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월세살면 결혼·출산 줄어"...사회적 비혼문제 해석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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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연 "월세살면 결혼·출산 줄어"...사회적 비혼문제 해석 논란
  • 손희문 기자
  • 승인 2020.10.22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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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연, '주거유형 결혼·출산 영향' 보고서 발표
찬성 "통념상 맞는 얘기" Vs. 반대 "근거 부족"
"주거유형 포함 다른 요인도 고려돼야" 의견도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손희문 기자] 월세 거주자의 결혼 확률이 자가 거주자 대비 절반 이하이고, 자녀 출산율도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찬성 측에서는 ‘통념상 맞아 떨어지는 이야기’라는 의견이 주된 반면 반대 측에서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반박이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KERI·이하 한경연)이 21일 내놓은 ‘주거 유형이 결혼과 출산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월세 거주자의 결혼 가능성이 자가 거주자 대비 65.1%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결혼한 인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가 거주자가 10명 결혼할 때 월세 거주자는 3명선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2일 한국노동패널의 최신 자료를 활용해 주거 요인과 결혼·출산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한경연은 또 거주형태가 결혼한 가정의 자녀 출산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을 내놨다. 지난 2004년부터 2018년까지 약 15년 동안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월세를 사는 무자녀 가구는 자가 거주하는 가구 대비 아이를 낳을 확률도 56% 낮았다.  자가에 거주하는 10개 가구가 아이를 얻을 때, 월세에 거주의 경우  불과 4개 가구 만 출산했다는 의미다.   

연구를 진행한 유진성 한경연 연구원은 "구체적으로는 2004년부터 미혼자를 대상으로 해 매년 새롭게 진입하는 미혼자까지 더해 결혼 여부를 추적 조사했고, 그 중 미혼에서 기혼이 된 무자녀 가구 중 거주 형태와 출산여부를 체크해 전체 통계를 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가 거주보다 전세와 월세 거주 시 결혼 가능성이 유의적으로 낮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동안 자가 거주와 비교할 때 전세 거주자의 결혼 확률은 23.4% 감소했고, 월세 거주자의 결혼 확률은 65.1% 줄었다.

한자녀 가구에서 둘째 자녀를 출산하는 경우엔 거주유형 차이가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다만 보고서는 가구 근로소득이 증가할수록 둘째 자녀의 출산 가능성도 커졌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주거 유형에 따라 결혼과 출산율이 달라지는 만큼 저출산 문제 해결과 인구 감소 완화를 위해서도 부동산 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최근 부동산 규제 정책과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서울 지역에서 전세난이 심해지고, 월세 매물 비중이 전세보다 높아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진성 한경연 연구위원은 “갑작스러운 월세로의 전환은 무주택자의 주거 부담을 늘리고, 향후 생산인구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주거 부담을 줄이려면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고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연구에서 의미하는 주거유형의 월세, 전세는 재산정도를 나타낸 척도로 보는 것이 적절하며, 이는 사회통념상으로도 합당한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직 한국은 월세에 비해 전세 선호도가 높고 월세로 거주하면 자금을 모으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상식이 더욱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근거가 부족한 얘기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문도 연세대학교 정경대학원 겸임교수는 "한경연 보고서에서 언급된 현상은 지난 6~7년 전부터 이어진 현상으로 요즘의 젊은 층들이 과거에 비해 결혼이 늦어지는 경향이 있고, 그에따라 출산이 줄어드는 것은 일견 당연한 부분"이라며 "다만 집값에서 촉발 된 현 상황에서 눈여겨 봐야할 점은 1인가구 증가, 비혼 선호 등 변화한 라이프스타일과 사회적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결혼에 생각이 없다'고 밝힌 사람들은 대부분 집값보다는 다른 이유를 든다"며 "결혼을 염두하는 사람들은 집값이 부담될지라도, 집 때문에 결혼을 포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계층별로 보면 30대 이상의 젊은층들 중 소득으로 봤을 때 결혼에 문제가 없는 경우는 2~30% 정도인 반면 2~30%는 소득 불충분 등의 사유로 결혼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 중간에 놓여있는 50% 가량의 사람들은 이전에 비해 결혼에 대해 적극적인 의사를 보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그러면서 "지난 1990년대 10년 간 전·월세가 안정됐지만 혼인 및 출산율은 오르지 않았다"며 "주거안정에 관계된 변수(주거유형 등)가 혼인·출산율 등에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교육수준, 사회시스템적 변수를 제거하고 한쪽에 치중된 결론을 내린 것은 타당성이 떨어지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국도시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예비부부가 전·월세를 산다고해서 혼인 결정을 번복하는 것은 아니겠으나, 결혼을 고려하는 층에서는 가급적 자가를 선호하는 등 주거문제 해결에 시간을 들이는 과정에서 결혼이 지연되는 현상은 관찰된다"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한경연의 보고서 결론부에 나오는 부동산 규제완화나 공급확충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며 "소득보상제라던지 공공임대주택 확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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