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오지날] 무인도와 요트, 코로나19 시대에 예능이 찾은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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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오지날] 무인도와 요트, 코로나19 시대에 예능이 찾은 대안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0.21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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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싸우면 다행이야’, ‘바닷길 선발대’ 등 무인도와 요트 소재로 한 방송제작 '유행'
무인도 생존과 요트 항해의 성공 비결은 '연대의 힘'
그것은 언택트 시대를 잘 이겨낼 수 있는 비결이기도
'오지날'은 '오리지날'과 '오지랖'을 합성한 단어입니다. 휴머니즘적 태도를 바탕으로 따뜻한 시선으로 대중문화를 바라보겠다는 의도입니다. 제작자의 뜻과 다른 '오진'같은 비평일 때도 있을 것이라는 뜻도 담고 있습니다. 

 

강대호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강대호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강대호 칼럼니스트] 최근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유독 바다를 즐겨 찾는 것 같다. 아마도 코로나19로 여행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대중에게 시원한 바다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다. 어쩌면 언택트 시대에 자유롭지 못한 방송제작 환경을 이겨내려는 방법일 수도 있다.

지상파는 바다와 섬, 유독 무인도를 사랑한다. 오지를 찾아가는 오랜 전통의 프로그램인 SBS의 ‘정글의 법칙’은 지난 몇 주 동안 무인도를 찾아갔다. 파일럿 방송부터 대박 조짐이 있던 MBC의 ‘안싸우면 다행이야’도 정규 방송을 무인도에서 시작했다.

케이블과 종편은 공교롭게도 요트 항해를 소재로 하는 프로그램들을 제작했다. MBC every1은 지난 8월부터 ‘요트원정대’를 방영해서 이번 월요일(10월 19일)에 종영했다. 그리고 후속작으로 ‘요트원정대: 더 비기닝’을 10월 26일(월)부터 방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한 tvN은 지난 일요일(10월 18일)부터 요트 항해가 소재인 ‘바닷길 선발대’를 방영하기 시작했다.

MBC ‘안싸우면 다행이야’. 사진=MBC
MBC ‘안싸우면 다행이야’. 사진=MBC

무인도, 언택트 시대의 상징성

방송 제작진들은 바다, 그것도 왜 하필 무인도를 찾아갈까. 거기에는 코로나19를 겪는 시대의 자화상이 담겨 있다.

사람에서 사람으로 옮아가는 감염병의 특성상 우리는 지난 몇 달 만남을 최소한으로 하며 살아가고 있다. 방송도 그런 환경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스태프들이 코로나19에 걸려 방송제작에 비상등이 켜진 곳도 있었고, 야외에서 촬영하는 많은 작품이 실내로 현장을 옮기거나 잠정적으로 제작을 중단하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그런 고민을 풀 수 있는 곳이 무인도였다. 육지에서 떨어져 나온 바다의 한 점 무인도. 언택트 시대에 공간의 한계를 명쾌하게 풀어준 곳이었다.

SBS의 ‘정글의 법칙’이 무인도를 지혜롭게 이용했다. 정글의 법칙은 오지 탐험을 소재로 지난 2011년부터 방영해온 SBS 간판 예능 프로그램이다. 오지를 배경으로 하는 방송 특성상 지난 10년간 아프리카나 아마존 정글은 물론 남극까지 많은 오지를 탐험했다.

하지만 하늘길이 막힌 코로나19 상황이 ‘정글의 법칙’ 제작을 주춤하게 했다. 제작진의 선택은 국내였다. 그것도 무인도로 눈을 돌려서 나름의 성과를 올렸다.

정글의 법칙은 지난 8월부터 국내의 무인도에서 ‘와일드 코리아’와 ‘헌터X셰프’ 시리즈를 방영했다. 최소한의 자원만으로 무인도에서 생존하는 출연진 모습이 코로나19라는 비상 상황에서 위기를 극복해 가는 우리네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MBC는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해 큰 웃음을 주고 있는 전직 축구선수 ‘안정환’과 ‘이영표’를 내세워 ‘안싸우면 다행이야’를 방영하고 있다. 야생에서 홀로 살고 있는 자연인을 절친들이 찾아가 함께 살아보는 자급자족 라이프를 다룬 프로그램 취지에서 보듯 지난 1회와 2회에서는 무인도로 찾아간 출연진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프로그램의 묘미는 20년 지기이면서도 왠지 앙숙처럼 보이는 안정환과 이영표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똑 부러질 것 같지만 어설픈 이영표와 구시렁대지만 시키는 것은 다하는 안정환의 인간적 매력이 돋보인다. 무인도에서 격리된 상황에서 친하지 않은 절친들의 연대로 어려움을 극복해 가는 모습이 작은 감동을 준다.

tvN ‘바닷길 선발대’.  사진=tvN
tvN ‘바닷길 선발대’. 사진=tvN

요트, 뻥 뚫린 바다이지만 극한의 격리된 공간

바다가 나오는, 특히 요트와 요트 항해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도 여럿 생겼다. 그 시작은 지난 8월부터 MBC every1에서 방영한 ‘요트원정대’였다. 요트를 타고 태평양으로 항해해서 남십자성을 보겠다는 포부가 담겼었다. 하지만 연예인 중심으로 모인 승선원들이 가진 포부만으로는 바다의 무서움을 이길 수는 없었다. 아무튼 이 원정대는 최초의 계획을 대폭 수정했고 이번 월요일(10월 19일)에 방영을 마쳤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의 후속작으로 ‘요트원정대: 더 비기닝’을 10월 말부터 방영한다는 광고가 나오고 있다. 프로그램 개요를 보니 전작인 ‘요트원정대’를 실패작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아니면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새 프로그램에 적용한 것이랄까.

‘요트원정대: 더 비기닝’은 요트 초보들이 요트에 도전해서 맨몸으로 요트를 알아가는 과정을 담는다고 소개한다. 그 과정에서 출연진들이 요트 조정 면허 시험도 보고, 요트도 알아가며 요트에 대한 매력을 보여줄 것이라고도 제작진은 자신한다.

이와 비슷한 프로그램이 지난 10월 18일(일요일)에 시작했다. tvN의 ‘바닷길 선발대’이다. 출연한 연예인들은 먼저 요트 면허를 취득했다. 그들의 목표는 우리나라 연안의 바닷길, 목포에서 독도까지 항해하며 서해와 남해 그리고 동해의 섬들을 여행하는 콘셉트이다.

‘바닷길 선발대’는 2019년에 방영한,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여행하는 연예인들의 여행기인 ‘시베리아 선발대’를 떠올리게 한다. 연예인 절친들이 열차를 타고 시베리아를 누비면서 시청자들에게 볼거리와 여행 정보까지 제공한 프로그램이었다. 아마도 ‘바닷길 선발대’도 비슷한 콘셉트를 바다와 요트에서 보여줄 모양이었다.

언택트 시대에 무인도와 요트는

무인도를 배경으로 한 프로그램들의 방송사와 제작진 그리고 출연진들은 모두 다르지만 그 안에 숨겨진 교훈은 같은 것으로 보인다. 극한 상황에서 연대하여 어려움을 이겨낸다는. 무인도에 떨궈진 출연진 앞에 놓인 상황은 처음에는 도저히 헤쳐갈 엄두가 보이지 않지만 누군가의 솔선수범으로, 혹은 여럿의 협동으로 그 상황을 이겨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장면들에서 코로나19 상황에 누군가는 의료 현장에서, 누군가는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하며, 또 누군가는 영업 손실을 감내하며 지금의 성과를 끌어낸 우리네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연대하면 이길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도.

요트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 제작진들은 유념할 게 있다. 요트는 뻥 뚫린 바다를 항해하는 반면 그 안은 극도로 폐쇄된 공간이라는 것이다. 그 모습이 MBC every1의 ‘요트원정대’에서 극대화되었다. 그 폐쇄된 공간의 답답함이 프로그램을 보는 내내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외치는 언택트 시대에 오히려 극도로 폐쇄된 공간을 보여준 것이다. 요트 초보 출연진들이 이겨나가기에는 너무 가혹한 환경이었다.

‘바닷길 원정대’ 1화는 좀 달라 보였다. 우선 방송 목표를 항해의 즐거움을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요트는 전문가 혼자 책임지는 운송 도구가 아님을 보여주었다. 선장이 키를 잡지만, 누군가가 장애물이 있는지 잘 경계해야 하고, 또 누군가는 돛을 맡아주어야 한다. 여러 부분이 함께 힘을 합쳐야 요트 항해가 가능함을 보여준 것이다. 바로 '연대의 힘'이었다.

무인도 생존이든 요트 항해든 그 성공의 비밀은 연대의 힘에 있었다. 코로나19도 마찬가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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