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시드니] 근로법 안지키는 호주의 한인 요식업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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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시드니] 근로법 안지키는 호주의 한인 요식업소들
  • 고직순 시드니 통신원
  • 승인 2020.10.03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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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노사감독기관, 한인 요식업소 '콕 집어' 특별조사
71% ‘근로법 위반’ 적발..최저임금 .미지급 임금 환수 및 벌금 부과
한인업소, 비자 만료등 취약한 한인근로자 대우소홀 여전
호주, 세계최고수준 최저임금제 실시...코로나19로 어려운 한인 가게 '부담'
고직순 시드니 통신원
고직순 시드니 통신원

[오피니언뉴스=고직순 시드니 통신원] 호주 주요 도시에 있는 한인 운영 요식업소에서 근로법규를 위반하는 사례가 여전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소의 위반 사례 대부분이 한국 워킹홀리데이 비자소지자를 대상으로 한 근로법규 위반이라는 점에서 한국 유학생들의 고통이 적지 않아 보인다. 

한인업소 '콕 집어' 집중단속

최근 호주의 노사감독 기관인 공정근로옴부즈맨(Fair Work Ombudsman: 이하 FWO)이 지난해 8-12월 5개월동안 뉴사우스웨일즈(NSW), 빅토리아, 퀸즐랜드, 서호주, ACT(Australia Capital Territory) 준주 등 호주 전역에 있는 51개 한인 요식업소(패스트푸드 매장, 식당과 카페)를 대상으로 근로법규(workplace laws) 준수 여부를 조사한 결과, 71%(36개 업소)가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발표가 있었다.   

FWO는 보도자료를 통해 “22개 업소에서 284명의 근로자들에게 미지급된 급여 16만1551 호주달러(약 1억3460만원)를 환수했고 3만9480 호주달러(약 3천3백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고 밝혀 위법행위에 강력한 조치를 내렸다.

호주의 노사감독기구인 FWO가 발표한 한인 요식업소 근로법 위반 실태.
호주의 노사감독기구인 FWO가 발표한 한인 요식업소 근로법 위반 실태.

FWO가 조사를 벌인 한인 업소는 브리즈번 13개, 시드니 12개, 퍼스 11개, 멜버른 10개, 켄버라 5개로 사실상 호주 전역에 해당돼 이번에 특별히 한인 업소를 '타깃'으로 했다는 관측을 불러일으켰다.

시간외수당, 최저임금 미지급 많아

한인업소들의 위반 사례를 보면, 51개 매장 중 71%가 근로법규를 준수하지 않고 있음이 드러났다.

36개의 위반 업체 중 61%가 야간수당이나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는 것이 확인됐고,  급여 명세서 및 기록 보관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 곳도 많았다. 구체적으로는 시간외 수당(penalty rates) 미지급(26%)과 급여 명세서(pay slips) 미지급(22%), 시간별 최저임금(minimum hourly rates) 미지급(17%)이 가장 빈번한 위반 사항으로 적발됐다. 

FWO는 “위법으로 피해를 입은 근로자들의 상당수가 한국인 근로자들이었는데 특히 학생 비자 소지자들의 피해가 두드러졌다. 다양한 국가 출신의 이민 근로자들도 피해를 당했다”라고 밝혔다.

〈도시별 환수액은 다음과 같다〉
* 5개 멜번 사업장 피해근로자 65명, 9만5984 호주달러(약 8000만원)
* 6개 브리즈번 사업장 피해근로자 139명, 3만1376 호주달러(약 2600만원)
* 4개 시드니 사업장 피해근로자 31명, 2만2827 호주달러(약 1900만원)
* 4개 퍼스 사업장 피해근로자 24명, 3만105 호주달러(약 260만원)
* 3개 캔버라 사업장 피해근로자 24명, 8259 호주달러(약 710만원)

사업장 환수액중에 멜버른의 한 업소가 11명 근로자에 피해를 입혀 5만6688 호주달러(약 4700만원)를 부과받은 게 최고액이었다.

FWO 조사관들은 업소 방문을 통해 근로자, 관리자(매니저),  매장 소유주들과 면담을 했고 고용 기록과 급여 명세서들을 확인하는 방법을 취했다.

조사관들은 고용주들에게 법률 위반의 시정을 요구하는 20개의 규정 준수 통지서를 발부했고 미지급 임금 전액을 환수했다. 또 급여 명세서 및 기록 보관 위반에 대한 34건의 벌금 통지서를 부과하고, 2건의 정식 경고장도 발부했다. 또 20건의 규정 준수 통지(compliance notices)를 발급했다.

한인사회에서는 이번 한인 요식업소를 대상으로 한 전국적인 집중 조사의 실시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FWO는 "이전의 요식업종 조사에서 학생들을 비롯한 한국 출신 근로자들의 임금 착취와 관련된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인 업소의 법규위반이 빈번하게 이뤄져왔다는 지적이다. 

또 "젊은 근로자들로부터 착취로 보여지는 신고를 통해 정보를 접수했다. 이 근로자들은 나이나 비자 상황 때문에 잠재적으로 취약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자가 만료된 한인 유학생 등의 약점을 악용해 이같은 근로법규 위반을 저지르고 있는 정황이다.

FWO 측은 한인 외 다른 이민자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집중 조사를 했는지에 대해서 답변을 하지 않았다. 특정 커뮤니티를 '콕 찝어' 이같은 특별 감사를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FWO의 샌드라 파커(Sandra Parker) 위원장은 "어린 학생들을 포함한 이민 근로자들에게 저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하고 "호주 근로법은 국적과 나이를 불문한 모든 근로자들을 보호한다. FWO은 비자로 인해 취약한 상태에 있거나 권리를 잘 모르는 이민 근로자들에게 중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FWO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많은 요식업소들이 큰 영향을 받았다는 점을 주지하고 있다. 균형있는 방법으로 단속을 시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호주의 수산시장에서 일하고 있는 한인 유학생 모습. 사진=연합뉴스
호주의 수산시장에서 일하고 있는 한인 유학생 모습. 사진=연합뉴스

높은 최저임금 기준에 코로나19사태까지

한인 요식업소 대다수 경영자들은 근로법규를 준수하려는 의사는 갖고 있다. 일부 업소는 그러나 근로법규중 몇몇에 대해 위반을 가볍게 인식하거나 세계 최고수준인 최저임금에 대해서는 매우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보인다. 특히 비자 등의 이유로 상황이 취약한 한국인 유학생, 근로자들의 약점을 이용해 신고를 못하리라는 생각도 하지 않나 싶다. 한인사회는 FWO가 왜 한인 업소를 타깃으로 해서 조사를 벌였는지 그 배경을 제대로 짚어봐야 할 것이다.    

호주 한인 요식업소에서 이처럼 최저임금을 어기는 것은 사실 오래된 관행에 가깝다. 코로나 19사태로 호주경제가 침체를 겪으면서 더욱 한인 요식업의 경영도 악화된 것도 겹친 탓도 있다.

워킹홀리데이 비자 소시자들에 대해 최저임금 이하로 지급하면서 일을 시키는 방식이다. 이 비자는 만료기한이 있어, 비자소지자들이 더욱 불리한 상황이다. 또 수년전 호주의 단기비자제도가 변경된 것도 또다른 요인이다.   

오래전부터 한인 요식업소에서는 한인 근로자들에게 지급하는 시간 요율이 통용되고 있었는데, 최저임금보다 낮기 때문에 번번히 근로법규 위반 업소가 적발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호주의 임금수준이 세계최고 수준이기 때문.  

하지만 FWO의 입장은 단호하다. FWO는 한국인들만을 위한 요율은 없다며 오로지 호주내 모든 이들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최저임금만 있을 뿐이라며, 더욱더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 고직순 시드니 통신원은 호주동아일보 편집국장, 호주한국일보 발행인을 역임했고 현재 한호일보 편집인으로 재임중이다.  한국에서 외대를 졸업한 후 호주 맥쿼리대학원에서 경제학(석사)을 전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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