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팬 리포트] 본색 드러낸 스가, 진보교수 6명 '학술회의' 임명거부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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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팬 리포트] 본색 드러낸 스가, 진보교수 6명 '학술회의' 임명거부 파장
  • 라미 일본 통신원
  • 승인 2020.10.11 09:36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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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자유' 침해 논란 커져
각계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분출
친(親) 스가 인사들은 임명거부 적극 옹호
찬반양론이 팽팽한 일본 네티즌
학술회의 인사거부, 정권 반대 세력에 대한 견제 시작?
라미 일본 통신원.
라미 일본 통신원.

[오피니언뉴스=라미 일본 통신원] 지난 1일,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학자들의 국회'라고 불리는 ‘일본학술회의’에서 추천한 새로운 회원 후보 105명 중, 6명의 임명을 자세한 설명없이 거부했다. 

거부된 6명은 모두 과거 정부 시책에 반대한 전력이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큰 파문이 일고 있다. 게다가 이번 사안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응 방식이 과거 아베 정권 때, 제기됐던 많은 스캔들을 잠재우기 위해 보여줬던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는 특징이 있다는 여론도 들끓고 있다. 

‘일본학술회의’는 일본 정부의 독립된 특별 기관으로 비용은 국가의 예산으로 충당되며 인문·과학을 포함한 학문에 관한 중요 사항의 심의와 정부 정책에 대해 제언을 하는 일본 최고의 지성들이 모이는 조직이다. 

이번 사안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이유는 과거 일본 정부가 “학회에서 추천된 사람은 거부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힌바 있고, 특히 1983년 5월에는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가 “정부는 형식적인 임명을 할 뿐이다”며 “학문 자유의 독립은 보장될 것이다”라고 발언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2016년에도 아베 정권이 특정 인사에 대한 임명에 난색을 보이면서 이유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일본학술회의’의 전(前) 회장의 증언이 나왔고 2018년에는 “추천대로 임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는 할 수 없다.”라는 내부 문서가 공개돼 논란이 가중됐다. 

스가 총리가 지난 1일 임명을 거절한 ‘일본학술회의’ 6명의 신임 회원 후보. 사진=TV아사히 화면 캡처.
스가 총리가 지난 1일 임명을 거절한 ‘일본학술회의’ 6명의 신임 회원 후보. 사진=TV아사히 화면 캡처.

이번 사안에 관해 ‘일본학술회의’는 물론, 여러 일본 언론과 자민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스가 총리가 졸업한 법정 대학의 다나카 유코 총장은 “임명 거부는 헌법 23조가 보장하는 학문의 자유에 위반하는 행위이고 전국의 대학 및 연구기관입장에서도 받아들이기 어려운데다, 최종적으로는 국민의 이익에 반한다.”라며 항의했다.

반면 스가 총리는 기자 회견에서 “일본학술회의는 정부 기관이고 연간 약 10억 엔(약 110억원)의 예산을 사용해 활동하고 있다는 점과 임명된 회원은 공무원 신분이 된다”며 “그런데 회원의 인선은 사실상 회원이 자신의 후임을 지명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런 전례를 답습해도 좋은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임명이 거부된 6명이 안보 관련 법안과 공모죄 법안 등에 반대한 것이 그 이유가 아닌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전혀 관계없으며 개별 인사에 관한 발언은 피하고 싶다”라고 답했다.

나카소네 전 총리는 지난 1983년 “학술회에서 추천한 인사는 거절하지 않으며 정부는 단지 형식적인 임명을 할 뿐”이라고 밝혔었다. 사진=TBS 화면 캡처.
나카소네 전 총리는 지난 1983년  총리 재직당시 “학술회에서 추천한 인사는 거절하지 않으며 정부는 단지 형식적인 임명을 할 뿐”이라고 밝혔었다. 사진=TBS 화면 캡처.

그러면서 “학문의 자유와는 전혀 관계가 없으며 (‘일본학술회의’의) 종합적, 부감적(俯瞰的: 거시적) 활동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관점에서 이번 임명에 관한 판단을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스가 총리의 설명에도 현지언론들은 6명의 임명을 거부한 이유로는 불충분하다는 반응이 많다.

야당은 국회에서 스가 정부를 상대로 강하게 추궁을 했지만, 돌아온 것은 스가 총리가 기자 회견에서 했던 발언을 그대로 반복하는 관료들의 답변뿐이었다. 그러면서 “얼마 전 스가 총리도 인터뷰에서 같은 말씀을 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라는 답변까지 야당은 ‘고장난 녹음기’가 같은 말만 반복하는 듯하다며 비판했다.

반면에 친(親) 스가 인사들은 10억 엔이라는 국가 예산이 배정되는 ‘일본학술회의’의 불투명한 운영 방식에 문제가 있으니, 스가 총리의 대응에는 문제가 없다며 스가 총리가 했던 발언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반격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 정권 간부는 “일본학술회의의 회원인 것이 권력이 되고 있다”며 “기득권과 나쁜 관례가 전통이된 학술회의의 운영도 불투명하다.”라고 발언했다. 

대표적인 친 스가 인사이고 최근 방송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전 오사카 지사인 하시모토 도루 씨는 BS후지의 한 방송에 출연해 자세한 설명 없이 진행한 인사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도 “인사 거부권은 총리 고유의 권한”이라고 강조하며 이번 인사에 반발하는 인사들은 ‘일본학술회의법’ 3조에 있는 독립성만 강조하고 4조에 있는 정부의 자문 기관으로써의 역할은 간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자문 기관으로서의 균형 유지를 위해서 편향된 모습을 보여온 6명을 제외했다는 설명을 정부가 하면 될 것이다.”라는 조언(?)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사태를 보면 아베 정권 당시 보여줬던 각종 스캔들에 대한 무성의한 대응 방식과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단지 다른 점은 과거에는 정권의 스캔들을 감추기 위해서였다면, 이번에는 ‘일본학술회의’라는 정부 산하 조직의 운영을 문제 삼아 개혁의 정당화를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국회에 출석해 스가 총리가 기자 회견에서 했던 것과 같은 답변만 반복하고 있는 내각부 관료. 사진=니혼TV 화면 캡처.
국회에 출석해 스가 총리가 기자 회견에서 했던 것과 같은 답변만 반복하고 있는 내각부 관료. 사진=니혼TV 화면 캡처.

이미 아베 정권 당시 ‘내각인사국’을 설치해 관료 사회를 장악했고 많은 스캔들이 불거진 당시에는 관계 부처가 관련 문서를 신속히 폐기했고 국회에 출석한 관료들도 형식적인 답변을 반복하며 유야무야 넘긴 사례가 있다.

이렇듯 과거 아베 정권하에서 일어났던 많은 스캔들은 제대로 된 규명도 없이 넘어갔으면서 ‘일본학술회의’의 운영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고 대응하는 모습에는 모순이 있다는 여론도 만만찮다.

이번 정부의 학술회의 회원 6명 임명거부를 놓고 정부 비판적인 언론들은 ‘일본학술회의의 운영 방식에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점부터 제대로 설명하고 공정한 절차로 개선해 나가야 상식일 것’이라며 ‘정부에 반하는 주장을 했던 인사 6명만을 자세한 설명도 없이 먼저 콕 집어 임명을 거절한 후 '종합적, 부감적(거시적) 활동을 확보하는 관점에서 이번 임명에 관해 판단했다’라는 어려운 표현을 사용하며 정당성을 끼워 맞추는 듯한 모습은 궁색해 보인다고 비판하고 있다. 

TBS의 ‘news23’의 앵커인 호시 히로시 씨가 스가 총리의 ‘'종합적・부관적'이란 설명으로는 납득할 수 없다’는 내용의 푯말과 함께 스가 정권의 대응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니혼TV 화면 캡처.
TBS의 ‘news23’의 앵커인 호시 히로시 씨가 스가 총리의 ‘'종합적・부관적'이란 설명으로는 납득할 수 없다’는 내용의 푯말과 함께 스가 정권의 대응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니혼TV 화면 캡처.

이에 관해 TBS ‘news23’의 앵커인 호시 히로시 씨는 “스가 총리가 사용한 종합적, 부감적(俯瞰的)이라는 단어는 관료들이 제시한 표현을 그대로 사용한 것 같다. 관방장관 시절에 주로 친절히 답변하기보다는 정부의 주장을 강압적으로 전달했지만, 이제는 총리인 만큼 자신의 말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라는 지론을 펼치며 이번 사태는 권력 남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지난 2018년 칸 영화제에서 ‘어느 가족’으로 황금종려상을 비롯해 수많은 영화제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는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비롯한 영화인 22명은 “학문의 자유뿐만 아니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이고, 언론의 자유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다. 방치하면 개입은 더욱 노골화될 것은 명백하다. 영화도 예외가 아니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사태에 대한 일본 네티즌 반응을 보면 정권에 비판적인 인물들을 배제하기 위한 조치에 불과하다는 의견과 많은 세금이 들어가는 ‘일본학술회의’가 추천하는 과학자들이 어떤 기준으로 선발되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 자신의 의사에 반하는 인물에 대해 매우 냉혹하다고 알려진 스가 총리가 정권 초기 개혁을 내세워 정권에 비판적인 세력을 장악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라는 시각도 인터넷 뉴미디어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일본내 반 스가 네티즌들은 그동안 아베 정권에서 많은 스캔들이 제기됐었지만, 제대로 된 문제 제기 없이 넘어간 일본 국민의 책임 역시 매우 크다는 입장도 내놓고 있다.   

● 라미 일본 통신원은 국비 유학생으로 선발돼 일본 국립대학교 대학원에서 방송 연구를 전공, 현재 일본 공중파 방송사의 보도 방송과 정보 방송을 연구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 방송의 혐한과 한국 관련 일본 정부 정책의 실체를 알리는 유튜브 채널 <라미TV>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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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1 21:53:32
라미 통신원 늘 좋은 기사 잘 보고 있습니다.
화이팅

現実 2020-10-12 00:09:51
알찬 기사내용 잘 읽었습니다.

Happydotori zoa 2020-10-12 01:04:57
좋은 기사 항상 잘 읽고있습니다. ^^
화이팅입니다

jive.ek 2020-10-12 07:12:45
대놓고 독재를 하겠다는 아베를 이어 받은 스가
본인이 꿀꺽한 돈은 괜찮고 학술회의에 들어간 돈은 아깝고
완전 내로남불의 끝판을 보여주네요 이런 인간을 안끌어 내리는
일본 국민들 일본 국민들은 점점 더 지옥을 맛보게 될 것이다...

성진화 2020-10-12 15:02:15
정보가 많은 도움이 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