昏庸無道의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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昏庸無道의 한국경제
  • 한용주 컬럼니스트
  • 승인 2015.12.27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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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전략과 구조개혁 모두가 필요하다

한용주 경제전망 칼럼니스트

 

대학교수들이 올 한해를 되돌아보는 사자성어로 '혼용무도(昏庸無道)'를 꼽았다. 혼용무도는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가 세상을 어지럽힌다는 뜻으로 논어의 '천하무도(天下無道)'에서 유래했다.

경제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올해의 한국경제도 혼용무도였다. 실상은 올 한 해만의 문제는 아니다. 왜냐하면 경제문제를 연이어 보아야지 한해 한해 분리해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 했다. 널리 유능한 인사를 구해 활용해야 하는데 그저 말 잘 듣는 인사로 채운 결과인 것이다.

정부의 경제정책만 따로 떼어 놓고 보면 정작 중요한 사안은 방치되었고 불필요한 사안에 시간과 노력이 낭비되었으며 정책 시행순서도 앞 뒤가 바뀌었다.

세계경제는 무한경쟁이다. 기업간 사활 경쟁에 더하여 국가간에 치킨게임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현실 속에서 우리 정부는 필승 성장전략이 없다. 5천만 인구의 나라가 13억 인구와 대적하기 위해서는 통상적인 전면전은 불리하다. 무한경쟁 시대에는 승자독식주의다. 즉 정글과 야생의 법칙인 것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 폰 시장에서 수익의 90%를 애플이 독식한다. 나머지 10%를 삼성전자를 비롯한 모든 업체가 나누어 갖는다.

인구와 자원이 한정된 나라는 가장 잘 하는 분야를 몇 개만 선정하여 집중적인 투자와 육성으로 그 몇 개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면 모든 분야에서 2위를 하는 것보다 더 많은 부를 차지할 수 있다. 즉, 무한경쟁 시대에선 기업뿐 아니라 국가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미래 유망산업을 각 분야 마다 선정해서 골고루 지원하는 방식으로는 무한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집중적으로 육성하여 독보적인 경쟁력을 만들어 내는 필승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국가경제가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선 성장과 함께 일자리가 창출되어야 한다. 그래야 쪼그라들었던 중산층도 복원이 되고 투자와 소비가 선 순환이 되어 골고루 성장할 수 있다. 같은 성장이라도 고용효과가 큰 분야를 선점해야 한다.

우리 정부가 공들여 추진했던 부동산경기 활성화 정책은 방향착오일 뿐 아니라 시대착오다. 부동산경기 활성화는 옛날과 달리 일자리 창출효과기 적은 분야이다. 또한 인구가 증가하는 시대에서 감소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어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시기이다. 굳이 공급을 빠르게 늘릴 필요가 없었다. 다만 국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정책만으로 충분하다.

지금과 같이 부동산 가격거품이 여전한 상태에서 대출문턱을 낮추고 투기수요까지 부추겨 공급을 촉진하면 높은 가격에 매수한 젊은 세대의 빚 부담이 커지게 된다. 역사적으로 가격거품이 영원히 유지된 적이 없다. 거품이 빠지고 나면 하우스푸어가 늘어나서 미래의 부담으로 남는다. 부동산경기 활성화 정책은 불필요한 정책이었다. 과열 국면 때 늘렸던 규제를 완화하는 정도가 좋았다. 부동산 경기가 악화되어도 그냥 시장원리에 맡겨두는 편이 더 좋았다.

 

인간사회는 어려운 역경 속에서 변화하는 속성이 있다. 즉 경기가 나쁠 때가 오히려 구조개혁을 추진하기 좋을 때이다. 원래 개혁과 구조조정은 고통스럽고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이해당사자의 기득권 지키기가 거세기 때문이다. 쉬운 일보다 어려운 일을 먼저 처리해야 하는 데 순서가 바뀌었다. 즉 구조개혁을 먼저하고 나서 금리를 낮추고 경기 부양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순서이다.

집권 3년차에 구조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늦다. 그리고 구조개혁만으로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구조개혁은 기존의 성장전략을 방해하는 요소만 제거할 수 있을 뿐이다. 구조개혁으로 기존 성장전략의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지만 최종적인 성과는 성장전략 내용에 달려있다. 따라서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필승의 성장전략과 개혁 두 가지 모두가 필요하다.

다행히 민간 대기업 주도로 선택과 집중하는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무한경쟁시대 변화하고 적응하는 이러한 모습은 한국경제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다. 어차피 혼용무도의 시대가 가고 나면 새로운 시대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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