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민 변호사의 IT와 법] 전기차 '코나' 화재사고...책임은 누구에게
상태바
[김정민 변호사의 IT와 법] 전기차 '코나' 화재사고...책임은 누구에게
  • 김정민 변호사
  • 승인 2020.10.20 16: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터리 셀' 만든 LG화학이냐 vs BMS 제어 제조한 현대차냐
현대차, 리콜 통지문에서 "BMS 업그레이드" 밝혀
BMS는 소프트웨어....제조물책임법으로 책임 묻기 어려운 점도
김정민 변호사
김정민 변호사

[김정민 변호사] 현대차의 '코나' 전기차 화재에 대한 책임 공방이 격해지고 있다. 대량 생산되는 제품에 결함이 있는 경우, 제작사는 그 결함과 관련된 책임을 지는 것은 물론, 기업의 이미지 손상도 걱정해야 한다.

지난 2018년 BMW는 디젤차의 화재 사건으로 판매량이 급감하고 회사 이미지에도 크나큰 손상을 입은 바 있다. 이미지 손상은 기업의 주가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이번 사태도 현대차나 배터리를 공급한 LG화학의 주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코나 전기차 화재 사건이 언제, 어떻게 마무리 될지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이 사건을 두고 기술적 관점과 법리적 관점에서 중요한 포인트 몇 가지를 짚어볼까 한다.

사안을 먼저 정리해보면, 코나 전기차와 관련해 지난 2018년 5월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13건의 화재가 발생했고, 지난 8일 현대차는 국내에서 2만5564대를 리콜하기로 결정했다. 국토교통부와 자동차안전연구원은 화재 원인에 대해 ‘배터리셀 내부 분리막 손상’이라고 발표했고, 분리막 손상은 제조 과정 문제라고 했다. 또한 국토부는 "배터리셀 제조 불량으로 인해 내부 합선으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제조 공정상 품질 불량으로 양극판과 음극판 사이에 있는 분리막이 손상된 것"이라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이와 같은 국토부와 현대차의 설명에 LG화학은 즉각 반박 성명을 내고 “화재의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으며, 현대차와 공동으로 실시한 재연 실험에서도 화재로 이어지지 않아 분리막 손상으로 인한 배터리셀 불량이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자칫 배터리셀의 결함으로 몰고 가려는 움직임에 대해 LG화학이 적극적으로 방어하는 모양새다.

기술적 관점에서 접근해보면

자동차는 이미 거대한 전자제품이 된지 오래다. 혹자는 테슬라의 전기차를 두고, ‘컴퓨터에 바퀴를 단 제품’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이미 자동차는 전자제품을 넘어 컴퓨터에 가깝게 되었다. 내연차는 엔진과 트랜스미션 등의 동력계와 여기에 들어가는 수많은 부품들과 오일이 복잡하게 얽혀 핵심을 이루는 반면, 전기차는 배터리와 모터로 동력계가 이루어져 그 구조가 비교적 단순하다. 그러나 이러한 단순함 이면에는 '배터리 열관리'라는 복병이 숨어 있다. 내연차도 엔진과 미션 및 오일의 열관리가 핵심인 것처럼, 전기차도 배터리 열관리가 자동차의 성능과 주행거리, 내구성에 큰 영향을 끼친다.

배터리 열관리의 핵심을 담당하는 것이 'BMS(Battery Management System)'다. 전기차 배터리는 하나의 큰 배터리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수천 개의 배터리셀로 배터리 팩을 구성하기 때문에 각각의 배터리셀을 관리하는 BMS 제어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일례로 테슬라는 초기에 지름 18mm의 원통형 배터리셀(18650) 444개로 1개의 배터리 모듈을 만들고 이런 모듈 16개를 합쳐 모델S의 배터리 팩을 만들었다. 총 7104개의 배터리셀이 탑재되었다.

테슬라 모델S 배터리 구조.
테슬라 모델S 배터리 구조.

문제는 수천 개의 배터리셀의 상태가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처음에는 비슷한 성능과 상태의 배터리셀이라도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면서 그 상태가 제각각이 된다. 수천 개의 배터리셀에 동일한 전압과 전류를 흘리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배터리가 탑재된 위치와 환경에 따라 각 셀의 상태가 달라질 수 있다. BMS는 각각의 배터리셀을 ①관리하고, ②충전상태를 예측하며, ③고장을 진단하고, ④냉각을 제어하고 파워를 제한·차단하는 등 제어를 한다.

‘배터리셀의 관리’는 각 셀의 전압을 밸런싱해 전압을 조절하고 배터리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관리해 주는 것을 말한다. 1개의 배터리셀이 고장나거나 성능이 저하되어도 셀 밸런싱을 통해 주변 셀과 함께 동일한 성능을 계속 낼 수 있게 해 배터리 모듈과 팩의 수명 및 효율을 유지할 수 있다. 배터리셀 관리를 위해, 각 셀에 전류센서와 온도센서를 부착해, 전류센싱을 통해 각 배터리의 충·방전을 제어하고, 과전류, 저전류 상태를 진단·교정하며, 온도센싱을 통해 배터리 모듈의 과온, 저온을 진단·관리한다.

또한 BMS는 배터리셀의 전류, 전압, 온도 등을 센싱해 충전상태(SOC : State of Charge)를 예측해 배터리셀의 완충여부 및 현재 배터리 잔량을 확인한다. 이 SOC의 핵심은 가용 영역의 설정이다. 예를 들어 배터리의 제조상 성능이 0~100이라면 SOC는 10~90으로 가용영역을 설정하는 식이다. 가용 영역을 벗어나면 BMS는 배터리셀을 보호하기 위해서 더 이상 충·방전이 되지 않도록 ‘파워 제한’을 한다.

실제로 배터리 안전성의 핵심은 ‘진단’과 ‘제어’다. 이 과정은 과/저전압, 배터리셀 및 각종 센서의 고장, 단선/단락, 냉각 모듈 및 통신 모듈의 고장을 검사하고 데이터를 제어기에 보내 제어하는 과정이다. 배터리는 충·방전 과정에서 과열될 우려가 있는데 BMS가 수냉식 또는 공냉식 냉각장치를 제어해 과열을 방지하는 것이 ‘냉각 제어’이다.

‘파워 제한’은 배터리의 과충전, 과방전을 방지하는 기능인데, SOC가 가용 영역을 초과하면 더 이상 충전되지 않게 막아주고, SOC가 가용 영역에 미달하면 더 이상 방전되지 않도록 제어한다. 극단적인 경우 위험한 고장이 발생하거나 배터리가 제어 범위를 넘기게 되면 전원공급을 아예 차단시키기도 한다.

이렇듯 BMS는 배터리셀과 모듈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이에 맞게끔 정밀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전기자동차의 배터리가 과열되어 발화될 가능성은 모두가 알고 있는 위험이다. 다만 이를 누가 더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제어하는지가 관건이다.

이번 '코나 전기차 사건'에서 국토부의 발표대로 분리막 손상이 원인이라면 배터리셀 자체의 문제이고 최종적인 책임은 LG화학이 부담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LG화학은 현대차 BMS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 BMS에 문제가 있고 과열이 발생해 분리막 손상으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현대차는 리콜관련 고객통지문에서 “일부 배터리셀 제조 불량에 의한 내부 양극 단자부의 분리막이 손상되어, 완전히 충전한 후 음극(-)과 양극(+) 단자가 닿을 경우 내부 단락(합선)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고, 시정조치로 “BMS(고전압배터리 관리시스템) 진단 강화 로직을 적용한 후 문제 발생 가능성이 있는 셀을 검출하고 배터리팩을 교환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주차중 및 충전중 이상 징후가 있을 시 충전을 중단하도록 코나 전기차의 소프트웨어도 업그레이드 한다”고 했다.

코나 전기차의 배터리셀은 LG화학이 납품하지만, 셀을 배터리 팩 형태로 재가공하는 것은 LG화학·현대모비스 합작사인 HL그린파워라고 알려져 있다. 또한 BMS는 현대차 계열사인 현대케피코에서 만들어 납품한다.

여러 회사의 이해관계와 책임이 얽혀 있는 만큼, 이번 화재사건의 원인규명이 빠르게 이루어지긴 어려워 보인다. 기술적으로도 매우 어렵고 복잡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연관된 각 회사들은 사활을 걸고 이 싸움에 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싸움의 결과가 국내외 전기차 시장과 배터리 업계에 직간접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화재 발생으로 논란이 된 전기차 '코나'. 현대자동차는 자발적 리콜을 단행하기로 했다. 사진= 연합뉴스
최근 화재 발생으로 논란이 된 전기차 '코나'. 현대자동차는 자발적 리콜을 단행하기로 했다. 사진= 연합뉴스

법리적 관점에서 접근해보면 

TV, 자동차 등 대량생산되는 제조물에서 화재가 발생한 경우, 제조물책임법이 적용가능한지 먼저 생각해야 한다.  제조물책임은 손해가 제조물 자체에 한정되는 경우에는 물을 수가 없고, 확대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만 인정된다.

예를 들어 자동차 화재가 발생한 경우, 운전자와 탑승자가 미리 내려 피한 경우이거나 주차된 자동차만 전소되었다면 손해가 자동차 자체에 한정된 경우이기에 제조물책임법 적용은 어렵고, 민법상 손해배상청구만 가능하다. 반면 자동차 화재로 운전자, 탑승자 또는 다른 제3자가 다쳤다면, 이는 확대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이 경우에는 제조물책임법이 적용된다.

제조물책임은 제조업자가 제조물의 결함으로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손해를 입은 자에게 그 손해를 배상하는 책임으로 요약된다. 여기서 제조물은 부동산을 제외한 동산을 의미하며, 제조업자는 제조자, 가공자, 수입자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제조물책임에서 가장 다툼이 큰 것이 ‘결함’인데, ‘결함’이란 해당 제조물에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정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을 말한다. 제조물책임법은 결함 유형을 ①제조상의 결함, ②설계상의 결함, ③표시상의 결함 등 3가지를 예시하고 있다.​ 이런 결함은 기술적으로 밝혀지는 부분들이다.

실제 법정 다툼에서는 결함 여부와 면책사유의 인정여부가 주로 문제가 된다. 배상책임자가 ‘해당 제조물을 공급한 당시의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결함의 존재를 발견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나 ‘결함이 제조업자가 해당 제조물을 공급한 당시의 법령에서 정하는 기준을 준수함으로써 발생하였다’는 사실이 인정되면 책임을 면할 수 있다. 특히 원재료나 부품을 제공한 자의 경우, ‘그 원재료나 부품을 사용한 제조물 제조업자의 설계 또는 제작에 관한 지시로 인하여 결함이 발생하였다는 사실’이 인정되면 책임을 면할 수 있다.(제조물책임법 제4조 제1항).

최근에는 소프트웨어 결함이 문제가 된 경우, 제조물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이 아닌가에 대해 논란이 있다. 무형물인 컴퓨터 프로그램, 소프트웨어 자체는 동산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오작동(프로그램 오류)으로 인해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제조물책임을 묻지 못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에 대해 미국에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됐다. 대체로 소프트웨어와 물리적 부품이 별도로 분리되는 경우와 부품이 소프트웨어와 일체로 장착되어 있는지를 구분해서, 전자는 제외하고 후자만 제조물책임을 적용하되, 소프트웨어 결함에 대한 제조물책임 적용범위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코나 전기차 화재' 사고는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코나 전기차 사례로 돌아가 보면, 배터리셀의 제조와 전기차 제조 과정에 ‘배터리 패킹’과 ‘BMS’가 필수적으로 들어있다. 즉 코나 전기차 화재의 원인은 크게 배터리셀의 문제, 배터리 패킹의 문제, BMS의 문제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물론 1가지 원인이 아니라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배터리셀 자체가 일반적인 사용 상황에서 문제를 일으킨다면 이는 LG화학이 책임질 문제이다. LG화학이 반박문에서 ‘재연 실험에서 화재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만약 배터리셀이 현대차가 요구하는 성능을 모두 만족하고, 현대차가 설계하고 제작지시한 그대로 LG화학이 배터리를 제작해 납품하였다면 LG화학에 책임을 묻기는 힘들 것이다.

다수의 전문가는 BMS의 문제일 가능성을 높게 보는데, 만약 BMS에 문제가 있다면  현대케피고와 현대차에게 책임이 돌아갈 것이다.

전문가들은 예전부터 코나 전기차의 뛰어난 효율성에 주목을 해왔는데, 주요 전기차 중 배터리 용량대비 주행가능 거리가 테슬라 차량 다음으로 높다는 사실 때문이다. 심지어 내연차 플랫폼 기반의 코나 전기차는 같은 LG화학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볼트 전기차에 비해 더 멀리 간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코나 전기차의 BMS가 배터리의 가용 영역을 넓게(반대로 얘기하자면 배터리 안전 마진을 좁게) 설정했을 것으로 의심한다. 즉 다른 전기차는 0~100 성능의 배터리를 가용 영역 20~80으로 제한해 앞뒤 20%의 버퍼(안전 마진)를 설정하는데 코나는 15~85로 가용 영역을 설정해 안전 마진을 줄인게 아니냐는 의심이다.

또한 현대차는 리콜 시정조치 내용에서 "‘진단 강화 로직’을 적용해 화재발생 가능성이 있는 셀을 검출하고 배터리 팩을 교환하겠다, ‘주차중은 물론 충전중 로직을 신규 적용’해 이상 징후가 있을시 충전이 중단되게 하겠다"고 했다. 이 시정조치는 BMS의 업그레이드를 의미하고, 고객에게 BMS의 업그레이드로 화재 방지가 가능하다는 의미로 전달될 수 있다.

국토부와 자동차안전연구원, 관련회사들의 앞으로의 대응을 지켜봐야 하지만, 신속히 해결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자동차의 화재 등 안전 문제는 탑승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것이므로 반드시 결함과 원인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그 진행 과정에서 기술적 관점에서도 물건(동산)을 설계하고 제조한다는 과거의 관점에서 벗어나 BMS 등 소프트웨어 결함도 중점적으로 살펴야 한다. 이를 위해 소프트웨어의 결함에 관한 연구와 법제도 정비도 필요하다.  

우리 제조물책임법에는 지난 2018년 4월 19일부터 '제조업자가 제조물의 결함을 알면서도 그 결함에 대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결과로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손해를 입은 자가 있는 경우에는 그 자에게 발생한 손해의 3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배상책임을 진다'는 징벌적 손해배상 내용이 추가되었다(제3조 제2항). 기업이 사업을 영위함에 있어, 결함에 대한 발견과 대처가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 김정민 변호사는 서울대에서 컴퓨터공학, 법학(부전공)을 공부했다. 4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했으며 IT기업 준법팀장을 거쳐 법무법인 로베이스 파트너변호사로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IT블록체인특위 대외협력기획 부위원장, 서울지방변호사회 기획위원회 위원, 한국블록체인법학회 정회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