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정의 유럽외교전] 독일정부, '中 화웨이 배제' 하려는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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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정의 유럽외교전] 독일정부, '中 화웨이 배제' 하려는 의미는
  • 최수정 국제문제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9.24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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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사이버보안법 2.0 초안 만들어...중국기업 수용불가 방향
중국 진출 독일기업 보복조치 당하더라도 강행하려
독일, 최근 중국의 대외정책에 "중국 믿을수 없다" 판단한듯
최수정 국제문제 칼럼니스트
최수정 국제문제 칼럼니스트

[최수정 국제문제 칼럼니스트] 독일 정부가 드디어 5G 장비업체 선정에 관한 방향을 결정한 듯하다. 지난 9월 22일자 디벨트(Die Welt)지는 “메르켈이 화웨이문제를 해결하려 한다(So will Merkel Huawei aussortieren)”의 제목을 게재했다. 이 매체는 연방정부가 의회상정 준비를 끝낸 IT보안법 2.0 초안 토론에서 오간 내용을 근거로 화웨이가 독일의 달라진 IT보안법 요건을 맞추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행정부내 검토가 끝난 이 법안은 인터넷 5G시대의 초연결사회를 고려한 정보보안의 중요성을 보다 강화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계 기업이 독일의 강화된 시민사회 개인정보보안 기준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화웨이 배제에 소극적이던 메르켈, 입장 변화

메르켈은 독일 통신업계의 2G, 4G 통신장비에 대한 화웨이의 의존도를 충분히 감안해 업계의 피해가 없도록 화웨이의 5G 장비시장 진출을 배제할 계획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총리측과 연방경제부는 화웨이 장비 배제가 가져올 경제적 피해가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2월 KOTRA 함부르크 무역관 자료를 보면 2016년 이후 독일의 최대무역국은 바로 '중국'이다. 게다가 독일 경제구조가 바로 수출의존형이라는 문제가 있다.  IMF 발표에 따르면 독일은 2017년 기준 G20 국가중 수출의존도 2위(39.4%)로 독일 경제에 있어 수출부진은 곧 경기 부진을 뜻한다. 이번 화웨이의 독일 5G 장비시장 배제가 선언될 경우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독일 완성차 3사는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수익의 40% 가량을 중국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폭스바겐사의 경우 매우 불안한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다.

독일 기업 중 대중국 수출비중이 높은 11개 사. 출처= 코트라 함부르크무역관, 2020년
독일 기업 중 대중국 수출비중이 높은 11개 사. 출처= 코트라 함부르크무역관, 2020년

"화웨이, 중국 공산당 관리하에 있다" 판단 굳힌 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 정부가 내부적으로 화웨이를 배제하는 것으로 방향을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중국제품의 보안에 대한 신뢰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독일 정부의 시각은 중국 공산당 정부의 경제관리정책을 고려할 때 민간기업인 화웨이가 중국 공산당의 관리 하에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만약 중국 정부가 독일과 정치적으로 대립관계에 있을 경우 화웨이 장비를 통해 독일의 주요기간시설(Critical Infrastructure)에 심각한 피해를 야기시킬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특히 전기공급시설과 의료시설에 대한 공격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고 할 수 있다.

중국정부나 화웨이는 이런 상상과 두려움은 절대 개연성이 없는 것이라고 부정하고 있지만 독일 내무부와 외교부는 중국 정부의 위험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독일 사민당(SPD)은 중국 공산당 정부가 법치주의를 존중하지 않고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를 계속 할 경우 화웨이는 독일시장에서 배제되는 것이 옳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기민당(CDU)도 독일 화웨이의 5G 장비시장 진출 평가의 전제조건으로 "기술적 신뢰뿐만 아니라 정치적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만 독일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근본 원인은 '중국의 대외정책'...중국에 대한 불신 커져

이렇게 독일 행정부나 의회가 화웨이의 문제를 간단한 외국 통신장비업체의 시장진출로만 보지 않고 있다.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불신이 가시지 않고 있다. 중국 공산당의 외교정책 실패의 가장 전형적인 사례가 바로 이것이다. 믿을 수 없는 나라의 정보통신업체를 이용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인상을 준 것이다. 만약 중국이 홍콩문제를 영국과의 약속을 고려하여 원만하게 처리했다면 어땠을까? 중국이 지속적으로 신장위구르인들의 인권을 말살하면서 21세기 G2의 헤게모니를 부르짓는 것이 과연 존경받을 만한 행위일까? 특히 5G의 초연결성이 가져올 데이터보안의 취약성을 고려할 때 지금까지 중국이 벌여온 대외정책이 신뢰형성에 큰 기여를 한 것일까?

중국의 돈을 필요로 하는 나라들은 많다. 그러나 그 돈이 해당국가의 생명을 담보로 한 것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사이버보안은 그렇게 국가의 핵심기간시설을 하나로 엮는 생명줄이다. 이 문제에 있어서 양보와 타협은 없다. 생존을 위해 한배를 타야 할 때에는 돈보다 중요한 것이 고려되는 것이다. 바로 정치적 신뢰다.

독일 정부가 IT보안법 2.0을 제정, 중국 기업 화웨이를 독일 통신시장에서 배제하기로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사진=AP/연합뉴스
독일 정부가 IT보안법을 개정, 중국 기업 화웨이를 독일 통신시장에서 배제하기로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사진=AP/연합뉴스

그렇지만 독일인들이 독일행정부의 이런 입장 선회를 충분히 공감하는 시선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독일이 미국의 화웨이 배제에 관한 협박에 굴복한 것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특히 독일의 주독미군 철수와 방위비 부담률 강화를 요구하면서 미국이 벌이는 다양한 위협에 대해 매우 큰 반감을 가진 독일인들이 많다. 게다가 4G 통신장비에서 벌어진 화웨이 백도어 문제는 이미 누구나 아는 문제인데 5G 장비에서 화웨이를 배제하는 것은 순전히 정치적인 눈치보기의 결과라고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선은 독일 국민들의 미국에 대한 반감일 뿐 정보통신기술의 심화가 가져올 핵심기간시설의 취약성에 대한 정보부족에서 나오는 소리다.

독일이 2015년에 IT보안법(IT Sicherheitsgesetz)을 도입한 이후 2018년 다시 이 법을 개정하는 이유중엔 기술적인 이유도 있다. 5G가 가지는 태생적 한계는 보안에 있다. 기존 4G 이하의 통신서비스에서는 분야별로, 용도별로 폐쇄적인 망구조를 가졌으나 5G는 설계 자체가 개방형이다. 따라서 하나의 망통신을 통해 국가안보정보와 원격의료, 자율주행, 에너지공급 명령이 한꺼번에 오가게 된다. 따라서 5G는 보안이 생명이고, 곧 경쟁력인 것이다. 그러니 신뢰할 수 없는 중국공산당과 밀착된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이 될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중국, 독일에 보복조치 취할 경우 더욱 불신 커질 것

독일 IT 보안법 2.0의 핵심은 핵심기간시설에 대한 보호에 있다. 독일은 핵심기간시설의 안전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관련업계의 안전기준 강화와 규제의 포괄적 적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한 법위반에 대한 벌금이 기존 10만 유로(건당)에서 엄청나게 오르게 된다. 신규법에서는 최대 2천만 유로 또는 연간총매출의 4% 중 많은 금액을 벌금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개정되었다. 핵심기간시설 운영자에 대한 감사를 보다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함으로써 보다 높은 수준의 국가기간시설의 보안안전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독일 IT보안보고서 표지.  출처= 연방정보기술보안국(BSI)
독일 IT보안보고서 표지. 출처= 연방정보기술보안국(BSI)

독일 또한 장기적인 국가이익의 관점에서 기술적 안보 외에 정치적 신뢰에 대한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과거의 경제적 이익 개념에서만 바라보던 중국과의 관계는 보다 밀접한 사물인터넷 사회로 진입하면서 근본적인 국가간 신뢰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만약 올해 연말 독일 의회에서 IT 보안법 2.0을 토대로 화웨이의 공식적인 시장배제가 선언될 경우 중국은 과연 독일에게 보복할 것인가?  만약 중국이 독일 기업의 중국시장진출에 대해 교차보복을 시도한다면 중국의 국제적 신뢰는 더욱더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문제는 독일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중국에게 있다는 점을 자각해야 한다. 민간기업에 대한 사실상의 국유화와 정치적 개입은 중국 기업들의 국제적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다. 5G 초연결사회에서 중국이 직면하고 있는 국제적인 외면은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이 아니다. 중국이 대외적으로 펼쳐온 외교정책과 민간기업에 대한 국가개입이 빚어낸 참사가 될 것이다. 중국은 서유럽 국가 중 가장 친중국적인 독일이 중국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새겨들어야 한다.

● 필자인 최수정 칼럼니스트는 독일 함부르크대학 법학박사과정에서 해양법을 전공하며 오피니언뉴스 베를린 통신원 활동을 겸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해양수산개발원에서 11년간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한 바 있다. 주로 해양환경, 국제수산규범, 독도영토분쟁을 포함한 유엔해양법에 관한 연구를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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