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3차TV토론 '능숙한 진행'에 막힌 트럼프...판도 못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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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 3차TV토론 '능숙한 진행'에 막힌 트럼프...판도 못바꿨다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10.23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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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TV 토론 '누가 잘했다'에 바이든 53% vs 트럼프 39%
"트럼프, 1차 비해 절제...판도는 바꾸지 못해"
마이크 꺼짐 덕, 두 후보 정책 비전 부각
바이든 "김정은, 북 핵능력 낮춰야 만날수 있어"
앵커 토론진행 솜씨 찬사도
미 대선을 11일 앞둔 가운데 마지막 TV토론이 마무리됐다. 미 CNN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더 잘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사진=연합뉴스
미 대선을 11일 앞둔 가운데 마지막 TV토론이 마무리됐다. 미 CNN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더 잘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미국 대통령 선거일까지 11일을 남겨둔 가운데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마지막 TV 토론이 마무리됐다. 

'난장판'이라는 혹독한 평가를 받았던 1차 토론과는 달리 두 후보 모두 '비교적 절제된 흐름 속에서 날카로운 정책 비전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만 지지율에서 바이든 후보에게 뒤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판도를 바꿀만한 절호의 기회였지만, 흐름을 바꾸는데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많다. 토론 직후 진행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바이든 후보가 더 잘했다는 응답이 53%로 트럼프 대통령(39%)이 잘했다는 응답 비율을 앞질렀다. 

'마이크 꺼짐' 버튼은 '신의 한 수'

워싱턴포스트(WP)는 두 후보의 마지막 TV 토론 직후 "덜 공격적인 논쟁속 날카롭게 대립한 비전"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더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바이든 후보와 트럼프 대통령이 서로 극명하게 엇갈리는 국가 비전을 제시했다"고 분석했다. 

더 절제된 토론이 가능했던 것은 1차 토론 당시에는 없었던 '마이크 꺼짐' 기능이 도입됐기 때문이다. 

1차 토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막말과 끼어들기로 인해 사실상 정책과 관련한 토론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던 바 있다. 이에 이번 토론에서는 마이크 꺼짐 규정이 도입되면서 상대방의 방해 없이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게 됐다. 

WP는 "마이크 꺼짐 기능은 '신의 선물'이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상대방의 방해가 줄어들자 후보들은 자신의 정책적 이념을 보다 날카롭게 표출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덕분에 1차 토론과는 달리 절제되고 비교적 '정상적인' 토론 진행이 가능했다는 게 미 주요 언론의 평가다. 

미 언론들은 마지막 토론 결과 바이든 후보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CNN은 "바이든 후보는 토론이 끝날 무렵에는 다소 길을 잃는 것 같이 보이기도 하는 등 결코 훌륭한 토론자는 아니었다"면서도 "하지만 현재의 레이스 우위를 유지하기에는 충분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 역시 1차 토론에 비해서는 훨씬 나은 모습이었지만, 지지율이 뒤처지고 있는 상황에서 판도를 바꾸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후보와 지지율 격차를 좁혀가고 있던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번 마지막 TV 토론이 판도를 뒤집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이 기회를 놓쳤다는 평가다. 

NYT 역시 "바이든 후보는 자신이 앞서고 있는 상황 속 마지막 변수가 될 수도 있었던 TV 토론에서 자신에게 해가 될만한 심각한 실수를 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해서는 절제된 토론을 보였으나, 거짓말과 과장, 인신공격은 중간 중간 섞여있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CNN은 "첫 대선 토론보다 훨씬 더 차분하긴 했지만 트럼프의 발언은 여전히 거짓말과 인신공격으로 꼬여 있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캠프의 시몬 샌더스 선임 고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목소리가 더 차분했다고 해서 진실을 말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두 후보, 대북정책등 다양한 주제에 날카롭게 대립

두 후보가 가장 먼저 부딪힌 것은 코로나19 대응이었다. 바이든 후보는 '어두운 겨울로 접어들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 뚜렷한 계획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전혀 어두운 겨울을 보낼 것 같지 않다"며 "전염병이 곧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이 만들어지고 있고, 몇 주안에 발표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백신이 몇 주 안에 나오는 것을 보증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보증할 수 없다. 하지만 연말에는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대북정책과 관련해서도 두 후보는 충돌했다. 

바이든 후보는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기 위한 조건이 있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김 위원장이 북한의 핵 능력을 끌어내린다는데 동의한다는 조건"이라고 답했다. 이어 "북한이 능력이 더욱 커진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미국 영토에 이전보다 더욱 쉽게 도달할 수 있는 미사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핵 야망이 큰 독재자를 트럼프 대통령이 정당화했다"고 비난하며, 김 위원장에 대해 '깡패(thug)'라는 표현을 반복 사용하기도 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김 위원장과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며 "만일 내가 아니었으면 수백만명이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엉망이 됐던 대북관계를 자신이 개선했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이에 대해 바이든 후보는 "우리는 히틀러가 유럽을 침공하기 전에 '좋은 사이'였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며 트럼프를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행한 불법 이민자 가족 분리 정책에 대한 공방도 이어졌다. 주요 언론에 따르면 이로 인해 지난 2017~2018년 545명의 아이들이 부모와 떨어지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아이들은 훌륭한 대우를 받고 있다"며 "부모와 아이의 재결합 문제에 대해 매우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바이든 후보는 "이것은 미국이 지향하는 모든 것과 반대되는 것"이라며 "비인간적인 범죄"라고 비난했다. 

기후문제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한 자신의 결정을 옹호했다. 반면, 바이든 후보는 "지구 온난화는 인류에 대한 실존적 위협"이라며 "4년 더 기후변화 관련 규제를 없앤다면 큰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드러진 진행 돋보였다" 호평 일색

이번 토론에서는 크리스틴 웰커 NBC뉴스 앵커의 능숙한 진행도 부각됐다. 당초 1차 진행을 맡았던 크리스 윌리스 폭스뉴스 앵커는 두 후보의 끼어들기나 막말을 중재하지 못하면서 토론을 제대로 이끌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았으나, 웰커 앵커는 자신이 준비한 질문을 고수하면서 비교적 원활한 진행을 했다는 평가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 모두에게 민감할 수 있는 질문을 던져 유권자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는 평가도 나왔다. 

폭스뉴스는 "크리스틴 웰커는 주류 언론들이 경시하고 있는 헌터 바이든의 해외 사업 거래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고 보도했다. 

웰커는 바이든 후보에게 "아들인 헌터 바이든의 해외사업과 관련해 의문이 있었다"면서 "부적절하거나 비윤리적인 일이 있었냐고 질문을 던졌다. 바이든 후보는 이와 관련해 "부적절하거나 비윤리적인 일을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폴리티코는 "웰커 진행자가 헌터 바이든과 관련한 직접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일부 보수주의자들을 기쁘게 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백신이 몇 주안에 나올 것'이라는 발언에 웰커는 "보증할 수 있냐"고 되묻기도 했다.

CNN은 "웰커는 민주당 지지자들과 공화당 지지자들이 모두 찬사를 보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웰커의 토론 진행방식을 존중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바이든 지지자들 역시 두 후보간 정책 이념이 잘 드러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고도 전했다. 

한편 TV토론이 끝난 직후 CNN이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53%가 바이든 후보를 승자로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잘 했다는 응답은 39%였다. 

지난 1차 토론 당시에는 바이든 후보가 잘했다는 평가가 67%, 트럼프 대통령이 잘했다는 평가가 28% 나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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