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팬 리포트] 온천 입욕세 인상, 코로나 무대책 정부 비난받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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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팬 리포트] 온천 입욕세 인상, 코로나 무대책 정부 비난받는 까닭은
  • 라미 일본 통신원
  • 승인 2020.10.01 22:1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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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유명온천, 종업원 코로나검사 위해 입욕세 인상
지역 관광업계, 찬반양론...전국으로 확산
네티즌, 정작 보이지 않는 일본 정부 비난
라미 일본 통신원.
라미 일본 통신원.

[오피니언뉴스=라미 일본 통신원] 최근 일본에선 유명 온천지의 입장료 인상을 놓고 찬반양론이 갈려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총리 교체에 경기침체, 코로나 확산 등 굵직굵직한 뉴스를 제치고 느닷없이 온천 입장료 논쟁이 언론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발단은 지난달 초 온천지역 지자체가 온천 종사자들의 코로나감염 검사를 확대하기 위해 입장료를 올리는 방안을  경영자 조합에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코로나 발생이 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기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방안이었다. 

조합내에선 이 제안에 대해 찬반양론이 갈렸고, 제안자인 지자체가 중재에 나서자 중앙언론에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문제는 코로나 확산으로 관광객 발길이 끊긴 온천 지역에서 자구책이 나오는 동안 중앙정부는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고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이번 온천 입장료 인상 논란이 중앙정부의 코로나 방역에 대한 무책임한 행동으로 간주되며 정부를 비난하는 네티즌들의 반응도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이번 논란이 일본 전국으로 퍼진것은 친정부 신문인 산케이신문의 보도였다.

일본의 인터넷판 산케이신문은 지난달 7일 ‘PCR검사 실시와 입욕세 인상에 관광업계 찬반양론, 해당 지역 시장, 궤도 수정 가능성도...도치기(栃木県)·나스시오바라시(那須塩原市)’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PCR(중합효소연쇄반응)검사는 종업원들의 가검물을 채취해 코로나 감염 여부를 검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달 초 온천 입욕세 인상을 제안한 나스시오바라시의 와타나베 미치타로 시장. T사진=TBS 화면 캡처.
지난달 초 온천 입욕세 인상을 제안한 나스시오바라시의 와타나베 미치타로 시장. 사진=TBS 화면 캡처.

이 기사에서는 천 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의 유명 온천지인 도치기현의 나스시오바라시의 경우, 올해 1월부터 6월까지의 숙박객이 작년 같은 시기에 비교해 약 51% 감소해 해당 지역의 시장이 회심의 대책을 내놓았다고 전했다.

그 대책은 안전한 관광지임을 어필하기 위해 숙박업소의 모든 종업원 약 600명을 대상으로 희망자에 한해 매달 1회 PCR 검사를 하기 위한 재원 마련 차원에서 입욕세를 일률적으로 200엔(한화 약 2200원)을 인상하자는 내용이었다.

해당 지역에는 두 개의 온천 조합이 있는데 ‘시오바라 온천여관협동조합’은 매일 검사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을 것 같고 양성자가 나오면 비방 중상으로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PCR 검사를 위한 입욕세 인상에 반대했다.

반면 ‘도치기 이타무로 온천여관조합’의 경우 종업원이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는 것으로 감염 대책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고 손님이 95% 감소한 이 지역 온천의 홍보효과가 클 것이라며 찬성 입장을 표명해 서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해당 기사가 나올 당시만해도 이 기사는 일본 내에서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온천 입장료를 한화로 2000여원 올린다는 것에 다른 뉴스에 가려진 것이 당연해 보이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시의회에서 입욕세 인상안이 가결됐음을 전하는 아사히TV “보도 스테이션” 사진=아사히TV 화면 캡처.
지난달 28일 시의회에서 입욕세 인상안이 가결됐음을 전하는 아사히TV “보도 스테이션” 사진=아사히TV 화면 캡처.

그렇게 잠잠해지는 듯했는데, 지난달 28일, 시의회가 입욕세를 일률적으로 200엔을 인상하는 것에서 숙박료별로 차등 인상하는 수정안을 찬성 다수로 가결 시키자 일본의 주요 일간지는 물론, 전국네트워크 방송사들도 비중 있게 다루기 시작했다.

특히 아사히TV, 니혼TV 그리고 TBS의 경우 밤 메인 뉴스에서 사실관계를 중심으로 보도했다. 또한 아사히TV의 ‘보도 스테이션’에서는 숙박업소에서 양성자인 종업원이 나오면 숙박 업소명을 공표하는 것은 물론, 업소 소독과 함께 최저 이틀간의 휴업을 하고 보상은 민간 보험 회사에 맡긴다는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리고 니혼TV의 아침 정보 방송인 ‘슷키리’에서는 지난달 29일, 장시간(약 26분) 보도했다. 내용은 기존의 사실관계 보도에 전문가 및 출연자들의 의견을 더한 것이었다.

의료 전문가들의 의견은 “해당 지역의 대응은 코로나 무증상 감염자를 발견하기 위한 PCR 검사라고 생각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게다가 지금까지 주로 손님에 의한 집단 감염이 많이 발생했으므로 검사를 한다고 안심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감염 대책을 얼마나 제대로 시행하고 있는지가 더욱 중요하다.

즉 확실한 감염 대책과 PCR 검사의 양립이 중요하다”라며 “비용 대비 효과는 미지수”라고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반면에 입욕세 인상을 제안한 해당 지역 시장은 “물론 완벽한 정책은 아니지만, 정기적인 PCR 검사를 하는 것으로 안심할 수 있고 안전한 여행지라는 점을 어필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검사 기관과의 교섭을 통한 비용 절감도 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 방송의 메인 MC인 가토 코지 씨는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종업원의 PCR 검사를 실시한다고 해서 감염 대책에 대한 의식이 높아질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발언했다. 또 “오히려 관광객에 의한 감염도 예상되는 가운데 감염 대책을 더욱 철저히 세우고 혹시 감염자가 나왔을 때는 PCR 검사 및 감염 확대 방지를 위한 조치를 확실히 하겠다고 어필하는 편이 유효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나스시오바라시의 입욕세 인상 소식에 대해 일본 네티즌의 반응을 보면 “왜 굳이 입욕세를 강제 징수 하는 것인가? 오히려 숙박 비용 명세서에 '직원 PCR 검사 비용 적립 협력금'이라 써서 청구하는 게 낫겠다”든지 “입욕세는 지자체의 독자적인 세목이므로 평소 이용자가 지불한 입욕세의 절반 가까이는 업소에 돌아가고 있다. 결국 PCR 검사는 구실이고 코로나로 인한 경영 압박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니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기 위해 세금을 인상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등의 의견을 쏟아냈다.

어떤 댓글은 “땜질 처방이다. 나스시오바라시의 행정 레벨의 낮음을 느낀다.”라는 반응과 함께 방송에 출연했던 전문가들의 발언과 비슷한 온천 종업원에 대한 코로나 검사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숙박업소 종업원의 PCR 검사에 대한 의견을 전하고 있는 의료 전문가들. 사진=니혼TV 화면 캡처.
숙박업소 종업원의 PCR 검사에 대한 의견을 전하고 있는 의료 전문가들. 사진=니혼TV 화면 캡처.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런 논란이 대두되어도 중앙 정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4월 7일 아베 전 총리의 긴급사태선언 이후, 코로나 대응은 각 지자체에 떠넘기다시피 한 것을 시작으로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거의 무대응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만약 일본 정부가 코로나 대응에 대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제대로 했다면, 입욕세 인상과 같은 논란은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결국, 입욕세 인상 문제는 일본의 코로나 대응의 어두운 면이 잘 드러난 좋은 예일 것이다.

이번 소동으로 나스시오바라시의 대응이 일본 국민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는 차지하고 홍보 효과는 만점이었던 것 같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감염자 수 증가로 ‘GoTo 캠페인(국내여행장려 캠페인)’에서 제외됐던 도쿄가 이달 1일부터 다시 포함된다. 그런데 지난달 29일 도쿄의 하루 감염자 수는 212명이었다.

● 라미 일본 통신원은 국비 유학생으로 선발돼 일본 국립대학교 대학원에서 방송 연구를 전공, 현재 일본 공중파 방송사의 보도 방송과 정보 방송을 연구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 방송의 혐한과 한국 관련 일본 정부 정책의 실체를 알리는 유튜브 채널 <라미TV>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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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ky lee 2020-10-02 22:45:13
근데 일본온천, 전에 뉴스에서 봤는데....1% 만 진짜라면서요....
짝퉁온천대국 니기미뽕~

Happydotori zoa 2020-10-02 13:13:07
역시 일본이 일본하고있고 앞으로도 변함없을꺼라 기쁘네요 ㅎㅎㅎ 라미님 댓글 남기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