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재 칼럼] 금융사고는 왜 자꾸 일어나나
상태바
[박민재 칼럼] 금융사고는 왜 자꾸 일어나나
  • 박민재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 승인 2020.10.10 11:18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부통제의 문제점...'제도'와 '사람'차원에서 접근해야
'업무 부정'에 노출된 금융회사 임직원, '준법정신' 교육 강화를
'내부통제기준' 촘촘히 세워야...경영진 책임도 엄중히 물어야
박민재 변호사
박민재 변호사

[박민재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얼마 전 모 은행 직원의 소위 ‘셀프 대출’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자신의 가족이 대표이사로 되어 있는 법인 5개 명의로 26건에 73억3000만원, 개인사업자 명의로 3건에 2억4000만원어치 부동산 담보대출을 받았는데, 4년 이상이나 감사 등에서 문제되지 않았다 한다.

빈번하게 발생하는 '금융사고'

물론 금융기관의 임직원도 대출이 필요할 수 있고, 다른 금융기관이 아닌 자신이 재직하고 있는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는 게 자신의 직장이나 자신 모두에게 좋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이해상충, 나아가 비리나 불법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은행법은 은행으로 하여금 이행상충을 관리하기 위한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은행법 제28조의 2). 또한 대부분의 금융기관은 '임직원 행동강령' 등에서 이해상충의 우려가 있는 경우, 윤리담당책임자와 협의하게 하거나 사적 이해관계를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셀프대출의 당사자인 은행 직원은 이해상충 신고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내부규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또한 가족들이 자기 또는 자신이 대표이사로 되어 있는 회사 명의로 대출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그리고 대출을 받을 의사로 은행에 가서 대출신청서류에 자금의 용도 등을 기재하고, 손수 자필로 서명 날인 소위 자서(自書) 했는지 알 수 없으나, 만약 그 직원이 임의로 가족 명의 또는 회사 명의의 대출신청서를 작성했다면, “금융회사 등은 거래자의 실지명의(이하 "실명"이라 한다)로 금융거래를 하여야 한다”는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제3조에 위반된다. 또한 “행사할 목적으로 권리·의무 또는 사실 증명에 관한 타인의 문서를 위조”한 사문서 위조죄, 그리고 위조한 사문서를 금융기관에 제출한 위조사문서행사죄 등이 성립할 수 있다.

그리고 은행이 직원 개인에게 7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직원이 자기 자신이 아니라 가족이 대표이사로 된 법인이나 가족이 대출을 받는 것처럼 은행의 대출담당자를 속였고, 대출담당자가 이를 믿었다면 사기죄가 성립될 수 있다. 담보물 평가를 내부규정에 따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될 수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그리고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지 4년이 지난 지금에야 드러났을까? 이런 일을 계획하고 저지른 사람도 문제이지만, 이런 일이 일어났는데도 즉시 드러나지 않을 수 있었던 미흡한 제도는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선 사람의 문제를 살펴보자.

금융기관은 누구라도 도둑이 될 수 있는, 업무 부정(occupational fraud)의 위험이 가장 높은 직장이다. 즉 금융기관의 임직원은 마음만 먹으면 사고를 저지를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그러나 그러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고 해서 모두가 다 사고를 치는 건 아니다. 사고를 칠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간혹 너무나 놀라울 정도로 대담한 사고를 치는 사람들도 있다.
  

명성그룹 대출사기사건이 남긴 교훈 

‘은행원의 비리행위’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1983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상업은행 혜화동지점의 '김 대리'다. 그는 고객들이 은행으로 돈을 가져오면, 이를 은행의 예금으로 처리하지 않고, 그 돈을 명성그룹에 사채로 건넸다. 은행창구에 앉아서, 은행 고객들을 상대로  마치 은행에 입금하는 것처럼 수기 통장을 교부하고,  은행 예금금리의 약 3배에 달하는 높은 사채이자를 지급하는 방법으로 고객의 돈을 끌어들이고, 그 돈을 명성그룹에 빌려주는 방식으로 사채놀이를 한 것이다.

사고가 터지자  1, 2심 법원은 돈을 맡긴 고객의 손을 들어주었으나 대법원은 “예금계약에 은행의 정규예금 금리보다 훨씬 높은 이자가 정기적으로 지급되고 특정지점에서만 이러한 예금이 가능할 뿐더러 예금을 할 때 암호가 사용되어야 하며, 예금거래신청서의 금액란도 빈칸으로 한 채 통상의 방법이 아닌 수기식통장이 교부되었다면 적어도 예금자는 대리인의 표시의사가 진의가 아닌 것을 알았다고는 할 수 없을 지라도 적어도 통상의 주의만 기울였던들 이를 알 수 있었다고 할 것이다.”라며, 은행 예금이 아니므로 책임이 없다라는 은행의 손을 들어 주었다( 대법원 1987. 11. 10. 선고 86다카371 판결 ).

유감스럽게도 그 이후로도 아주 다양한 유형의 금융사고 소식이 끊이지 않고 들려오고 있다.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이 임직원 교육에 많은 비용과 관심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왜 크고 작은 금융사고는 줄어들지 않는 걸까? 금융사고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의에 의한 금융사고는 대부분 은밀히 진행되고 은폐되어 있기 때문에 즉시 적발하는 것은 힘들다. 사진= 연합뉴스
고의에 의한 금융사고는 대부분 은밀히 진행되고 은폐되어 있기 때문에 즉시 적발하는 것은 힘들다. 사진= 연합뉴스

교육과 내부 통제제도 강화해야

‘실수로 인한 금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관련 규정을 포함한 업무 능력을 높일 수 있는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업무의 미숙이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한 금융사고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또 ‘고의에 의한 금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직업윤리와 준법정신을 기르도록 해야 한다.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나의 돈’과 오직 관리자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관리해야 하는 ‘남의 돈’을 철저히 구분하게 해야 한다.

이른바 문사철(문학, 사학, 철학) 위주의 인문학 공부를 통해, ‘남의 돈’은 관리의 부담과 책임이 따르는 업무의 대상일 뿐이고, 나의 개인적인 용도로 결코 사용하여서는 안된다는 직업윤리를 심어주고 금융기관 임직원으로서의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경영진부터 관련 법규를 잘 지키는 준법정신과 적법절차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금융사고의 원인 중의 또 다른 하나로 내부통제제도의 문제점을 꼽을 수 있다. 1992년 COSO(Committee of Sponsoring Organization of the Treadway Commission) 보고서 등에 따르면, 내부통제제도란 기업운영의 유효성과 효율성 제고, 보고의 신뢰성 확보, 관련 법규의 준수라는 3가지 목적을 위해 이루어지는 통제절차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은 “금융회사는 법령을 준수하고, 경영을 건전하게 하며, 주주 및 이해관계자 등을 보호하기 위하여 금융회사의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하여야 할 기준 및 절차(이하 "내부통제기준"이라 한다)를 마련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24조).  “금융회사(자산규모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투자자문업자 및 투자일임업자는 제외한다)는 내부통제기준의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내부통제기준을 위반하는 경우 이를 조사하는 등 내부통제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사람(이하 "준법감시인"이라 한다)을 1명 이상 두어야 한다. ~ 사내이사 또는 업무집행책임자 중에 선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법도 준법지원인 선임과 준법통제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상법 제542조의 13).

이에 따라 대부분의 금융기관은 준법감시인을 두어 내부통제를 담당하게 하고 있다. 아직 시작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휴대폰으로 날라오는 금융상품 광고 메시지에도 “준법감시인 심사필”이라고 기재되어 있을 정도로 준법감시인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임직원의 업무 수행을 감시하고 위반 여부를 조사하는데 그치지 않고, 사전적인 교육, 연수는 물론, 임직원들에게 사전에 위험을 파악하고 위험 발생을 방지 내지 최소화하도록 컨설팅해주는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또한 일선 부서와 후선 부서간에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 업무를 수평적· 수직적으로 분할해 한 사람에게 집중시키지 않고 여러 사람에게 업무를 수평적으로 분장시키고, 또한 각자 권한의 한계를 정하고 그 한계 이상에 대하여는 반드시 결재를 받게 하는 수직적인 승인제도(authorization)를 두고 있다.

그러나 금융기관마다 비슷한 수준의 제도를 가지고 있지만, 기업 문화와 경영진의 가치관 및 준법의식 정도에 따라 내부통제제도의 실효성은 달라지고, 금융사고의 유형이나 발생횟수도 다르다. 가로· 세로로 짜여진 견제와 균형의 그물망이 촘촘하며 항상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때로는 그 긴장이 느슨해지거나 구멍이 나기도  한다. 그리고 고장난 그물망 사이로 부정과 사고가 끼어들게 되는 것이다.

고의에 의한 금융사고는 대부분 은밀히 진행되고 은폐되어 있기 때문에 즉시 적발하는 것은 힘들다. 업무의 전산화로 cross check가 빨라지고, 정확해졌다고는 하지만, 순수하게 자체 감사에 의해 즉시 적발하는 것은 쉽지 않고, 내부신고 프로그램에 의해 감사가 시작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관리자 내지 경영진의 성과 내지 평판 때문에, 사고를 은폐하거나 축소하려는 경향이 없지 않다. 사고 예방이 최우선이지만, 일단 사고가 발생했다면, 먼저 수습을 하고, 다음으로 재발 방지책을 강구해야 한다. 전사적인 차원에서 지혜를 모아야 한다.

금융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

금융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은 누가 지는가?

우선 사고 관련자가 책임을 지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기업 전체로 보면, 이사는 회사의 업무감독기관으로서 적절하고 효율적인 내부통제제도가 구축·운영되도록 하는 책임을 진다. 이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되는 행위를 하거나 그 임무를 게을리 한 경우에 회사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진다(상법 제399조 제1항).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그 임무를 게을리 한 때에는 제3자에 대하여도 손해배상책임을 진다(상법 제401조). 그러므로 이사가 관리, 감독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였다면, 이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한다, 수임인의 선관의무(민법 제681조) 위반과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도 질 수 있다(민법 제750조).

또한 준법감시인도 책임을 질 수 있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준법감시인은 금융기관의 내부통제 시스템을 총괄하여 관리하는 책임을 지고 있다. 그런데 준법감시인의 업무의 성격상, 그리고 그 외의 이유로 경영진과의 마찰이 생기거나 이로 인해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관련 법령에서는 “그 직무수행과 관련된 사유로 부당한 인사상의 불이익을 주어서는 아니된다”고 신분 보장을 선언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권력에 도취된 채 ‘법 따위’를 우습게 알고 깨춤을 추는 자들이 간혹 보인다. 준법감시인은 이사회의 결의로 선임되므로, 회사와는 위임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직무수행에 있어 이사와 같이 선관의무를 부담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부담한다고 할 것이다.

감사는 경영진이 내부통제제도를 적절하게 운영하는지 평가하고 그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하여야 한다, 감사도 임무를 해태한 때에는 회사에 대하여(상법 제414조 제1항),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그 임무를 해태한 때에는 제3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진다(상법 제414조 제2항).    

그러나 경영진과 준법감시인의 법적 책임이 엄중하다고 하여도, 묻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고, 규정이 아무리 잘 만들어져 있다고 해도 지키지 않으면 소용이 없으며, 내부통제제도가 아무리 잘 구축되어 있다고 해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

내부통제제도가 자신의 업무 추진을 방해하고 성가시게 하는 귀찮은 잔소리꾼이 아니라, 자신과 회사를 위험으로부터 지켜주는 조력자라고 생각해야 한다. 최고 경영진부터 창구의 신입직원까지, 모두 각자의 지위에 충분한 업무능력과 철저한 준법정신을 가지고 적법절차를 잘 지킨다면, 그리고 내부통제제도가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제대로 작동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든다면, ‘사람’과 ‘제도’가 함께 노력한다면, 이런 금융사고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 박민재 변호사는 외환은행 행원과 중앙노동위원회의 공익위원, 대한변호사협회 교육이사 등을 역임하고, ㈜강원랜드의 준법지원인 겸 법무실장으로 재직한 뒤, 현재는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의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문상용 2020-10-10 14:40:27
좋은 글 감사합니다. 모은행의 대출건은 표면상 아무 문제 없어 보이지만 큰 사고의 시작에 불과합니다. 조직원들도 큰 문제로 여기지 않는 점에서 조직문화상의 문제점도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지금보다 더 준법감시인의 역활과 대우가 증대되어야 하겠습니다

대륙아주 2020-10-10 13:02:46
박민재 변호사는 외환은행과 (주)SBS를 거쳐 현재 법무법인 대륙아주에서 주요 업무분야는 기업자문이다. 외환은행 재직시 수출입 업무 특히 신용장 관련 업무를 많이 취급했다. 고용노동부의 자문변호사 및 중앙노동위원회의 공익위원으로 봉사하면서 노동정책 및 노사관계 분쟁 해결과 관련하여 전문적인 경험을 쌓았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조정위원으로서 의료분쟁의 조기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 학교법인 상문학원 및 서강대학교 등 공익법인의 이사 및 감사로서 공익법인의 건실한 경영을 위해 활동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복합리조트 기업인 주식회사 강원랜드의 법무실장 겸 준법지원인으로서 법무를 총괄하고 의사결정 과정의 합리성 담보 및 적법절차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으며 공기업 최초로 도입한 준법지원인 제도를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