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한' 트럼프, 서둘러 퇴원...어쩔 줄 모르는 '백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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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급한' 트럼프, 서둘러 퇴원...어쩔 줄 모르는 '백악관'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10.06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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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언론 "백악관이 코로나19확산 뇌관 될 수도"
승리의 전사 이미지로 선거 운동 서두르지만, 트럼프 캠프는 여전히 혼란
트럼프 건강 재악화시 정치적 타격은 상당할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군 병원에서 퇴원 후 백악관으로 돌아온 뒤 마스크를 벗은 채 엄지 손가락을 올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군 병원에서 퇴원 후 백악관으로 돌아온 뒤 마스크를 벗은 채 엄지 손가락을 올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입원 치료를 받아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복귀한 가운데 백악관 내부에서도 불안한 기류가 고조되고 있다. 

대통령 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마음이 급해진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복귀를 서두른 것으로 해석되지만, 선거 캠프가 제대로 작동할지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백악관 고위 관리들, 상원의원들도 속속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있는 가운데 완치되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의 복귀가 어떠한 파장을 불러올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복귀는 미국인들에게 위협"

트럼프 대통령은 5일(이하 현지시간) 백악관에 복귀했다. 지난 2일 입원 후 72시간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때 산소 호흡기를 착용하고, 중증 한자들에게 치료하는 '덱사메타손', '렘데시비르' 등을 투여받을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

다만 빨리 몸 상태가 호전되면서 의료진과 참모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퇴원을 고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1월3일 선거를 앞두고 서둘러 백악관에 복귀했으나 선거 운동을 재개, 지지율을 만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퇴원은 했으나 여전히 확진자인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을 벗어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행정부 관리들은 백악관 관저에 임시 사무실을 설치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격리 생활에 대비하고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작전은 '승리의 전사' 이미지를 각인시키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러스에 대해 "무서워하지 말라"며 "이기고 말겠다. 최고의 의료장비, 최고의 의약품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여론은 싸늘하다.

오히려 일반인들이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경시하게 되고, 이것이 미국에 또다른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피츠버그대 메디컬센터 데이비드 네이스 박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미국 국민에게 완전한 위협"이라며 "대부분의 국민들은 대통령 만큼 운이 좋지 않다"고 우려했다.

노스웨스턴 파인버그 의대의 사디야 칸 박사 역시 "나는 (대통령의 발언과 행동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는 것을 촉진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고도 본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존 코닌 상원의원(텍사스)도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러스를 이겨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경계심을 늦추고 있다"며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지에 대해 (시민들의 의식과) '충돌'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건강 악화 가능성 '충분'..선거캠프 내부도 '혼란'

트럼프 대통령이 완치되지 않은 상황에서 퇴원을 강행한 가운데 건강이 다시 악화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치의인 숀 콘리 박사는 "트럼프 대통령은 초기에 평소와는 다른 수준의 치료제를 투여받았기 때문에 '미지의 영역'에 있다"며 "오는 월요일(12일)까지 이 상태가 유지되거나 개선된다면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 또한 "나는 트럼프 대통령의 진료에 관여하지 않았지만 문제는 그가 초기 단계라는 것"이라며 "감염 환자들을 보면 5~8일 사이에 반전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고 언급했다. 

CNN은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복귀한 뒤 다시 코로나19 증상이 악화되면 좋지 않은 일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셀린 가운더 뉴욕대 교수 역시 "백악관에서 병세가 나빠지면 재앙적인 상황이 될 수 있다"며 "이는 안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선거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있는 상황인 만큼 병세가 악화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노리는 반전 전략은 사실상 불가능해 정치적인 타격도 상당할 것이라는 게 미 언론의 분석이다. 

트럼프 캠프 내부도 '혼란' 그 자체다.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으로 인해 바이든 후보와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고, 각종 일정에 차질을 빚은 것은 물론이다. 여기에 선거캠프 선대본부장과 공화당의 전체 선거 전략을 조율하는 전국 위원회(RNC) 의장도 코로나19 확진으로 입원하는 등 선거 지휘부가 흔들리고있다. 

현재 캠프 내부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와 관련해 엇갈리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공화당의 전략가인 안토니아 페리에르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완치 후 코로나19가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줬고, 트럼프 대통령도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재선 캠프의 에린 페린 공보국장 역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를 직접 경험해봤기 때문에 바이든 후보보다 유리하다"며 "직접 경험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에 관해 말하는 방식도 달라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정반대의 목소리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슈퍼 PAC(정치행동위원회)의 전략가인 에드 롤린스는 "지금 여기(트럼프 캠프)에는 고위험 전략이 있다"며 "대통령이 완전히 회복되기 이전에는 선거 모드로 돌아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미 공화당 소속 폴 라이언 전 하원의장의 대변인을 지낸 브랜든 벅은 "수많은 미국인들의 목숨을 앗아간 매우 심각한 상황에서 대통령의 접근법은 정치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트럼프 캠프가 충분히 논의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이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5일 발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경합주인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플로리다, 애리조나, 미시간, 노스캐롤라이나 등 6개주에서 모두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게 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위스콘신주에서 44%대 50%로 6%포인트,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에선 각각 45%대 50%, 44%대 49%로 5%포인트, 애리조나주에선 46%대 47%로 1% 포인트차로 바이든 후보에게 뒤졌다. 이 조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 19 확진 판정을 받기전에 실시된 조사다.   

불안한 백악관..일반 직원들도 위협적인 상황

트럼프 대통령의 복귀에 백악관 내부에서도 불안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이 호전되고 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으나 최소한 행정부 내 상황은 좀처럼 안정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이 5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현재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은 최소 13명이다. 일각에서는 백악관이 '코로나19 핫스팟'으로 떠올랐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백악관은 대통령과 밀접하게 접촉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신속 검사를 실시해왔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비롯해 백악관 고위 인사들은 이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아 공식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CDC 국장 출신인 토마스R. 프리든 박사는 "음성 결과는 면제권이 아니다"면서 "아침에 음성 결과가 나오고 오후에 감염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펜스 부통령은 수시로 트럼프 대통령을 접촉했기 때문에 자가 격리가 원칙이지만, 백악관이 시험 결과에 지나치게 의존적으로 행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에볼라 발병과 바이러스 정책에 관한 책을 쓴 리드 윌슨은 트위터에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고립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정부 악몽의 연속"이라고 적었다.

NYT는 "백악관 관리들이 로즈가든 행사 이후 얼마나 자주, 어떠한 테스트를 받았는지조차 불분명하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신속검사의 정확성은 종종 지적된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신속 검사는 질병 초기의 감염에 대해서는 오류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고위 관리들 뿐만 아니라 일반 직원들의 건강도 위협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NYT는 "보건 전문가들은 백악관 고위 관리들 뿐만이 아니라 요리사, 정원사, 경비원, 속기사, 청소원,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직원들의 건강만 위협받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가족들을 비롯한 접촉자들 모두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복귀한 후 마스크를 벗고 엄지를 치켜들자 백악관 사진사는 급히 뛰어가 대통령 뒤에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확진자인 트럼프 대통령이 마스크를 벗음으로써 사진사는 물론 참석자들을 위험에 빠뜨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CNN은 "몸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잔뜩 가지고 있는 대통령 옆에 보호장비가 없는 사진사가 가까이 가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한 뒤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한 뒤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백악관은 접촉 추적 등 방역지침 지키지 않아 

백악관은 접촉 추적 등 방역 지침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다. 

뉴욕타임스(NYT)는 백악관 로즈가든 행사에 참석한 많은 이들이 접촉 추적 담당자로부터 연락을 받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6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 후보자 지명식이 열렸는데, 당시 참석자 중 트럼프 대통령 부부를 비롯해 캘리앤 콘웨이 백악관 전 선임고문,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 톰 틸리스 상원의원, 마이크 리 상원의원, 노터데임대 존 젠킨스 총장과 취재 기자 등 총 8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바 있다. 

NYT는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은 최소 8명의 감염자를 발생시켰을 가능성이 있는 로즈가든 행사에 참석한 이들의 연락처를 추적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접촉 추적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접촉 추적의 중심에 있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해당 절차에서 제외됐다.

조슈아 바로카스 보스턴대 공중보건 전문가는 "트럼프 행정부의 총체적인 책임 회피"라며 "현 시점에서 접촉 추적을 담당하는 CDC가 배제됐다는 점은 엄청난 공중보건 위협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앤서니 파우치 소장 또한 CNN과의 인터뷰에서 "로즈가든 행사에 참석한 모든 사람이 접촉 추적 담당자들로부터 연락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숀 콘리 주치의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열흘 이상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다른 사람들에게 전염될 수 있는 살아있는 바이러스가 남아있지 않음을 확실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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