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지역구분 무의미?...'노도강'·'금관구'도 10억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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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지역구분 무의미?...'노도강'·'금관구'도 10억시대
  • 손희문 기자
  • 승인 2020.10.19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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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방, 2016년이후 국토부발 아파트 실거래가 분석
부동산정책이후 강남 눈치보기 장세 이어진 사이...
노원·도봉·구로·강북구 등 6개지역서 10억 아파트 거래

[오피니언뉴스=손희문 기자] 서울 고가 아파트 거래가 시들해졌다고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상향 평준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직방이 2016년이후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아파트 실거래가 분석 자료에 따르면 강남권의 경우 눈치보기 장세가 연출되며 아파트의 매매거래가 줄어들었다. 강남권 아파트 가격이 대부분 10억원대 이다보니 이 지역을 중심으로 10억원대 아파트 매매가 주춤거리는 듯한 모습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강남권 매매가 감소한 사이 강남권 이외지역에서 10억원대 신규 매물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안에서 상대적으로 집값 약세지역이었던  금천구·관악구·구로구·노원구·도봉구·강북구 등 6개구에도 10억원대 아파트가 등장했다. 

고가주택보다는 주로 중저가의 주택이 운집해있어 신혼부부나 자금여력이 부족한 수요층에게 인기가 많았던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와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에서도 속속 10억원 대 아파트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 6개 지역은 지난 2016년 10억원 이상 거래비중이 0%였으나 2020년에는 모든 곳에서 거래가격이 10억원 이상인 아파트가 출현했다.

이들 지역에서 10억원을 넘어서며 가격상승을 이끈 곳은 소위 ‘대장주’ 또는 동네 ‘대표단지’로 불리우는 곳이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조회 시스템에 따르면 금천구 독산동 ‘롯데캐슬골드파크1차’의 중소형 평형이 지난 7월 처음으로 매매가가 10억원을 넘어섰다. 단지는 2016년 11월에 입주해 5년이 지난 준신축 아파트다.

단지의 전용면적 72㎡(6층)는 지난 7월 25일 10억1500만원에 거래됐다. 2년 전인 2018년 8월에는 비슷한 층(5층) 매물이 7억원에 거래됐다.

같은 단지 전용 85㎡(15층)는 지난 2월 4일 처음으로 10억원에 거래된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해 지난달 10일 16층 매물이 11억5000만원에 손바뀜했다. 같은 기준으로 2년 전 실거래가는 7억9000만원(29층)이었다.

롯데건설이 금천구 독산동에 조성한 4400여가구의 주거시설인 ‘롯데캐슬 골드파크’ 조감도. 사진제공=롯데건설
롯데건설이 금천구 독산동에 조성한 ‘롯데캐슬 골드파크’ 조감도. 사진제공=롯데건설

관악구의 봉천12-1,2구역을 재개발한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2차’도 상황은 비슷하다.

10억원을 돌파한 기점은 지난해 말이었다. 전용 85㎡(5층)는 지난해 12월 29일 10억에 거래됐다. 이후 올해 상반기인 6월까지는 동과 층에 따라 10억5000만원~11억원대를 보였다. 

지난달 17일에는 6층 매물이 13억원으로 신고가를 경신했다.

노원구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신축아파트가 많이 없어 재건축 연한이 육박한 구축 아파트 대형평수 중심으로 10억원을 넘는 가격대를 보였다.

중계동에 위치한 ‘중계대림벽산’은 전용 102㎡가 지난 8월 31일 11억7000만원(3층)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직전 평균 실거래가는 9억원대로, 지난 2월에 9억1700만원(8층)과 8억8700만원(1층)에 각각 손바뀜했다.

이 단지는 지난 1993년에 지어져 28년의 연식을 가진 꽤 오래된 아파트로, 6개동 최고 15층 총 400세대 규모다. 중계동 학원가가 몰려있는 것으로 유명한 '은행사거리'와 가까워 강북권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학군을 찾아 이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했던 아파트다. 

강북구에서는 미아동 '꿈의숲해링턴플레이스' 전용 84㎡가 지난달 11일 10억2000만원에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6월 10억원에 거래된 미아동 '송천센트레빌' 전용 84㎡에 이어 강북구에서 두 번째로 10억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된 단지다.

◆ 10억 이상 아파트... 과거엔 '대형' 지금은 '중형'

과거 10억원이상 거래되는 고가아파트는 강남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대형면적에 한정돼 있었다.

하지만 이처럼 서울의 아파트 값이 비싸지면서 동일한 예산으로 구할 수 있는 아파트 크기는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성동과 강동, 금천 등은 10억원 이상 거래아파트의 면적이 국민주택규모에 근접해 있고, 동대문과 서대문, 마포도 점점 대형에서 중형으로 내려오는 중이다.

지난 2016년까지 10억원 이상 거래된 아파트의 평균전용면적은 123.09㎡였으나 2020년에는 98.28㎡로 처음으로 100㎡선 아래로 내려갔다. 이제는 10억원이라는 가격이 고가아파트나 대형아파트가 아닌 서울의 평균아파트 가격으로 자리매김해 가는 중이다.

이제는 10억원으로 국민주택규모(85㎡)정도의 중형 아파트를 구하는 게 일반적인 상황일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렇게 서울 중저가 지역의 가격은 꾸준히 상승하며 '10억원' 키 맞추기를 하는 상황이지만 10억원 이상 고가아파트의 매매거래량은 반대로 나타났다.

직방이 국토교통부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최고 24.6%를 기록했던 10억원이상 아파트 거래비중이 올 들어선 22.8%로 떨어졌다.

고가주택에 대한 대출규제, 보유세 강화, 재건축 사업의 부진 등으로 고가주택이 밀집한 강남·서초 지역의 올해 거래량 감소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10억원 이상 고가아파트 거래비중이 감소하는 면에서 일부 시장의 안정세라는 시각도 있지만, 아직 안정 시그널로 보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선 거래비중의 감소가 시장가격이 하락한게 아니라 강력한 규제 등으로 강남과 서초 등 주요지역의 거래시장이 위축된 영향이 더 크기 때문"이라며 "(규제가) 해제되면 언제든 다시 급등해 시장이 불안정해질 수 있는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함 랩장은 "현재와 같은 규제기조를 유지하기보다는 거래시장으로 실수요자들을 유도하고 매도자들은 탈출구를 마련해주는 유연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저가 아파트는 여전히 수요자가 유입되고 있다"며 "현재 서울의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산발적인 최고가 경신이 계속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윤 연구원은 "강남권 아파트 거래가 줄어든 가운데 비강남권에서 중저가 아파트들의 상향평준화가 진행되는 중"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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