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정의 유럽외교전]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독일 인권의식 '새 상징'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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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정의 유럽외교전]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독일 인권의식 '새 상징' 되다
  • 최수정 국제문제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0.16 16:5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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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마테구의 '소녀상 철거' 논란, 독일 시민사회 의아하게 만들어
시민 사회 "일본은 전쟁범죄 진지한 참회했나" 묻기 시작
독일 사회, 과거사 청산·전쟁중 여성범죄에 대한 '연대의식' 공유
한국 외교당국 뭐하나...민간단체 일이라며 '방관'하는 태도 문제
최수정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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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정 국제문제 칼럼니스트] "10월 14일까지 평화의 소녀상을 철거하라." 10월 13일 낮 12시 베를린 미테구의 비르켄슈트라세에는 300명이 넘는 이들이 모여들었다. 한국인들이 다수였지만 많은 독일인들도 참여하고 있었다. 베를린 미테구가 10월 14일까지 소녀상을 철거하라는 명령을 내리자 재독 한국인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베를린 미테구 측은 소녀상의 비문을 트집 잡으며 한국 입장에서 일본을 겨냥, 독일과 일본 관계에 긴장을 조성한다며 철거를 요구한 것이다. 이 소녀상은 민간기관인 한국협의회(Korea Verband)가 독일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아 세운 것이다.

그러나 이 소녀상이 세워진 것을 뒤늦게 안 일본정부는 공식적으로 독일 외교부를 통해 철거 요청을 해왔다. 양국의 관계가 불편하게 될 것을 두려워한 독일 외교부는 한일간 현안을 자국에 들여오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외교부가 베를린 미테구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요구했고, 미테구는 대외적인 정치적 갈등야기를 문제삼아 철거요청을 하기에 이르게 된 것이다. 9월 25일 소녀상이 설치된 후 일주일도 되지 않아 일본의 반발에 독일 정부가 수긍하는 상황으로 치닫게 된 것이다.

지난 13일 독일 베를린 미테구 비르켄슈트라세에서 열린 '평화의 소녀상' 지키기 집회. 사진= 최수정 칼럼니스트
지난 13일 독일 베를린 미테구 비르켄슈트라세에서 열린 '평화의 소녀상' 지키기 집회. 사진= 최수정 칼럼니스트

과거에도 반복돼 온 일본 정부의 방해

이러한 일련의 진행상황은 독일 교민들에게 낯선 풍경이 아니다. 지난 2017년 3월 독일 남부 비젠트에 건립된 '평화의 소녀상'은 독일에, 그리고 유럽에 세워진 최초의 '평화의 소녀상'이었다. 일본은 대사관과 총영사관을 중심으로 집요하게 압박을 가하며 소녀상의 철거를 요구하였다. 그때 한국정부는 아무런 입장 표명도 하지 않았고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 전형적인 문제회피적 외교의 전형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이 공원의 이사장은 일본정부의 정치적 압박에 굴하지 않고 '평화의 소녀상'을 끝까지 지켜내었다. 다만 그 비문만 철거했다. 그 독일인의 노력에 한국 정부는 한 스푼의 노력도 보태준 것이 없다는 것이 개탄스러울 따름이었다.

또 2017년 초 베를린 북부 브란덴부르크 주 소도시 라벤스부르그의 옛나치 강제수용소 기념관에 전시된 10㎝짜리 '작은 소녀상' 제외 소식 때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었다. 나치에 저항한 여성들을 가둬놓았던 여성전용 수용소였던 이 강제수용소와 소녀상은 너무나 일치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었다. 보편적 인권으로서 '전쟁중 여성에 대한 성폭력'에 대한 전세계적 연대!

지난 2015년 한일 양국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합의를 어떻게 했든 상관없다. 어느 누구도 이 문제에 대해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고 예술작품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정부의 노력은 위안부에 대한 모든 것을 단절시키려고 했다.

2019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기획된 '평화의 소녀상' 전시회 무산소식은 더더욱 절망스러운 메세지를 보여주었다. 한인교회 내의 반대로 해당 교회 앞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은 우리 한국인들의 손에 어떠한 진전도 보지 못하고 주저앉게 되는 참담한 상황이 연출됐다. 다만 부끄럽게도  프랑크푸르트에서의 소녀상 전시는 우여곡절 끝에 요아힘 발렌틴이라는 독일인 교수에 의해 끝까지 지켜지는 성과가 있었다. 

한국정부의 미온적 대응, 실망감으로 다가와

이번 베를린 미테구의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위한 일본의 노력은 한층 더 집요하고 가열차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일본정부는 독일외교부에 직접 철거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한국 대사관과 외교부는 이런 상황에 대해 어떻게 대처했는가? 민간단체가 한 일에 대해서는 끝까지 함구하는 것이 외교부의 원칙인지, 아니면 더 큰 국익을 위해 침묵을 택하게 된 것인지 너무나 궁금할 따름이다.

그런데 베를린 미테구의 '평화의 소녀상'은 기존의 반응과는 사뭇 다른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독일의 수도 한 가운데에서 벌어지는 한일간 과거사 갈등은 단순한 양국 간의 문제에만 머무를 사안이 아니었던 것이다. 왜 이렇게 시끄럽게 싸우는지 들여다본 독일인들은 일본 정부의 태도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지난 13일가두시위에 참여한 시민은 한국인들만이 아니었다. 독일의 언론과 시민단체, 정치인들이 이 문제의 본질을 캐묻고 나섰다. 

독일인들이 이해하는 '평화의 소녀상' 문제의 본질은 '전쟁범죄'를 대면하는 전범국가의 태도에 관한 것이다. 독일인들이 일본 정부의 태도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세계 제2차대전 당시 일본이 행한 전쟁범죄에 대한 진정한 과거청산이 이뤄졌느냐 하는 것이다.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헌법재판관을 지낸 베른하르트 슐링크는 자신의 저서 '과거의 죄'에서 “과거사에 관해서는 용서하지 않을 권리도, 용서할 권리도 오직 피해자만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였다. 일본이 2015년 한일합의를 통해 위안부문제를 포함한 강제노동의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처럼 떠들기 전에 그 합의가 피해자들의 정의를 제대로 실현해 냈는지를 먼저 자문해야 하는 이유다. 

베를린 미테구의 '평화의 소녀상'은 독일 사회에 일본의 과거사 청산에 의문을 제기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게하르트 슈뢰더 전총리와 그의 한국계 부인 김소연씨의 '평화의 소녀상' 지지표명은 매우 상징적이며 의미가 깊다. 현존하는 사민당(SPD)의 정치적 대부라고 할 수 있는 슈뢰더 전총리의 명확한 입장은 독일 정치 1번지 베를린의 정치계에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 

이어 현직 5선의원인 한스-요아킴 하커 의원은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반대하며 반대 서명에 동참하라"는 내용의 편지를 연방의회 전체 의원들에게 보냈다. 조만간 독일 정치권이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게 될 것이다. 그는 편지에서 “독일의 역사는 진실과 책임있는 참회가 없이는 화해와 평화로운 공존도 존재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고 짚고 있다. 독일 정치인들의 역사인식 수준은 결코 일본 정치권과 똑같은 수준이 아님을 현재진행형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독일사회의 과거사 반성 태도, 일본에게 주는 메시지 커

지난 10월 12일 한국협의회가 베를린 행정법원에 철거명령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면서 철거 행위 자체는 당분간 중지가 됐다.

앞으로 독일사회가 전쟁책임에 대한 일본의 과거사 청산을 얼마나 자세히 현미경의 눈으로 바라볼 지 관건이 될 것이다. 독일은 일본과 함께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나라이지만 과거에 대한 반성은 격이 다르다. 독일이 국제사회에서 이렇게 인권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과거에 대한 철저하고도 지속적인 반성. 이것이 오로지 독일만을 위한 세상 처세술로 머물 것인지 아닌지는 '평화의 소녀상'을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보면 그 가늠이 될 일이다. 분명 독일은 우리에게 또다른 모습을 기대하게 하는 나라이다.

독일은 국가적으로도 세계 보편적 가치에 대한 보호와 존중을 위해 노력해 온 나라다. 지난 2015년 안젤라 메르켈 총리가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일본총리 면전에 “진정한 과거사 청산을 통해 과거를 직시하라”고 주문했었다. 뿐만 아니라 독일은 시민사회가 인간의 보편적 권리에 대해 어느 나라보다 수준 높은 인식과 실천을 보여주는 나라이다.

독일이 2015년 시리아 사태로 엄청난 난민을 받아들였을 때 어떤 마을은 마을주민보다 많은 난민들을 돕기 위해 마을 전체가 순번을 짜서 그들을 위해 자원봉사에 나섰던 사람들이 사는 나라다. 독일 정치권이나 시민사회는 분명 보다 담대한 용기로 '여성인권의 보호'라는 보편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기 위해 집회에 참여한 독일시민들. 사진= 최수정 칼럼니스트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기 위해 집회에 참여한 독일시민들. 사진= 최수정 칼럼니스트

한국정부, 독일과 협력 통한 '과거사청산' 청사진 제시해야

그러면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번 베를린 미테구의 '평화의 소녀상' 사건은 일본정부가 조직적으로 자신들의 과거사를 은폐하려 했던 그 민낯을 폭로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도록 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외교부를 중심으로 과거사 청산을 위한 노력을 어떻게 전세계를 상대로 설득할 것인지 새로운 로드맵을 만들어야 할 때이다. 그 시작은 바로 한국과 독일의 '과거사 청산' 접근을 위한 협력관계 강화이어야 할 것이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양국간의 관련민간단체 교류 및 학술적 연구를 위해 보다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로드맵을 만들기를 제안한다. 양국이 과거사를 바라보는 시각을 학술적으로 정리하고 정치적으로 공론화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를 통해 일본을 설득하여 미래동반자로 이끌 수 있다면 세 나라 모두에게 윈윈하는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다. 독일, 일본과 함께 전세계에 '평화의 소녀상'을 세울 수 있는 그런 날을 감히 기대해 본다.

● 필자인 최수정 칼럼니스트는 독일 함부르크대학 법학박사과정에서 해양법을 전공하며 오피니언뉴스 베를린 통신원 활동을 겸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해양수산개발원에서 11년간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한 바 있다. 주로 해양환경, 국제수산규범, 독도영토분쟁을 포함한 유엔해양법에 관한 연구를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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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정 2020-10-16 19:5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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