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리포트] 텅빈 뉴욕, 실업률 40년만 20%대...내년 재정마저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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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리포트] 텅빈 뉴욕, 실업률 40년만 20%대...내년 재정마저 걱정
  • 권혜미 뉴욕통신원
  • 승인 2020.10.02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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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 오지 않는 뉴요커, 더딘 뉴욕 경제 회복
코로나 이후 뉴욕시 사무실과 상점 공실율 치솟아
자영업 폐업율·실업율 증가...뉴욕 시 재정위기 심각수준
권혜미 뉴욕통신원.
권혜미 뉴욕통신원.

[오피니언뉴스=권혜미 뉴욕 통신원] 7월 초에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경제활동 중단이 끝난지 오래지만 아직 뉴욕 사무실은 텅텅 비어 있다. 월가의 주식 트레이딩과 세일즈 팀에는 9월 부터 직원들이 출근하기 시작했지만 도시의 큰 사업인 미디어, 출판, 테크 업계와 변호사들은 여전히 뉴욕에 돌아오지 않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달 말기준 맨하탄 사무실 점유율이 10% 미만이라고 보도했다. 일반 사무직들의 출근율은 지난 7월의 6~8%에 비해 여전히 늘지 않고 있다.  

미국 전체 평균을 보면 사무실 직원의 25%가 복귀했다. 도시 별로는 댈라스 직장인 40%와  LA 에서 32 %가 사무실 복귀를 기록한 것과 비교해도 뉴욕시의 코로나 회복율을 더딘 샘이다. 

8월까지만해도 뉴욕시는 새학년이 시작하는 9월이 되면 코로나 봉쇄 때 뉴욕을 떠난 학생들이 돌아 올것으로 기대 했었다. 부동산 회사인 CBRE의 마리 앤 티크(Marry Ann Tighe) 사장은 지난 7월 인터뷰를 통해 “뉴욕 사무실 점유율이 9월이되면 전국 평균인 20~25%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예측했었다. 9월은 지났고 예상은 빗나갔다. 

현지 언론들은 예상보다 뉴욕커들의 귀환이 더딘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른 도시에 비해 인구밀집도가 높은데다, 자가용이용자보다 지하철이나 기차 등 대중 교통으로 연결된 뉴욕 시에 돌아오기를 꺼려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코로나 이전만 해도 맨하탄 중심 업무 지구에는 사무실 직원들과 음식점, 상점 등 자영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포함해 2백만명이 상주했다. 그러나 직장인이 사라지고 도시가 텅 비자 뉴욕의 실업율은 40년 만에 최대치인 20%로 치솟았다. 

또한 직장인에 의존하던 델리, 레스토랑 등 자영업자들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를 들어 뉴욕의 가장 큰 중심 거리인 브로드웨이를 따라 들어선 상점과 레스토랑은 관광객과 직장인이 떠난 후 비싼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폐업한 경우가 늘고 있다. 

뉴욕 시에 따르면 브로드웨이에서만 300 여개의 상점이 비었고 공실율은 3년 전 대비 78 %가 증가했다. 브로드웨이에 위치한 대표적인 아울렛인 센츄리 21(Century 21)도 9월 뉴욕의 두 군데 지점을 폐점했다. 

코로나 확산이후 텅빈 뉴욕의 심장 월스트리트 모습. 여름이 지나고 9월이면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여전히 한번 떠난 뉴요커들은 도시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 확산이후 텅빈 뉴욕의 심장 월스트리트 모습. 여름이 지나고 9월이면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여전히 한번 떠난 뉴요커들은 도시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욕시에 따르면 지난 3월 16일에서 9월 27일까지  610개의 자영업체가 법원에  파산을 신청했으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한 수치이다. 

또한 레스토랑이나 소규모 업체의 리뷰 앱인 엘프(Yelp)에 따르면 지난 3월 1일부터 9월 11일까지 6000개 업소가 문을 닫았고 이 중 4000개 업체는 영구 폐업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블룸버그 통신은 이 상태가 내년에도 지속될 경우 뉴욕시 전체 비즈니스의 3분의1에 이르는  23만 개의 자영업체가 문을 닫을 수도 있다고 뉴욕상공회의소 분석자료를 토대로 보도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뉴욕 경제와 시 재정이 무너지고 있다. 출·퇴근족들이 사라지자 뉴욕 지하철은 내년 말까지 120억달러(약14조 원)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또한 도시민들이 소비를 덜하고 관광객이 줄자 뉴욕시의 주요 소득원인 판매세가 올해 90억 달러 (약 10조 원) 감소했다. 실업율도 전국 평균의 두 배인 16%로 치솟자 개인 소득세 징수가 11% 감소해 뉴욕 시 세수가 20억 달러 (약 33조원) 가량 증발했다. 

설상가상으로 뉴욕의 쿠오모(Cuomo) 주지사와 드 블라지오 (de Blasio) 시장이 코로나 대응을 두고 뉴욕이 고향인 트럼프 대통령과 치열한 각을 세운 까닭에 재정 위기 해결을 위해 연방 정부의 지원을 받기는 커녕 삭감될 위기에 처해 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면 뉴욕시는 연방 정부의 자금 지원이 어려워져 재정 적자 압박을 받는 뉴욕 시는 공무원 수와 공공 서비스를 줄여야 할 수도 있다.  당장 뉴욕시는 지하철과 버스 운영 대수를 40% 줄이겠다고 발표 했다. 

하지만 긍정적인 신호도 있다. 뉴욕의 공립 학교가 교실 수업을 시작했으며 직원들의 업무 복귀를 지시하는 회사도 늘어나고 있다. JP 모건은 육아와 건강 문제가 없는 세일즈와 트레이딩 직원에게 출근하라고 지시 했다. 이는 뉴욕 전체 직원의 25%다. 씨티 은행도 뉴욕 직원의 30 %가 사무실에서 일하고 싶다고 직원 여론조사에서 응답했다며 현재 5 %대 사무실 근무율을 더 높이겠다고 밝혔다. 

● 권혜미 뉴욕 통신원은 콜럼비아 대학원에서 조직 심리를 전공한 후 뉴욕에서 부동산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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