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오지날] 누가 나훈아에게 무게감을 부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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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오지날] 누가 나훈아에게 무게감을 부여하는가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0.07 13:47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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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훈아 공연, 노래보다 더 주목받은 그의 발언
나훈아의 말을 아전인수로 해석한 정치인들
그런 말들을 그대로 받아쓴 미디어들
나훈아의 발언은 그렇게 무게가 실렸는데
'오지날'은 '오리지날'과 '오지랖'을 합성한 단어입니다. 휴머니즘적 태도를 바탕으로 따뜻한 시선으로 대중문화를 바라보겠다는 의도입니다. 제작자의 뜻과 다른 '오진'같은 비평일 때도 있을 것이라는 뜻도 담고 있습니다. 

 

강대호 칼럼니스트
강대호 칼럼니스트

[강대호 칼럼니스트] 연예인은 대중으로부터 잊히는 게 가장 무서울 것이다. 오죽하면 튀는 행동으로 대중의 눈에 띄길 원하고 때론 극단적인 선택으로 대중이 자기를 주목하길 바란다. 그런 면에서 나훈아는 지난 15년 TV에 출연하지 않으면서도 대중의 궁금증이 사라지지 않은 독보적 인기를 가진 연예인이다.

그런 나훈아가 지난 늦여름부터 미디어에 이름이 오르내리곤 했다. 오랫동안 대중 앞에서 공연하지 않은 그가 공중파를 통해 컴백할 것이라는 추측 기사들이 흘러나온 것이다. 추측은 소문이 되었고 소문은 현실이 되었다.

지난 9월 30일 KBS 2TV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콘서트는 전국 일일 시청률 29%(닐슨 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를 기록했다. 10월 3일 전파를 탔던 스페셜 방송 역시 18.7%의 성적을 거두며 연휴 내내 나훈아 열풍이 불었다. 그리고 열풍은 신드롬이 되었다.

KBS 2TV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감사 영상. 사진=KBS
KBS 2TV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감사 영상. 사진=KBS

추석 연휴를 달군 나훈아

오랜 공백이 믿기지 않는 공연이었다. 나훈아가 대형 배를 타고 시작한 공연은 트로트는 물론 국악, 클래식을 망라한 화려한 메뉴와 볼거리를 제공했다. 그뿐만 아니라 무대를 휘어잡는 나훈아 특유의 무대 매너로 74세라는 나이를 가늠하지 못하게 했다.

비대면 공연임에도 TV 앞의 관중들은 박진감 넘치는 무대 연출과 열정 높은 공연을 만끽할 수 있었다. 추석에 한자리에 모인 여러 세대의 가족들이 함께 볼만한 공연이었다는 평이 많았다. 특히 주 팬층이었던 중장년들이 아닌 젊은 층들에도 나훈아라는 가수의 진가를 보여줄 수 있었다고.

그런데. 딱 거기까지였다면 좋지 않았을까. 오랫동안 발산하지 못했던 에너지를 공연을 통해 맘껏 발산한 거기까지. “다 함께 힘을 내자”고 소리 외친 딱 거기까지. 하지만 한껏 분위기가 달아올랐더라도 이 말만큼은 한 번 더 생각하고 내뱉어야 하지 않았을까.

“저는 옛날의 역사책을 보든 제가 살아오는 동안에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은 한 사람도 본 적이 없습니다.”

역사를 아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맞는 말이기도, 틀린 말이기도 하다. 여기서 ‘목숨 걸다’가 만약 ‘메타포’였다면 우리나라는 그런 지도자를 많이 가진 자랑스러운 역사가 있다.

연예인이 사회 방향을 이끄는 지표?

언제부터인가 사회 지도층 인사에 연예인들이 속한다. 그들의 능력을 얕보는 게 아니라 전통적 사회 지도층이었던 정치인, 법률가, 언론인들이 그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금은 연예인이 사회의 방향을 이끄는 지표가 되고 있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BTS를 보라. 그들이 노래하는 평화에 관한, 환경에 관한 메시지를 보라. 그리고 BTS의 메시지에 영향받은 아미(ARMY, 전 세계의 BTS 팬클럽)들의 실천을 보라. 정치인들이나 법률가들이나 언론인들이 하지 못하는 일들을 그들이 하고 있다.

하지만 연예인들의 어설픈 신념 표출이 이슈의 중심에 선 적도 많다. 지난달 ‘JK 김동욱’의 경우가 그렇다. 그가 SNS로 정치권을 비판하자 사람들이 주목했고 감당하지 못한 당사자는 결국 SNS를 폐쇄했다. 하지만 JK 김동욱의 발언은 이미 누군가의 이익에 따라 가공되어 이용된 뒤였다.

인기 연예인으로 살아가려면 알아야 되는 것도 많고 요구되는 도덕성도 높다. 우리말 문법에 어긋나면서도 ‘~되는’이라는 ‘수동태’를 썼다. 음악이나 연기를 갈고 닦느라 바쁜 연예인들은 신념이나 가치를 때론 매니저나 제작자로부터 배우기 때문이다. 스스로 깨닫는 게 아니라 주입된다는. 그래서 때로 설익은 발언으로 세간의 낚시꾼들을 꼬이게 하는 것이다. 추측이 아니라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 내가 직접 목격한 사례이다.

KBS 2TV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사진=KBS 방송 캡처
KBS 2TV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사진=KBS 방송 캡처

누가 나훈아의 말에 무게감을 실어주는가

물론 나훈아가 그런 수준은 아닐 것이다. 높으신 정치인들이 오랜 공백기를 가졌던 연예인이 내뱉은 말에 그토록 감동하였으니 말이다. 덕분에 나훈아의 말에 권위가 부여됐다. 그 어느 정치인의 입으로부터 나온 말이 이보다 더 무게감 있게 대중에게 다가갔을까.

하지만. 정확히는 정치인들이 나훈아의 말을 자기 입맛에 맞게 가공했고 미디어가 그대로 받아 쓴 결과일 뿐이다.

자신의 발언을 두고 정치권이 ‘이렇게 저렇게’ 해석한 것에 대해 나훈아는 아무 말 하지 않고 있다. 참으로 영악하다. 자신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이슈가 더욱 커지는 걸 즐기고 있으니 말이다.

나훈아가 던진 키워드를 선점한 측은 선점한 대로, 선점하지 못한 측은 선점하지 못한 대로 그 해석에 아직도 분분하다. 그 누구든 자기 진영의 이익과 관점에 맞춘 해석만 내놓고 있다. 나훈아는 여전히 그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다. 다만 자기 쇼를 봐주고 응원한 대중들에게 감사함을 전할 뿐이다. 참으로 노회하다. 마치 다선의 원로 정치꾼을 보는 듯하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연예인이 공연 중 뱉은 말에 휘둘리는 정치인들이 우습다고. 이런 생각도 들었다. 정치인들은 왜 맨날 텔레비전에 나오면서도 대중들이 열광하게 할 그런 발언을 하지 못하는가 하고.

이런 변명이 들리는 것 같았다. 그동안의 허풍에 대중이 더는 속아주지 않아서 못한다고. 만약 그렇다면 이런 조언을 해 주고 싶다. 말로 안 된다면 행동으로 보여주면 어떠냐고. 나훈아가 15년 동안 TV 앞을 완전히 떠났던 것처럼 (특정 정치인을 지칭하는 건 아니지만) 당신이 15년 동안 정치판 근처를 완전히 떠나면 어떠냐고 조언해주고 싶다.

변명이 또 들리는 것 같았다. 대중이 자기를 잊으면 어떡하냐고. 만약 또 그렇다면 나훈아에게서 성찰을 얻으라고 조언해줄 테다. 강호를 떠나서도 실력을 갈고닦으니까 대중이 진심으로 기다려 주지 않았냐고.

또 변명을 내뱉을 것 같아서 난 당신의 입을 막아버리고 이렇게 말해줄 테다. 일개 연예인도 하는데 고고하신 정치인은 왜 하지 못하냐고. 나훈아가 대중을 위했듯이, 당신도 유권자가 아닌 시민을 위한다면 하지 못할 게 그 무엇이 있냐고.

가을볕이 좋아서인지 별 상상이 다 든다. 이 가을에 (난데없이 소환되어 당황했을 소크라)테스 형님을 보았으니 연말 즈음에는 조용필 형님을 보았으면 좋겠다는 꿈도 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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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남불 2020-10-11 21:34:45
나훈아 말에 뭐 꿇리는 것 있는것 같은데, 도둑이 제 발 저린건가?
컬러니스트 니는. 김죄동이나 다른 놈들이 정치발언 하고, 궁민 세금으로 사례비 쳐 받는 건 어찌 생각하냐?

Giyy 2020-10-09 13:39:21
다른건몰라도
글쓴이의 수준이 초라하고
궁상떠는수준으로 보이네

나훈아 2020-10-07 21:20:37
무엇을 전하려는 글인지 알 수 없네ㅠ
이것도 칼럼이라고 하나?
칼럼니스트 약력도 보이지 않고

오지날 2020-10-07 17:33:55
자신의 발언을 두고 정치권이 ‘이렇게 저렇게’ 해석한 것에 대해 나훈아는 아무 말 하지 않고 있다. 참으로 영악하다. 자신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이슈가 더욱 커지는 걸 즐기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식으로 컬럼을 쓰는 것이 영악한게 아닌가?

.... 2020-10-07 15:17:10
훈아 형님이였으니 천금 같은 말의 무게감이죠...
그리고 기자님의 꿈이신 형님께서는 훈아형님 같이 할말 하고 행동으로 보여 줄 만큼의
깜냥이 못됩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