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Q 실적] 금융지주, 3분기 실적 선방?..."4분기 이후가 걱정"
상태바
[3Q 실적] 금융지주, 3분기 실적 선방?..."4분기 이후가 걱정"
  • 양소희 기자
  • 승인 2020.10.20 18: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끌·빚투' 신용대출 급증...30대 가장 많아
KB금융, 2Q 이어 3Q도 '리딩금융' 지위 유지
신한금융·하나금융 비은행 부문 실적 좋을 가능성 높아
우리은행, 아주캐피탈 인수...비은행 부문 약세는 '여전'
은행업종 3분기 실적이 신용대출 급증 등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미지=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양소희 기자] 은행업종이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주식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사들은 주요 금융지주들이 신용대출 급증 등의 영향으로 3분기에 전분기보다 개선된 실적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 흐름이 4분기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코로나19로 해외지점 설립은 물론 신규사업 진출이  취소되거나 미뤄지고 있는데다, 신용대출 증가에 따른 대손비용 증가 등이 부담이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는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지주 등에 대한 3분기 실적 전망치를 발표했다.

에프엔가이드는 올 3분기 KB금융과 우리금융이 전분기 보다 실적이 호전될 것으로 예측한 반면,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전년도 호실적에 따른 기저효과로 뒷걸음질칠 것으로 예상했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 3분기 KB금융지주는 순이익이 97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하고, 우리금융지주는 5407억원으로 1.2%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신한금융은 전년동기대비 11.8% 줄어든 9247억원,  하나금융은 23.6% 감소한 6473억원으로 전망했다. 

전분기 대비로는 신한금융은 순이익이 5.9%, 우리금융 280%는 증가한 반면, KB금융(-0.24%), 하나금융(-5.8%)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 3분기 '영끌·빚투' 신용대출 급증 

자료=각 은행·금융감독원·김상훈 의원실

금융지주들의 주력 계열사인 은행들은 올 3분기 신용대출이 급증하면서 선방한 모습이었다. 실제 통계상로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세대별 신용대출 개설 현황은 급증했다.

은행권이 대출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유지했고, 신규상장 공모주 열풍도 더해진 덕분에 투자 대출 수요가 몰렸다. 국내 5대 시중은행의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8월 기준 한 달만에 4조원 이상 급증했다.

신용대출을 가장 많이 받은 연령대는 30대다. 지난달 19일 국회 교통위원회에서 공개한 3년여간 5대 시중은행 신규 신용대출 현황'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신규 신용대출 141조9000억원 가운데 33.3%에 달하는 47조2000억원을 30대가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는 8개월만에 13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3% 급증했다.

40대는 44조6000억원(31.4%), 20대는 14조2000억원(10.0%)을 대출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내집마련을 위한 '영끌'과 주식 투자를 위한 '빚투'가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영끌'은 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한다는 뜻이고 '빚투'는 빚을 내서 하는 주식투자를 의미한다.

주식을 사기 위한 대기자금 성격이 강한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이 최근 60조원을 돌파했다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한 관계자는 "신용대출을 줄이려면 금리를 올려야 하는데 코로나 상황에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하할 가능성마저 언급되고 있는 상황이라 금리 인상은 당분간 쉽지 않아 보인다.

KB금융, 2Q 이어 3Q도 '리딩금융'

2분기 리딩금융을 차지했던 KB금융은 3분기에도 높은 수익을 거둘 전망이다. KB금융의 3분기 순이익 컨센서스는 9794억~9901억원 사이로 전년동기 대비 4.1~5.3%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비은행권 포트폴리오를 넓혀가는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KB금융은 최근 푸르덴셜생명을 자회사로 편입하며 관련 염가매수차액을 2000억원 달성했다.

염가매수차액이란 원래 가치보다 현저하게 낮은 가격으로 매수하면서 생긴 차액을 의미한다. KB금융은 사모펀드 이슈에서 비교적 자유로워 4분기까지 이런 흐름을 이어가면 호실적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강혜승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KB금융의 3분기 강세 요인으로 ▲견실한 자본력 ▲다변화된 사업 포트폴리오 ▲비유기적 성장 모멘텀 ▲이익 안정성 보유를 꼽았다. 강 연구원은 "KB금융이 1~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려 요인이던 비은행 자회사의 수익성을 회복했다"고 밝혔다. 

KB금융은 지난 2분기 당기순이익 9819억원을 기록하며 컨센서스를 14.2% 상회한 바 있다. 기타영업손익이 회복됐고, 수수료 및 보험손익이 개선된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신한금융, 무난한 3Q...계열사 실적 호조 

신한금융의 순이익 컨센서스는 92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8% 감소한 전망치다. 다만 지난해 호실적에 따른 기저효과가 반영돼 상대적으로 낮아 보이는 것일 뿐, 은행의 이자수익 성장은 양호할 것으로 전망했다. 증권위탁수수료, IB수수료 수입실적도 전년대비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강 연구원은 "신한지주의 경우 대규모 충당금 비용이나 판관비 특이 요인이 없었기 때문에 본래 경상기준 이익 체력을 낼 것"이라며 "은행 순이자마진을 제외한 다른 지표들, 즉 계열사들로부터 실적 호조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모펀드 이슈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것은 부담이다. 신한금융은 우리금융과 함께 환매중단 사모펀드를 가장 많이 팔았다. 

금감원이 국정감사에 돌입하며 대규모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 운용사와 금융투자 최고경영자들에 대한 제재안을 언급한 만큼 판매사인 은행들도 문책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은행 판매사들에 대한 제재심 개최일은 다음달로 넘어간 상태다.

하나금융, 가계 일반대출 성장률 가장 높아

하나금융의 순이익 컨센서스는 6473억원으로 전년 대비 23.6%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원화대출 중 가계 일반대출의 성장률이 가장 높을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비은행 계열사들의 이익이 2분기에 이어 3분기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연구원은 "하나금융지주가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3분기 연속 6000억원대 순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라며 "증권브로커리지수수료수익이 2분기 대비 30% 가까이 증가하고, 2분기에 이어 환율이 하락함에 따라 비화폐성 환차익이 500억원 이상 반영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순이익이 7000억원을 넘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선제적인 충당금 적립 가능성이 있었으나 타 은행과 마찬가지로 4분기에 적립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금융, 3Q 양호하나 비은행 열세 극복해야

우리금융 순이익 컨센서스는 54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전 분기 대비로는 28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김한이 KTB증권 연구원은 "우리금융이 전분기 비이자손실, 세전 3625억원의 사모펀드, 경기전망 관련 추가 비용 등에 따른 기저효과로, 3분기부터 정상화돼 금융지주 가운데 분기 실적 증익폭이 가장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름의 선방이긴 하지만 비은행 부문 포트폴리오가 약한 상태에서 은행업 역시 잇따른 사모펀드 사태로 비이자수익이 나빠진 상황이라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이지 못하다는게 금융투자업계의 분석이다. 

우리금융의 은행 의존도는 상반기 기준 83%로 62% 수준인 신한금융에 비해 21%포인트 높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 역시 "현재와 같은 초저금리 시대에서 은행 이익 체력만으로는 지주 실적을 지키기가 어렵다"며 "비은행 부문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금융이 연내 숙원 사업이어던 아주캐피탈 인수를 조만간 마칠 예정이어서 4분기에는 관련 이익이 1000억원 가량 반영될 수 있다. 4분기에는 대손충당금을 제외한 특별한 비용 반영이 없을 것으로 예상돼 전체적인 이익실현 추정액이 5000억원 이상으로 잡힌다.

금융지주의 주력 계열사로 꼽히는 증권사와 보험사가 부재한 우리금융이 현재 자본 확충에 돌입한만큼 적극적으로 인수합병에 나설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주요 금융지주 3분기 실적 공시 예정일. 
주요 금융지주 3분기 실적 공시 예정일. 

신용대출 규모 감소·잠재 부실 비율은 부담

금융지주들순이익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신용대출 규모는 점차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의 공모주 경험으로 개인 투자자들도 학습효과가 생겼다"며 "관련 열풍이 덜해짐에 따라 신용대출 규모도 차츰차츰 줄어드는 모양새를 보일 것" 이라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4분기 실적이 지난 2, 3분기만큼 좋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다가오는 '대출 보릿고개'도 문제다. 급증하는 신용대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최근 은행권은 '신용대출 조이기'에 들어가며 신용대출 금리 인상과 한도 축소를 택했다. 이런 방식으로 국내 은행들은 연말까지 가계신용대출 증가폭을 월 2조원대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코로나19 장기화에 공모주 열풍 등이 한참 심하던 지난 6~8월 신용대출 규모가 매월 3조~5조원씩 늘었던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줄어든 규모다.

금융당국 역시 가계 대출 규모를 줄이기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확대를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머지않아 DSR의 확실한 그림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DSR은 갚아야 하는 모든 대출의 원금과 이자를 합친 금액이 연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하기 때문에 가계 대출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올해 선방했던 금융지주들의 실적이 내년에는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은행은 비이자부문의 회복 부진과 대손비용의 증가로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 급증한 신용 대출 규모 등을 고려해보면 금융업 전반에 걸친 건전성 지표는 일부 착시효과를 반영하고 있다. 잠재 부실에 대한 비율도 점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대출 만기연장, 이자상환 유예, 각종 규제비율 유연화 조치 등이 나오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이 관계자는 "정책을 통해 은행들의 대출 여력과 자산 건전성이 어느 정도 관리되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잠재적인 리스크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런 정책들이 일단락되는 내년 6월 이후를 대비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보면 "대손비용부담이 계속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