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더위 섭씨 50도까지 가지만 한국 찜통더위때랑 비슷
사우디의 가을, 맑은 날씨에 청량함...가장 지내기 좋은 시기
늦가을 비가 내리면 '유목민 텐트 아래서 홍차 마시기'...사우디판 '파전에 막걸리'
겨울되면 북부지역에 눈 내리고 기온도 섭씨 10도 내외로 떨어져...'멋진 날씨의 연속'
[오피니언뉴스=신승민 사우디아라비아 통신원] 학교에서 축구같은 야외 실기수업을 하는 날이면 사우디의 더위를 실감하게 되는데 그때마다 학생들에게 농담조로 하는 말이 있다.
“사우디에는 두 계절이 있는데 뭔 줄 아냐?” 학생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Hot & Cold”라 대답하고 필자는 고개를 저으며 “No! Saudi have only two season, Hot & Hotter”라고 말한다. 학생들은 매우 수긍하는 표정으로 한바탕 유쾌하게 웃는다.
사우디 날씨, 1년내내 훅훅 찌기만 한다?
매일매일 강렬한 사막의 더위만이 존재할것만 같은 이곳 사우디에도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계절의 변화가 있다. 사우디의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은 한국의 그것과 얼마나 다를까 ?
한국 국토의 21배가 넘는 광활한 사우디는 넓은 지역 만큼이나 각각 도시들의 기온이 차이가 크다. 사막 한가운데 세워진 수도 리야드의 경우 한겨울 최저 기온은 10°C 내외, 여름날은 보통 45°C를 상회하며 간혹 50°C도에 근접하는 경우도 있다. 섭씨 50°C 라는 수치로만 보면 매우 무서운 바깥 온도 같지만 매년 한반도 전역의 찜통더위를 겪어온 한국인들이라면 의외로 버틸만 할 것이다.
노출된 피부는 강렬한 자외선으로 금세 화상을 입을 수 있지만, 수분기 하나 없는 건조한 대기 덕분에 살짝 그늘에만 들어가도 몸을 태우는 듯한 더위를 피할 수 있다. 사우디 남성 전통복장이 왜 흰색의 긴 상의(thobe)이며 머리에 두건(ghutrah)을 두른 이유가 이해된다. 이 전통복장이야말로 피부노출을 최소화해 더위를 막고자 사막기후에 특화된 나름의 기능성 의류인 셈이다.
한국 초가을 날씨인 사우디 가을, 비까지 내리면....
이렇게 1년 내내 대지가 달아오를 것 같은 사우디에도 벽공(碧空)의 가을하늘이 찾아온다. 10월 중순을 지나는 지금 낮기온은 아직 30°C 전후로 한국의 여름날 같지만 해가 지고나면 산책하기 아주 좋은 초가을 기분을 낼 수 있다.
이맘 때 쯤이면 저녁으로는 긴팔옷을 꺼내 입고 건물이나 집안의 에어컨 스위치도 내린다. 대학교 정원을 관리하는 부서에서는 여름 내내 풍성하게 자라있던 가로수 전지작업과 더불어 화단에 꽃을 심고 비료 주는 일을 시작한다. 코로나 상황만 아니었다면 많은 이들이 야외에 나와 카페트를 깔고 간단한 다과를 즐기기 시작했을 바로 그 시기이다. 잔디밭에는 풀벌레 소리가 들리고 한여름 더위에서 살아남은 길가의 고양이들은 토실하게 살이 오른다. 이렇게 11월이 되면 사우디에서 가장 지내기 좋은 계절이 시작된다.
꽃들이 만발하고 꽃 사이로 나비들이 날아다니는것 광경을 사우디에 오기전까지는 상상이나 했을까? 하늘은 높고 푸르며 매일같이 맑은 날이 지속된다. 필자는 자전거로 대학교를 출퇴근을 하는데 1년 내내 비가 거의 오지 않아 자전거 출퇴근에 어려움이 없는 사우디 하늘이 고마울 따름이다.
사우디의 연평균 강수량은 100mm내외로, 비가 가장 많이 온다는 서부의 '젯다'라는 항구도시도 연간 230mm 정도다. 한국 장마철 두어시간 내릴 비가 1년에 걸쳐서 내리니 적어도 우산이 없어 비 맞을 걱정은 없다. 이렇게 건조한 사우디에도 늦가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먹구름으로 가득찬 하늘은 한차례 시원하게 소나기를 내리는데 짧게는 몇분에서 길게는 한시간 정도 메말랐던 대지를 적셔준다.
비가 오면 다들 약속이나 한 듯 밖으로 나와 온몸으로 비를 맞으며 즐거워 한다. 학생들 말로는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은 사막에 가서 유목민 텐트를 치고 빗소리 들으며 뜨거운 홍차를 마셔야 제 맛이라고 한다. 이런 것이 사우디버전의 '파전에 막걸리'다.
그리고 겨울...두터운 외투로 중무장하는 사우디 사람들
북부지역 산악지대에는 놀랍게도 눈이 내린다. 언뜻 사막과 눈이 매칭이 되지 않을 수 있지만, 늘 누런색의 모래빛만 보던 사우디 사람들에게 온세상이 하얀 눈으로 덮여진 광경은 즐거움 그 자체가 아닐까 싶다.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면 집안에 난방을 가동해야 할 정도로 기온이 내려가며 사우디인들은 하나둘씩 겨울 외투를 꺼내 입는다.
한겨울 최저기온이라 해도 영상 10°C정도인데 두꺼운 패딩에 털모자를 쓰고 목도리를 두르고 심지어 털장갑 끼고 손을 호~호~ 불면서 다니는데, 그 모습이 귀엽기까지 하다. 겨울내내 반바지 차림으로 출근하는 필자를 바라보는 학생들의 눈에서 존경심까지 읽을 수 있었다(웃음).
상쾌하고 즐거운 겨울도 2월이 지나면 서서히 사라지는데, 3월중순만 되어도 더위가 다시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사우디의 기후는 3월부터 11월까지 거의 1년내내 해수욕을 가능하게 해주는 고마운 날씨다. 자전거 타기와 해수욕을 즐기는 독자들이라면 사우디의 기후에 매우 잘 적응하며 즐거운 나날들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혹 사우디 생활을 앞두고 있는 독자분들은 이토록 멋진 사우디의 날씨를 기대(?)해 본다면 사우디 입국의 설렘이 배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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