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진원 칼럼] BTS를 소환한 정치권, K-정치로 응답해야
상태바
[채진원 칼럼] BTS를 소환한 정치권, K-정치로 응답해야
  •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20.10.18 09: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BTS의 성공비결은 '창조성과 진정성 있는 소통의 메시지'
지구촌 이웃 마음 위로하고 코로나로 힘겨워하는 사람들 다독여
한국의 정치, 혈연·지연·학연으로 얽힌 '가족주의'가 민주공화국 이끌려해
좌·우파, 진보·보수로 극한대립 ‘정치 지체현상’...여야정, ‘K-정치’ 비전수립 나서야
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전임연구원/교수] K-POP의 새 역사를 쓰며 한국의 국격을 높이고 있는 방탄소년단(BTS)이 뜻하지 않게 요즘 정치권의 입방아에 자꾸 오르내리고 있다. 여의도 정치권은 국정감사에서 BTS의 병역 특례 문제와 밴 플리트상 수상소감을 놓고 BTS를 소환하여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정치권의 모습을 어떻게 봐야 할까?

정치권 BTS 놓고 '불필요한 논란'

노웅래 민주당 최고위원이 BTS의 경제효과가 60조원에 이른다는 점을 내세우며 ‘대체복무’가 아닌, 활동에 제약이 없는 ‘병역특례’를 주장했다. 주무 부처인 국방부와 병무청은 ‘공평, 형평성’을 이유로 병역 혜택보다는 ‘입영 연기’를 고려중이라고 입장을 발표했다.

이에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 10월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BTS의 병역 문제를 정치권에서 계속 논의하는 것은 국민이 보기에 편치 못하고 본인도 원하는 일이 아니니 이제는 말을 아끼길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BTS 멤버들이 “병역은 당연한 의무”라며 군입대 소신을 여러 차례 밝혔음에도, 왜 정치권은 이 문제를 자꾸 키우는 것일까?

BTS는 ‘밴 플리트상’을 수상하면서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으로 우리는 양국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많은 남성과 여성의 희생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것에 중국 내티즌들이 “전쟁 당시 중국의 희생을 무시했다”고 반발하자 여기에 정치권이 개입하면서 논란이 벌어졌다. 왜 정치권은 네티즌간에 벌어진 일에 개입하여 논란을 키우는 것일까?

김현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정치적으로, 상업적으로 이용가치가 있을 때는 앞다퉈 친한 척하고 챙기는 듯하더니 곤란한 상황에 닥치니 기업은 겁먹고 거리두고, 청와대도 침묵하고, 군대까지 빼주자던 여당도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신동근 민주당 최고위원은 “정부가 어떻게 했어야 한단 말이냐, 정부가 나서서 갈등을 더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은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정치인이라면 무엇보다 외교 사안에 대해 무책임하게 아무 말이나 하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현 정치권이 보여주고 있는 정쟁의 모습은 BTS가 창조하고 있는 혁신과 진정성의 세계와는 너무 대조적이다. 한마디로 BTS의 모습과 다른 시대착오적인 구태(舊態)에 해당된다. BTS의 인기에 편승하려는 포퓰리즘 정책을 펴거나 이것을 정쟁의 도구로 이용하여 상대를 공격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현 정치권의 모습은 BTS가 애써 끌어올린 국격을 실추시키는 꼴본견의 전형이라는 점에서 매우 씁쓸하다. 이참에 BTS가 한국정치에 주는 시사점을 찾아보면 좋을 것이다. 특히, 우리정치권이 K-정치로 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성찰해야 한다. 우선 BTS의 인기와 성공배경에 대해 인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세계적 찬사를 받은 것에 이어서 BTS도 세계적 대기록을 남겼다. 최근 BTS는 신곡 ‘다이너마이트’에 이어서 ‘새비지 러브 리믹스’로 다시 한번 미국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시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이런 쾌거는 모두가 경탄하고 축하할 일이다.

지난 9월 19일 '제1회 청년의날'을 맞아 청와대에서 열린 기념식에 방탄소년단(BTS)이 청년대표로 참석, 청년들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 9월 19일 '제1회 청년의날'을 맞아 청와대에서 열린 기념식에 방탄소년단(BTS)이 청년대표로 참석, 청년들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정치권이 주목해야할 BTS 성공 비결

BTS는 K-POP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면서 한국의 ‘글로벌 국격(國格)’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국위를 선양하는 BTS의 모습은 대한민국의 자랑거리로 귀감이 되고 있다. BTS는 한국 시민의 자부심과 자긍심을 높여주고 있으며, 한국 시민이 세계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다.

그렇다면, BTS가 세계적 인기와 명성을 얻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칼군무와 가창력, 충성심 강한 팬덤, 소셜미디어 활용 등 여러 요인이 있다. 하지만 그 핵심에 그들만의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주는 아이템인 ‘창조성과 진정성있는 소통의 메시지’가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무엇보다 그들은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콘텐츠로 대중들과 진정성있게 소통한다는 점이다.

CNN 앵커 아마라 워커는 “대부분의 아티스트들은 러브송, 이별의 아픔 등을 노래하는데, BTS는 사회적 인식이 담긴 음악을 많이 발표했다. 자신들의 고민을 BTS가 표현해주기 때문에, 밀레니얼들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BTS는 사회적 배경과 상관없이 정체성, 포용, 학교에서 겪는 어려움 등 다양한 메시지를 다룬다. 이런 메시지가 BTS를 독특한 현상으로 만들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빛은 어둠을 뚫고 나가/ 니 눈속의 두려움 따위는 버려/ 무릎 꿇지 마라. 무너지지 마라”(‘NOT TODAY’ 가사). 나아가 “자신을 사랑하라(Love Yourself)”고 외친다. “우리 스스로 어떻게 삶을 바꿀 수 있을까. 스스로를 사랑해야 한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달라. 조금씩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나가자”(유엔총회 연설).

이런 가사들과 연설문처럼 BTS는 젊은이들의 고뇌와 상처, 자유를 대변하고 그들의 아픔을 위로한다. 사랑 타령을 주로 하는 다른 아이돌들과 다르다. 프랑스의 유력지 르 피가로는 BTS에 대해 “유튜브 세대의 비틀즈”라고 칭하며 “그 어떤 것도 그들의 승승장구를 멈추게 할 수 없을 것”이라 평했다.

영국의 BBC 뉴스도 BTS를 “21세기 비틀즈”라고 지칭했다. 비틀즈가 자유를 갈망하던 대중들에게 ‘자유와 반항의 아이콘’이 되어 주었던 것처럼, BTS는 디지털 신기술로 팬과 교류하면서 불안한 세대의 의구심과 희망을 공유하는 ‘동반자’가 되어 주었다는 것이다.

BTS가 주도하는 글로벌 열풍은 실제 한국의 국격을 높이면서 다른 영역에 선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곡 ‘다이너마이트’가 지구촌 이웃들의 마음을 풀어주고 위로하는 의미를 갖고 있듯이 코로나로 힘겨워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다독이고 있다. BTS의 선풍은 음악을 매개로 한 공감대가 얼마나 세계적 폭발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인지를 보여준 예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의 우리 정치는 어떠한가? 과연 한국문화처럼 세계에 내놓아도 부끄러움이 없을 만큼 자랑스러운가? 한국의 정치가 한국의 문화만큼 세계적인가? 그렇지 못하다면 그 근본적 원인은 무엇인가? 아쉽게도 21세기 한국정치는 그렇지 못하고 계속 조선시대 4색당파적 유습으로 인해 대립과 적대의 정치행태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진보든 보수든, 좌파든 우파든 정치권은 금수저 부모들이 획득한 지식과 권력과 부를 부모찬스를 이용하여 자식들에게 세습하기 위해, 공정의 사다리를 걷어차려는 욕망구조를 해결하지 못한 채 정쟁하면서 국민의 불신을 받고 있다. 이런 세습에 대한 욕망정치는 북한 김씨 일가의 왕조국가의 세습과 주식회사를 가족회사처럼 운영하는 한국 재벌가의 경영권 세습과도 유사하다.

이런 세습욕망과 이를 해결하지 못하는 모습은 우리 정치가 여전히 혈연, 지연, 학연 등의 연줄이 파벌이 되는 가족주의가 공적영역을 지배하는 ‘가족국가’(Family state) 단계에 머물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가족국가’가 민주공화국(Republic)을 지배하고 있기에 ‘가족국가’를 폐지하지 않으면, 민주공화국 단계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암시한다. 

최근 한국정치는 민주공화국 운영원리의 핵심인 ‘삼권분립의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문제점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평균적인 국민들의 정서와 이해를 대변하기보다는 당리당략속에서 자기지지 층만을 당파적(partisan)으로 대변하여 당심과 민심이 분리되고 있는 점이다. 국회의원들의 이런 당파적 대변은 ‘삼권분립의 원칙’에서 벗어난 것으로 적절하지 않다.

국회의원과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하지 않고, 통법부나 청와대 경호실 역할로 전락하는 것은 ‘당정청일체의 내각제 관행’으로 삼권분립의 대통령제와 충돌한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 삼권분립의 대통령제에서 의회와 대통령은 서로 견제와 균형의 관계이다. 삼권분립의 대통령제를 ‘당정청일체 중심의 내각제방식’으로 운영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삼권분립의 균형이 무너진다. 균형이 무너진 국회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정당화해주는 통법부로 전락하게 된다.

삼권분립이 잘 지켜지는 미국은 입법부인 여야 의회가 대통령의 행정부를 견제하는데, 한국은 민주당과 대통령과 청와대가 ‘당정청 일체의 내각제’처럼, 제1야당을 견제한다는 점에서 대조적이다. 연방정부인 미국은 지방정부들이 분권과 자치로 연방정부를 견제하는데, 한국은 중앙집권정부가 지방정부를 보조금 돈과 법으로 통제한다는 점에서 대조적이다.

한국정치의 불균형한 삼권분립과 파행적인 내각제적 운영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국회와 국회의원의 자율성이 획기적으로 제고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당공천의 민주화가 필수적이다. 국민경선제를 법제화해야 한다. 그리고 지방분권속에서 지방자치권과 주민자치권을 획기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개헌을 고려한다면 미국처럼, 연방과 삼권분립의 ‘순수대통령제’로 가야할 것이다. 

국민 통합을 목표하는 'K-정치' 비전 만들자

그렇다면 기생충과 BTS가 애써 끌어올린 한국의 국격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정치권은 무엇을 할 것인가? 대립과 정쟁의 정치문화를 중단하고 협치를 실질화 하는데 사활을 걸어야 한다. BTS가 우리 정치권에 주는 시사점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도 언급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7월 16일  제21대 국회 개원 연설에서 “이미 세계의 표준이 된 ‘K-방역’을 포함하여 우리 국민들은 민주주의, 경제, 문화, 사회 등 많은 분야에서 세계를 앞서가는 역량을 가지고 있습니다”라고 지적하며 “대결과 적대의 정치를 청산하고 새로운 ‘협치의 시대’를 열 것”을 주문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BTS를 비롯한 K-팝과 영화 <기생충>과 같은 K-콘텐츠 등 문화영역에 이르기까지 우리 국민의 역량과 성숙한 시민의식은 놀랍고도 존경스럽습니다. 이제 정치가 뒷받침해야 할 때입니다. 국민에 의해 ‘재발견’된 대한민국을 반석 위에 올려놓아야 합니다”라고 했다.

계속해서 문대통령은 “국민들께서 모아주신 힘으로 코로나를 극복하고, 나아가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를 만들 소명이 21대 국회에 맡겨졌습니다. 그 역사적 과업에 필수적인, ‘국민통합’을 이끄는 중심이 되어주시길 바랍니다. 정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우리 정치는 극심한 대립과 반목으로 상대방을 대화의 상대가 아니라, 타도와 괴멸의 대상으로 여긴지 오래다. 사실상 내전상태를 연출하고 있다. 이는 비단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그들을 지지하는 극렬지지자나 열성지지자도 마찬가지다.

영화와 음악, 방역 등 한류 문화가 세계를 석권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정치적으로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의 극한 대립으로 국론 분열이 지속되고 있다. 문화 예술이 세계 속에 저만큼 앞서 가고 있는데 유독 정치 부문만은 ‘정치지체현상’을 빚고 있다. 이번 기회에 여야정이 함께 모여 ‘K-정치’의 비전수립에 대해 토론하고 합의안을 도출하는 데 힘을 모야야 할 것이다.

● 채진원 박사는 비교정치학 전공으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공화주의와 경쟁하는 적들」(2019), 「무엇이 우리 정치를 위협하는가」, 「노무현의 민주주의(공저)」,「정당정치의 변화, 왜 어디로(공저)」등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