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팬 리포트] IT 후진성 드러낸 도쿄증시..."이것은 인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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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팬 리포트] IT 후진성 드러낸 도쿄증시..."이것은 인재다"
  • 라미 일본 통신원
  • 승인 2020.10.02 21:08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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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언론 “전대미문의 사태”, “인재(人災)다.”
2005년과 2006년에도 비슷한 사태 발생
日디지털화 추진, 스가 총리에게는 호재?
‘Never Stop’을 자신 있게 내걸었던 일본 증권 시스템
일본 네티즌 "일본 IT의 후진성과 보안의 취약함 우려"
라미 일본 통신원.
라미 일본 통신원.

[오피니언뉴스=라미 일본 통신원] 일본 주식시장이 지난 1일 하루 동안 시스템 장애로 거래정지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후 일본 전역으로 후진적인 국가적 IT체계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심지어 이번 거래소 거래정지 사태는 인재(人災)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1일 오전 7시께(이하 현지시간). ‘일본 거래소 그룹(JPX)’ 산하 ‘도쿄 증권거래소’에 시스템 장애가 발생했다. 장애 원인조차 발견하지 못하자 개장 시간인 오전 9시부터 전 종목의 거래가 정지됐다. 거래 중지는 이날 폐장시간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게다가 도쿄 증권거래소의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 삿포로, 나고야, 후쿠오카의 거래소도 거래가 멈추는 등, 약 3700개의 모든 종목이 거래 중지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긴박했던 이날 오후 4시 30분. 도쿄 증권거래소의 미야하라 코이치로 사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사죄했다. 그는 다음 날부터 정상 운영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고 이튿날인 2일부터 모든 주식의 거래는 약속대로 재개됐다. 

도쿄 증권거래소의 전 종목 거래 중지로 공란 처리된 일본 신문의 주식면. 사진=NHK와 TV도쿄 화면 캡처.
도쿄 증권거래소의 전 종목 거래 중지로 공란 처리된 일본 신문의 주식면. 사진=NHK와 TV도쿄 화면 캡처.

일간지, 공란 처리된 주식시세표 첫 등장 

이와 관련해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보고 요청 명령을 신속히 내릴 예정이고 금융청에서 검증을 제대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과 히라이 타쿠야 디지털 개혁 담당 장관도 유감 표명을 했다. 

코로나로 인한 일본 사회의 뒤늦은 디지털화가 사회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이번 증권거래 시스템 장애로 인한 거래 중지 사태는 얼마 전 일어난 대형 은행의 부정 인출 사건과 맞물려 일본의 IT 보안 태세의 취약함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는 점에서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안기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본의 모든 전국네트워크 방송국의 밤 메인 뉴스에서는 '전대미문의 사태'라며 외신의 반응과 함께 비중 있게 다뤘다. 그리고 불행 중 다행으로 세계 증시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대부분의 방송사가 당일 발행된 신문에 아무런 숫자도 없는 주식시세표를 게재하는 등 이번 전 종목 거래의 종일 중지 사태는 지난 1999년 5월부터 시작된 주식 시장의 전면 전자 시스템화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하루종일 전면적인 거래중단은 처음이지만, 장 중 전산장애로 인한 거래장애는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도쿄거래소, 전산장애 거래정지 이번 처음 아냐 

지난 2005년과 2006년 일시적이었지만 전산장애로 거래소의 주식거래가 중지되는 사태가 두차례나 발생한바 있다. 당시에는 소프트웨어 결함과 라이브도어 쇼크로인해 종일은 아니었지만, 전 종목 거래 정지 사태를 경험한 적이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시스템 장애의 원인은 거래 시스템의 공유디스크 1호기의 메모리 문제로 인한 고장과 함께 백업 장치인 2호기로의 전환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지 언론들은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심도있게 보도 하고 있다. 세계 4위 규모인 일본 증시의 시스템이 사이버 공격과 같은 외부로부터가 아닌 내부 문제로 일어났다는 점, 게다가 해외의 경우 일시적인 거래 정지는 있었지만, 일본과 같은 종일 전면 중지는 들어 본 적이 거의 없고 일본 증권 거래의 약 70%가 외국인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신뢰 면에서 상처가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돌이키기 힘든 문제가 일어날 것이라고도 전했다.

TV도쿄의 ‘WBS’에 출연한 릿쿄 대학의 다나카 미치아키 교수는 디지털 후진국인 일본의 문제점으로 ▲가상 현실 세계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한 현실감의 결여 ▲설계와 개발에는 적극적이지만, 운용하는것은 경시 ▲경영진의 IT에 대한 인식 결여로 인한 현장과 괴리를 들었다.

1일 발생한 도쿄거래소 거래중지 사태는 ‘인재(人災)’라고 발언하는 후지TV의 해설위원. 사진=후지TV 화면 캡처.
1일 발생한 도쿄거래소 거래중지 사태는 ‘인재(人災)’라고 발언하는 후지TV의 해설위원. 사진=후지TV 화면 캡처.

거래정지사태, '人災'라는 지적도 

후지TV의 ‘라이브 뉴스 알파(Live News α)’에서는 카자마 신 해설위원이 도쿄 증권거래소의 사장이 이번 사태가 ‘예상 밖’이었다고 했지만, 종일 거래 중지 사태까지 일어난 것은 한심한 일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예상 밖’이라는 표현은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점이 있었다는 의미이므로 이번 일은 ‘인재(人災)’라고 생각한다는 발언을 했다.

이번 사태에 대한 일본 네티즌의 반응을 보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증권 시스템이 정지하는 선진국을 본적도 들어 본 적도 없다. 주식보다는 시스템 정지 쪽이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일본 IT 보안의 취약함은 치명적이다’, ‘예전에도 같은 시스템 장애가 있었다고 다른 기사에서 봤습니다만, 정말 그렇다면 시스템 회사를 바꾸는 게 좋지 않을까’ 등 일본의 IT의 후진성과 보안의 취약함을 우려하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참고로 지난 2010년 일본 후지츠가 ‘네버스톱(Never Stop)’이라는 슬로건을 자신 있게 내 걸고 발매한 시스템이 이번에 문제가 생긴 ‘애로헤드(arrowhead)’이다.

후지츠가 ‘Never Stop’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자신있게 출시한 증권 거래 시스템 ‘arrowhead’의 홍보 영상. 사진=후지TV 화면 캡처.
후지츠가 ‘Never Stop’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자신있게 출시한 증권 거래 시스템 ‘arrowhead’의 홍보 영상. 사진=후지TV 화면 캡처.

이와 관련 1일 도쿄 증권거래소의 사장이 가진 기자회견에서 “‘Never Stop’이라는 슬로건으로 운용한 시스템이 결과적으로 멈춰버린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사장은 “깊게 반성하고 있으며 이후에도 ‘Never Stop’을 잊지 않고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이번 사태는 디지털청 설립 등, 일본 사회의 디지털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스가 총리에게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반증인 동시에 오히려 스가 총리가 내 건 정책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어 정책 추진에 힘을 받을 좋은 기회가 될 가능성도 보인다. 

● 라미 일본 통신원은 국비 유학생으로 선발돼 일본 국립대학교 대학원에서 방송 연구를 전공, 현재 일본 공중파 방송사의 보도 방송과 정보 방송을 연구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 방송의 혐한과 한국 관련 일본 정부 정책의 실체를 알리는 유튜브 채널 <라미TV>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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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비공주 2020-10-05 11:20:16
이런 기사 좋습니다.
더하지도 덜도 말고 사실만 말하면 됩니다^^

Kay Kim 2020-10-05 02:26:28
역시나 라미님.
국내 언론은 죄다 일본 국민들인지, 이런 기사는 당최 찾기가 힘들어요. 오피니언 뉴스. 응원합니다. 신세대 진실 언론으로 크게 성장하시길

이현중 2020-10-03 15:50:45
인재든 재해든 처리나 잘했으면

Happydotori zoa 2020-10-03 11:18:21
올게 온거죠 ~~ 선진국 가면만 덮어쓰고 있었던게 하나하나 다들어나고있는 이현실이 너무 좋네요 ㅋ

lucky lee 2020-10-02 22:42:50
일단1뽜....
꽤 오래전에 티비에서 이런광고문구가 떠오른다.
'세상을 바꾸는 힘 디지틀' 삼성이였나...그랬는데...
그때는 전혀 공감하지 못했었죠.....
디지틀세상을 선도하는 한국....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