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마련? 30대, '패닉바잉' ...“이제는 영끌도 못해요” 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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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집마련? 30대, '패닉바잉' ...“이제는 영끌도 못해요” 토로
  • 손희문 기자
  • 승인 2020.10.21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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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대 주택 매입비중 역대 최고치
평균 부채비율은 60%에 이르러
30대 중 "영끌도 못한다"는 말도 나와
집값 하락안정, 전반적으로 쉽지 않아보여
서울 시내 한강변에 위치한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손희문 기자] 지난 9월에도 수도권 30대의 '패닉 바잉'(공황구매) 현상은 이어졌다. 지난달 서울의 30대 매입 비중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인천과 경기 역시 30대의 매수세가 강세를 보였다. 

그러는 한편 30대 내에서도 집을 살 수 있는 계층과 아닌 계층이 나뉘어지는 분위기로, 이들은 주택 구매에 대해 상반된 반응을 띠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 패닉바잉이란 집값이 더욱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는 가수요와 ‘지금보다 더 오를 것’이라는 심리적 불안감 등으로 인해 매수세가 커지고 이에따라 집값도 덩달아 뛰는 현상이다.

21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30대의 서울 아파트의 거래량은 총 179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거래량(4795건) 가운데 37.3%로, 매입 비중은 8월(36.9%)에 이어 9월에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20대도 204건으로 전체의 4.3%를 차지하며 직전보다 매입 비중이 늘었다. 이 밖에 40대 27.4%, 50대 15.9%, 60대 9.7% 등을 기록했다. 

인천과 경기도 서울과 비슷했지만 40대와 30대의 거래량이 비슷하게 나타났다. 지난달 인천과 경기의 30대 거래량은 각각 598건, 4767건을 기록해 전체의 23.8%, 28.1%를 차지했다. 다만 두 지역은 서울과 달리 40대 매입 비중이 26.1%, 28%를 기록해 30대보다 높거나 비슷했다.

20일 국토교통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에 제출한 '자금조달 입주계획서'에 따르면 지난 2017년 9월부터 이달까지 서울에서 집을 산 30대 매수자 10만9000명의 평균 주택 구입 가격은 8억1000만원이었고, 자기자금 평균 3억5000만원을 제외한 집값의 56.4%가 빚이었다.

30대의 차입금 비중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매입자금 대비 차입금 비중은 ▲40대 48.5% ▲50대 41.7% ▲60대 이상은 31.2%로 집계됐다. 다만 20대의 차입금 비중도 65.1%로 높게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이를 두고 ‘30대 내에서도 집을 살 수 있는 층과 아닌 층이 나눠지며 반응은 엇갈리는 분위기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6년차 직장인 B씨(36)는 미혼으로, 지난해 말 ‘영끌’로 집을 구매했다.

B씨는 “작년 12월 전세를 끼고 잠실 파크리오 아파트 16평짜리를 구매했다”며 “당시 금액은 8억7000만원이었고 전세는 4억원이었다”고 말했다.

B씨는 직장생활을 하며 모아둔 돈 약 2억원과 마이너스통장 1억원, 부모님에게 1억원을 증여받아 자금을 조달했다고 밝혔다.

현재 잠실 파크리오 아파트 16평(전용35㎡)은 지난달 19일 기준 9억6000만원에 손바뀜했다.

B씨는 “저축을 해도 일년에 기껏 2000만원 정도를 모을 수 있는 정도였고, 집값은 계속 우상향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소위 ‘영끌’을 한다면 향후 벌어들일 소득이 가장 큰 30대때 하는게 맞지 않나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가장 비싼 집값을 자랑하는 아파트 중 하나인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 사진제공=대림산업

A씨(30)는 서울 소재 공기업에 근무하는 2년차 직장인이다. 영등포구 당산동에 거주하는 A씨는 “회사 선배들 중에는 주로 6~8년차 이상의 부부들이 종종 집을 구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그는 “또래의 경우에는 사회초년생을 포함해 회사생활 기간이 오래되지 않은 사람들이 많아 집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지 않은 반면, 결혼으로 가정이 있고 회사생활을 꾸린 사람들은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는 분위기가 남아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서울 내로 한정지었을 때 5년전 첫 사회생활을 할 때만 해도 집값이 6억 정도여서 ‘열심히 벌으면 집은 장만할 수 있겠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엄두가 잘 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30대 중에서도 초반에 속하는 계층은 현재 높아진 집값에 반체념하는 분위기고, 중후반의 직장인들은 사실상 ‘막차’를 타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이렇게 30대 내에서도 영끌을 해서 집을 사는 유형과 그렇지 않은 유형이 섞이며 집 구매에 대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현재의 부동산 시장상황에 대해 “시장 전반에 늘어난 유동성과 메마른 공급물량 등 전반적으로 집값에 대한 하방요인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30대의 ‘영끌매수’에 대해서 ”정부가 규제를 가해도 집값이 오르는 상황, 즉 불과 1, 2년 전에도 늦었다고 생각해 뒤늦게 집을 매수한 사람들마저 집값상승의 반사이익을 누리는 것을 주변에서 확인한 학습효과로 인한 결과“라며 ”예컨대 서울변두리 지역 아파트에 매매로 나온 물건이 없어 전세로 들어가 살던 사람이 1년도 안된 사이에 단지 가격이 1억~2억원씩 뛰는 것을 보는 경우를 어렵잖게 생각해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 연구원은 “현재로서는 3기신도시 등 눈에 보이는 공급대책에 만전을 기해 지연을 최소화해 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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