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폭발하는 유럽...'더블딥' 우려도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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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폭발하는 유럽...'더블딥' 우려도 증폭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10.2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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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확진자수, 3월 정점 대비 3배 늘어나
프랑스·독일·영국, 부분 봉쇄 등 코로나19 규제 강화 나서
재봉쇄 이뤄지면 경기회복은 지연될 수 밖에 없을 듯
4분기 마이너스 성장 예측하는 경제학자들 점차 늘어나
유럽 국가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더블딥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의 한 거리를 마스크를 쓴 채 걷고 있는 시민들. 사진=연합뉴스
유럽 국가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더블딥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의 한 거리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걸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유럽 지역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유럽 경제의 더블딥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2분기 코로나19로 인해 성장률이 두자릿대 급감했던 유럽 경제가 3분기에 반등하는 듯 했으나, 재차 고개를 내미는 코로나19로 인해 4분기 다시 고꾸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치솟는 코로나19 확진자...봉쇄 나서는 유럽

더블딥(이중침체) 혹은 W자형 불황은 경기가 침체기에서 벗어나 반짝 성장을 보인 뒤 또다시 침체에 빠지는 현상을 말한다. 

유럽경제에 대한 더블딥 우려가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유럽 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서 봉쇄조치에 나서는 국가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지난 17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지난주 유럽에서 보고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3월 첫 정점때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영국을 비롯해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에서는 3월 정점을 이미 훌쩍 뛰어넘었으며, 최근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유럽국가들은 추가적인 확산세를 방지하기 위해 각종 조치를 내놓고 있다. 프랑스가 지난 14일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한 데 이어, 영국은 지난 12일 3단계 규제안을 발표했고, 독일 정부 역시 지난 14일 코로나19 관련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벨기에, 스위스 등이 코로나19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아일랜드는 이날 최고 수준에 해당하는 5단계 봉쇄조치 계획을 내놨다. 비필수 소매업종 영업은 중단되고, 술집과 식당 등은 테이크아웃 서비스만 허용됐다. 아일랜드 시민들은 거주지에서 5㎞ 이내에서만 이동하는 등 이동 제한 규제도 내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달 말 발표되는 3분기 유로존 국내총생산(GDP)이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미 경제학자들은 4분기 전망치를 마이너스로 하향조정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국의 지난 2분기 GDP는 평균 11.8% 급감한 바 있다. 이후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해지며 곳곳에서 봉쇄조치를 해제하면서 3분기 경제가 되살아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4분기 다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서 GDP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수 있다는 것이다. 

알리안츠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카타리나 우터룀은 "코로나19의 2차 확산이 얼마나 무섭게 몰아치는지 믿을 수 없다"며 "우리는 몇몇 국가들이 4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또 한번의 불황 역시 분명히 가능하다"고 우려했다. 

지플러스이코노믹스의 레나 코밀레바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코로나19가 되살아나고 이에 따른 영업중단, 투자심리 위축 등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유럽국가들의 더블딥 시나리오를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3월과는 다르다...재정적자도 1조유로 육박

유럽국가들은 이미 지난 2분기 코로나19로 인해 한차례 경기 침체를 겪은 바 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3월 정점 대비 3배 가까이 급증하는 등 공중보건상 심각성이 대두된 점도 문제지만, 이미 지난 2분기에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상당한 돈을 퍼부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코로나19로 인한 봉쇄조치로, 많은 이들이 일시적 혹은 영구적인 실직을 하게 되는데, 이들을 구제할만한 충분한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날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공개한 유로존 19개국 예산안에 따르면 올해 회원국들의 총 재정적자는 유로존 GDP의 8.9%인 9760억유로로 확대된다. 이는 지난해 재정적자보다 무려 10배 가까이 폭증한 수준이다. 

재정적자가 폭증하는 상황에서도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충격 완화가 시급한 만큼 유럽 국가들은 가능한 재정을 총동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니크레딧의 마르코 발리 이코노미스트는 "각국 정부는 경제를 지원하고, 장기적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필요한 모든 지출을 계속 유지하는 것 밖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오는 12월 긴급 채권 구매 프로그램에 5000억유로를 추가해 경제를 지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이같은 조치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피해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FT는 "EU가 계획한 7500억유로 경제회복 기금은 여전히 논의중으로, 전문가들은 1년 이내에 이 돈이 풀리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알리안츠의 루도비치 수브란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될수록 재정적인 지원을 어떻게 배분할지에 대한 결정이 정치적으로 변질될 수 있다"며 "절실한 경기부양책 합의가 지연되고 있는 미국의 상황을 보더라도 이같은 상황은 예상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럽경제 해답은 코로나19 수습 뿐"

만일 유럽 정부들이 지원책을 내놓는다 하더라도 경기회복 지연을 막아내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봉쇄조치가 더 심화될 경우 현금지급 등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이것이 소비로 연결될 가능성은 극히 미미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행정부는 지난 4월부터 성인 1인당 1200달러, 17세 이하의 자녀 1명당 500달러의 현금을 지급했으나, 소비가 아닌 저축률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지난 8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금을 지급받은 이들 중 15%만이 대부분 지출했거나 지출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나머지인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미래를 위해 저축하거나 빚을 갚는데 썼다고 답했다.

에릭닐슨 유니크레딧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로 인해 겁을 먹은 사람들이 집에만 있으면 예방적 저축이 다시 늘고, GDP 또한 마이너스로 밀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기회복이 3개월 가량 지연된다면, 겨우 터널을 빠져나온 일부 중소기업이나 관광업계는 다시 도산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그리스 등 관광에 의존하는 국가들이 많은 유럽 경제 특성상 코로나19로 인한 재봉쇄 조치는 이들 경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AP통신은 "유럽의 주요 항공사들은 올 겨울 예년의 약 40% 수준만 운항할 예정이며, 추가로 운항 횟수를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독일 국적의 유럽 최대 항공사인 루프트한자는 지난달 말 조종사 1100여명을 감원키로 했다. 루프트한자는 지난 6월 600명의 조종사를 해고한 바 있는데, 또다시 2배 가까이 늘어난 감원을 단행하는 것이다. 영국의 대형 항공사인 브리티시 에어웨이와, 다른 항공사들도 코로나19 이전 상황으로 되돌아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 수만개의 일자리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봉쇄조치에 나서지 않는다 하더라도 코로나19가 가파르게 확산되고 있는 점은 소비심리를 크게 위축시키기 때문에 상점들이 영업을 중단하거나 운영시간을 줄일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브란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경제의 진로는 보건위기에 달려있다"며 "코로나19가 수습돼야만 경기 또한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9월 유로존 서비스업 PMI 지수가 다시 50 아래로 떨어지면서 더블딥 우려를 안기고 있다. 자료=IHS마킷, FT
9월 유로존 서비스업 PMI 지수가 다시 50 아래로 떨어지면서 더블딥 우려를 안기고 있다. 자료=IHS마킷, 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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