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한자와 논어 등 학문을 전해주며 일본에서 '학문의 신'으로 불리는 백제 왕인박사 정신을 계승한 일본인들이 24일 부산을 찾았다.
왕인 박사는 4세기 백제가 일본과 화친을 맺었을 때 일본 왕실의 요청을 받고 백제에서 파견한 학문 스승이다. 왕인 박사는 논어와 천자문 등 서책을 가지고 도공(옹기장이), 야공(대장장이), 와공(기와기술자)과 함께 일본으로 넘어가 아스카 문화의 터전을 닦아준 사람으로 불린다. 왕인 박사의 묘인 '왕인총'은 일본 오사카 히라카타시에 보존돼 있으며, 왕인 박사의 후손인 '스가와라 미치자네' 가문은 학문의 신으로도 추앙받고 있다.
이날 부산을 찾은 인물은 '왕인총 환경수호회' 야나기무라 준 회장을 비롯한 4명이다. 이들은 매년 봄과 가을 일본에서 왕인 박사를 기리는 전통제례의식을 올리고 있고, 31년 전부터는 매달 왕인총을 청소하거나 무궁화를 심는 등 관리를 하고 있다.
이들은 왕인 박사의 친 혈족은 아니지만, 학문적 전통을 계승했다며 자신들을 '왕인의 후예'라고 지칭한다.
한문문화 연구회 초청으로 부산을 찾은 이들은 지역 대학생 11명과 만나 '왜 왕인박사가 일본에서 존경을 받나'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줬다. 야나기무라 준 회장은 "왕인의 후예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왕인 박사가 일본으로 건너오기 전 마지막으로 밟은 고국 땅인 부산을 공식적으로 방문한 것은 1천600년 만에 처음이라 감격스럽다"면서 "왕인박사가 일본 문화의 뿌리인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고, 잘 알기 때문에 존경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1945년 8월 24일 우키시마호 폭발 사고로 숨진 조선인 피징용자를 추모하고자 그들이 마지막으로 밟았던 부산항을 찾아 추모의 노래를 불렀다. 우키시마호는 미국 기뢰에 침몰했다는 설과 일본이 고의적으로 폭침 시켰다는 설이 대립하고 있다.
야나기무라 회장은 "70년 전 일어났던 안타까운 이야기를 한국 학자에게서 듣고 뭔가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면서 "우키시마호 폭침과 관련해 어떤 책임이 있다면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추모의 노래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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