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책' 중단시킨 트럼프...美증시 '불확실성' 짙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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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부양책' 중단시킨 트럼프...美증시 '불확실성' 짙어진다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10.07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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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경기부양책 협상 중단 지시 밝혀..."배럿 연방대법관 지명에 총력"
일부 전문가, 바이든 지지율 올라가면서 오히려 증시에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여론조사서 바이든이 트럼프와의 격차 다시 벌리기 시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기부양안 협상 중단을 지시한 가운데 미국 주식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기부양안 협상 중단을 지시한 가운데 미국 주식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미국 주식시장을 주저 앉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 증시의 상승 원동력이었던 경기부양책에 대한 협상을 중단시켰다는 소식에 미 증시는 하루만에 약세로 돌아섰다.

월가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증시 투자자들의 희망을 꺾었다고 평가하면서도,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와 지지율 격차를 벌리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부양안 협상 중단한 트럼프...대선 불복 대비하나

트럼프 대통령은 6일(이하 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나는 협상팀에 (경기부양안) 협상을 대선 이후까지 중단하라고 지시했다"며 "내가 대선에서 승리한 즉시 우리는 열심히 일하는 미국인과 소상공인에 초점을 맞춘 대규모 경기부양안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넬에게 시간을 끌지 말고 나의 놀라운 연방대법관 지명자 에이미 코니 배럿 지명에 완전히 초점을 맞춰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기부양안 협상을 중단시키는 대신, 배럿 지명자 인준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은 대선 결과 불복에 대비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이는 선거 이후에도 한동안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부분이다. 

경기부양안 협상 중단 소식은 미 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경제지원이 과도해서 발생할 위험보다 경제 지원이 충분하지 못해 발생할 위험이 더 크다"며 "(지원이 충분치 않을 경우) 비극적 결과가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낸시 팰로시 하원의장 역시 "파월 의장의 메시지는 명확하다"며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적 파국을 막기 위해서는 우리의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언급 추가 경기부양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美경제, 느린 성장 불가피"

'비극', '파국' 등 극단적인 단어가 언급되고 있는 것은 미 경제가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은 소상공인들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이미 많은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입은 가운데, 미국 레스토랑협회는 정부의 추가 지원이 없다면 향후 6개월 이내에 40%의 식당이 파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리 경제는 잘 되고 있고, 주식시장은 기록적 수준이며 일자리 및 실업은 기록적 수준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과는 정반대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9월 실업률이 7.9%로 다소 낮아진 데 초점을 맞추지만 파월 의장은 실질 실업률이 11%에 달하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구직활동을 하지 않거나 파트타임 근로자들까지 포함한 광의의 실업률은 더 높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자리 역시 9월 들어 66만1000개가 증가했으나, 이는 지난 8월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며, 4월 이후 월별 증가율로 보더라도 증가폭이 가장 적었다. 

미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 그리고 그 소비를 이끄는 것이 고용임을 감안한다면, 여전히 냉랭한 고용시장은 경기부양책 협상 중단으로 큰 타격을 받을 수 있고, 이는 미 경제의 후퇴를 이끌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다. 

미슐레 에버모어 국가고용법 프로젝트 정책 전문가는 "단기적으로 또다른 정부 구제책이 없다면 실업자들의 어려움은 가중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에버코어ISI의 정책 경제학자인 어니 테데스키 역시 "우리 경제는 (경기부양책 협상을 중단하지) 않았을 경우보다 훨씬 더 느린 성장을 보일 것"이라며 "이미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것은 불필요한 역풍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S&P500 지수 추이.
S&P500 지수 추이.

불확실성 뒤덮인 증시..바이든 우세는 긍정적

코로나19 팬데믹과 담을 쌓고 기록적인 상승행진을 이어가던 주식시장 역시 순식간에 짙은 불확실성의 안개에 휩싸이게 됐다. 

지난 5일 S&P500지수는 1.8% 상승한 바 있는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복귀함으로써 경기부양책 협상이 진전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었다. 경기부양책은 지금까지 증시의 상승세를 이끌어온 원동력이었고, 향후 추가 상승세를 보일 수 있는 열쇠였던 셈이다. 경기부양책 중단 지시 언급이 나온 6일 S&P500 지수는 1.4%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투자자들의 희망을 무참히 꺾어버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퍼시픽라이프펀드의 막스 고쿠먼 전략가는 "확실히 시장에서는 경기부양에 대한 희망이 이어져왔으나, 이제는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완전히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예상치 못한 뉴스에 월가 전문가들은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다. 

고릴라트레이스의 전략가인 켄 버먼은 "이번주 주식시장에서 경기부양책에 대한 논의가 가장 중요하게 여겨졌으나, 이날 예상치 못한 뉴스로 인해 단기 전략이 완전히 바뀌게 됐다"며 "이것이 단기적인 충격으로 마무리될지, 혹은 이것이 장기적인 추세 변화로 연결될지 여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것이 주식시장의 흐름을 완전히 바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CNBC 매드머니 진행자인 짐 크레이머는 "미국 경제는 추가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며, 대부분의 기업들은 추가 경기부양책이 없다면 전망을 하향조정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협상중이었던 경기부양책은 대부분 중소기업을 위한 것이고 증시를 이끄는 대기업은 여전히 강한 회복세를 보이는 만큼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를 벌리고 있다는 점에서 증시에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결정적인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징후가 주식시장 상승에는 도움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CNN이 여론조사기관 SSRS와 1~4일 미국의 유권자 120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바이든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57%,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41%로 지지율 격차가 16%포인트까지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 때 일부 경합주에서 오차범위 수준으로 지지율 격차가 좁혀졌으나, 1차 TV 토론과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소식 등이 겹치면서 다시 격차가 벌어진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바이든 후보의 지지율이 높아지고 있는 점은 선거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여가고 있다는 것이 WSJ의 분석이다. 당초 월가에서는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 '세금 인상' 공약으로 인해 증시에는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 바 있으나 최근에는 분위기가 다소 달라졌다. 

에드워드 박 브룩스맥도날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1~2개월 전만 하더라도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선호도를 보였으나, 지금은 바이든 후보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데이비드 코스틴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 역시 CNBC와의 인터뷰에서 "시장은 민주당이 대통령과 상원을 석권하는 블루웨이브를 점치기 시작했다"며 "블루웨이브를 통한 민주당의 대규모 재정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증시에는 긍정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재정부양책은 바이든 후보가 제안한 법인세 인상분을 상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세금 이슈 역시 큰 악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재정부양책의 관점에서 볼 때 기업들은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고, 세금은 그 중 일부분을 줄이는 데 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전문가중 조연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재정정책의 지연으로 경기민감주에 대한 실망감 확대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 하락 및 민주당 우세 가능성이 대규모 재정정책 기대감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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