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1130원 코앞...전문가 ”어설프게 환테크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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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1130원 코앞...전문가 ”어설프게 환테크 하지 마라"
  • 정세진 기자
  • 승인 2020.10.21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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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원달러 환율 1년7개월만에 최저 1131.9원 마감
"원달러 환율 1200원 돼도 환테크 수익률 5%대"
"개인이 환율 예상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
자산 일부를 달러화 자산으로 보유하는 건 추천
최근 달러화 약세가 지속되며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최근 달러화 약세가 지속되며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최근 원달러 환율이 속락하면서 '환테크'와 관련된 금융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환테크 수익성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2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대비 7.5원 하락한 1131.9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3월 22일(1130.1원)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만큼 달러 약세와 원화 강세 기조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환율이 낮을 때 달러를 사서, 높을 때 팔아 수익을 내는 환테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하나은행이 지난달 출시한 ‘일달러 외화적금’은 출시 한달여만에 가입좌수 1만좌, 가입금액 100만달러를 넘어섰다. 이 상품은 하나은행이 출시한 외화적금 상품 중 가장 빠른 속도로 판매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자유 적금 형식의 이 상품은 만기인 6개월 내에 최대 5회에 걸쳐 수수료 없이 달러를 인출할 수 있다. 매월 미화 1000달러까지 횟수 제한 없이 납입할 수 있고 가입 후 1개월만 지나도 수수료 없이 달러 지폐를 바로 찾을 수 있다. 만기 시 6개월씩 추가로 연장도 가능하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을 못 가는 대신 언젠가 갈 날을 상상하면서 돈을 모으는 즐거움에 젊은 세대의 가입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학개미’라 불리는 미국 주식 투자자들에게도 인기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은행과 증권사들이 연계해 외화 계좌에 납입한 달러로 바로 미국 주식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지난 9월말 기준 479억496만달러(약 54조6595억원)이다. 지난 3월과 비교하면 12조원 가량 늘어난 수치다. 

보험료 납입과 보험금 지급이 모두 외국 통화로 이뤄지는 외화보험도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까지 생명보험사가 국내에서 판매한 외화보험 누적 판매규모는 3조2375억원이었다. 2017년 3230억원 판매된 외화보험은 2018년엔 6832억원, 2019년엔 9690억원으로 판매액이 점차 늘었다. 보험료를 낼 때보다 받을 때 환율이 올라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수익을 볼 수 있어 주목받아왔으나 코로나 19사태가 본격화하면서 외국계 보험사들의 판매가 주춤해졌다.  

전문가 “환테크는 고위험 저수익”우려

그러나 전문가들은 환율 변동을 예측해 수익을 노리는 환테크에 대해 우려한다. 백석현 신한은행 외환 애널리스트는 “시장에 주식투자를 권유하는 책은 많지만 외환 투자를 권유하는 책은 찾기 어렵다”며 “그만큼 환투자는 변수가 많고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백 연구원은 “다양한 변수의 외환시장을 개인이 예측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며 “위험성은 높은데 기대수익은 낮아 투자로서의 가치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주식이나 달러화 자산에 투자하려면 장기적 관점에서의 수익성이 환율 변동에 비해 훨씬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백 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환율 변동폭이 전날 대비 1% 이상인 날은 한 달에 한 번꼴인 반면 주식은 일주일에 한 번 꼴이었다. 그는 “주식, 채권 등 달러화 표시 자산 가격의 변동 폭보다 환율 변동 폭이 상대적으로 작아 기금 등 기관 투자자들은 투자할 때 환율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 연구원 역시 환테크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박 연구원은 “최근 늘어난 ‘서학개미’ 등이 외국자산에 투자할 때는 환율 보다는 자산 자체의 장기적 수익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환테크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원달러 환율이 1200원으로 올라가도 환전 수수료 등을 감안하면 수익률은 5% 내외”라고 덧붙였다. 

"달러화 자산으로 포트폴리오 다각화해야"

전문가들은 투자 관점 보다는 자산 다각화 차원에서 달러를 보유하기를 권한다. 김현섭 KB 도곡스타 PB센터 부센터장은 “PB고객들은 미국 주식 등 달러화 자산에 대한 관심이 예전부터 있었다”며 “다만 코로나 이후에 안전 자산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미 2018년경 원달러환율이 1050~1100원일 때부터 고액 자산가들이 달러 매수를 늘려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다는 얘기다.  

김 부센터장은 자산 보유는 장기적 관점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환율 변화가 큰 의미가 없다고 설명한다. 김 부센터장은 “환율은 워낙 변수가 다양해 예측하는 게 무의미하다”며 “환율 변화로 인한 수익이 아닌 자산을 다각화 한다는 차원에서 달러화 자산을 보유하는 게 의미있다”고 말한다. 

백석현 신한은행 애널리스트 역시 “자산 일부를 달러화 자산으로 보유하는 건 의미있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해외 자산을 보유할 때 환율 변동은 무의미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능성은 낮지만 중국이 대만에 군사행동을 취하거나, 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우발적으로 충돌하는 등 원달러 환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건을 개인이 정확히 예측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환율 변동만을 예측해 이익을 보려는 건 무모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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