 그의 총수 시절 세계 초일류로 거듭났으며 라이벌 기업도 국내 기업이 아닌 구글, 애플로 업그레이드되었다. 

이건희의 삼성은 무엇을 남겼나 

다양한 성과를 남겼음에도 이건희 회장은 늘 ‘은둔의 경영자’로 불렸다. 국내 언론에 자신의 목소리를 직접 전달한 경우도 1995년 조선일보 인터뷰, 2003년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뿐이다.

자신의 견해를 언론에 직접 밝힌 경우가 드물었고 회사에 출근하는 경우도 적다 보니 지나치게 높이 평가된 인물이고 성역화되어 있다는 언론의 비판 역시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자동차 사업에 진출했을 때 “소프트웨어와 반도체 전문성을 보유한 삼성이 자동차를 제조하는 것이 미래차 경쟁을 위해 필요하다”는 발언은 그 이후 ‘바퀴 달린 컴퓨터’라는 컨셉으로 2003년 BMW와 인텔이 공동 협력을 선언하면서 재평가되었다.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가 미래차의 경쟁력을 결정한다는 그의 혜안이 돋보이는 사례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금은 당연시되고 있는 문화콘텐츠산업에 제일 먼저 투자와 사업화를 진행한 것도 이건희 회장이었다.

문화가 강해야 선진국이 될 수 있고 향후 국내 콘텐츠가 가장 큰 미래 먹거리를 우리나라에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언급한 그의 발언을 돌이켜 보면 확실히 경영자로서의 미래 통찰력과 기업가적 리더십 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공교롭게도 반도체와 소프트웨어가 자동차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고 문화콘텐츠가 국가의 품격을 한 단계 높일 것이라고 예측한 그의 기업가적 역량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콘텐츠산업과 자동차산업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이건희 회장의 한계는 자신의 창조적 역량, 시대를 꿰뚫는 통찰력을 그룹 차원에서 임직원들에게 공유, 확산시키지 못했다는 데 있다. 

이건희 회장에게 보고하는 수많은 임원은 늘 그의 앞에서 어려움을 느꼈다고 한다. 비범한 경영자를 상대하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이 성역화를 걷어내고 자신이 어떤 관점을 토대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었는지 구성원에게 편히 알려주고 다양한 토론을 수평적으로 진행했다면 그는 훨씬 더 존경 받는 유일무이한 경영자가 되었을 것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타계로 그룹 경영을 맡게 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또 다른 삼성'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의 삼성은 무엇을 남겨야 하나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그룹을 언젠가 승계할 것이다. 이건희 회장이 세상을 떠난 후 ‘삼성은 앞으로 무엇을 남겨야 하는가’에 관한 고민에 그는 이제 놓이게 되었다. 철학자와 같은 통찰력을 보인 이건희 회장의 삼성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되 건설적인 부분은 계승하고 보완해야 할 부분은 원점에서 다시 수정하고 발전시키는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첫째, 집단지성을 토대로 한 혁신기업의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 이건희 회장 개인은 혁신가였으나 삼성이 혁신조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뛰어난 개인에 의해 움직이는 기업이 아닌 다수의 집단지성이 활성화된 혁신조직의 모습으로 거듭나야 한다. 연공서열이 아닌 수평적 조직문화를 토대로 개인의 천재성이 아닌 집단의 천재성을 극대화시켜야 한다. 

린다 힐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21세기 기업 경쟁력의 성패는 개인이 아닌 조직 역량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혁신은 천재 한 사람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언급한 린다 힐 교수는 직원들이 스스로 연구 및 토론하고 아이디어를 고안해서 다양한 관점과 지식을 창출하는 집단 천재성을 조성하는 경영자가 미래 CEO의 최우선 조건이라고 얘기했다. 

둘째, 성공하는 기업을 넘어 존경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삼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국민들의 찬사와 지지, 비판과 비난이 혼재되고 있다. 국내에서 글로벌 톱 수준에 도달하는 조직은 삼성전자가 유일하지만 삼성의 브랜드와 문화에는 국민들의 신뢰와 안정이 여전히 결여되어 있다. 세계 최대의 매출도 좋지만 세계 최고의 품격을 갖춘 기업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두려움에 기반한 인사관리를 확실히 해소해야 한다. 페이스북은 자율성과 유연성이 떠오르지만 삼성은 아직도 통제와 관리가 먼저 떠오른다. 관료적인 상명하복을 걷어내야 삼성의 경쟁력이 도약할 수 있다. 구성원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인사관리가 정착된다면 삼성은 우리 사회에 더 많은 발자취를 남길 것이다. 선택과 결단은 오직 이재용 부회장의 몫이다. 

 

●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다. 동국대 재직 중 명강의 교수상과 학술상을 받았다. 9월부터는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로 일하고 있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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