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오지날] 좀비 탐정, 사악한 인간을 응징하는 정의로운 좀비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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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오지날] 좀비 탐정, 사악한 인간을 응징하는 정의로운 좀비의 탄생?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9.23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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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예능국에서 만든 드라마 ‘좀비탐정’
‘좀비 공생 코믹 휴먼’ 드라마를 표방
탐정이 된 부활 2년차 좀비
그는 착한 사람들과 연대하여 악을 물리칠 수 있을까
'오지날'은 '오리지날'과 '오지랖'을 합성한 단어입니다. 휴머니즘적 태도를 바탕으로 따뜻한 시선으로 대중문화를 바라보겠다는 의도입니다. 제작자의 뜻과 다른 '오진'같은 비평일 때도 있을 것이라는 뜻도 담고 있습니다. 

 

강대호 칼럼니스트
강대호 칼럼니스트

[강대호 칼럼니스트] 공중파가, 그것도 KBS가 좀비를 드라마 주인공으로 출연시켰다. 9월 21일 KBS2에서 방영을 시작한 ‘좀비탐정’이 그 드라마다.

난 잔인하고 피가 많이 튀는 영화나 드라마는 좋아하지 않는다. 좀비 영화가 특히 그렇다. 그런데도 난 ‘좀비탐정’ 1회와 2회를 시청했다. 이 드라마가 예능국에서 제작한 ‘예능 드라마’를 표방한다 했기 때문이다. 예전에 예능국에서 만든 ‘프로듀샤’라는 드라마를 재미있게 본 기억이 ‘좀비탐정’도 기대하게 했다.

‘좀비’라고 하면 관절을 과도하게 꺾으면서 산 사람만 보면 물어뜯으러 달려드는 살아있는 시체가 떠 오른다. 하지만 좀비는 원래 그런 존재가 아니었다. 카리브해 연안 국가들의 토속종교인 ‘부두교’에서 주술로 살려낸 시체를 ‘좀비’라고 했다. 그런데 부두교에 등장하는 좀비는 사람을 잡아먹지 않는다. 다만 꼭두각시처럼 부릴 수 있는 세뇌된 존재에 가까웠다.

우리가 현재 아는 ‘좀비 세계관’은 1968년에 개봉한 영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으로부터 시작했다. 그렇다고 ‘조지 A. 로메로’ 감독이 영화에 등장하는 살아있는 시체들을 좀비라 부른 건 아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 그들을 좀비라 불렀다. 이후 영화에서 비슷한 비주얼과 세계관을 가진 존재들을 좀비라고 부르게 되었다.

KBS2 드라마 ‘좀비탐정’. 사진=KBS 홈페이지
KBS2 드라마 ‘좀비탐정’. 사진=KBS 홈페이지

좀비는 누구일까

좀비 영화에 나오는 좀비가 상징하는 바를 대략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좀비는 탐욕스러운 인간 그 자체를 상징한다. 타인을 밟고 물어뜯고 끝내는 먹어치워야 자기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런 인간들 말이다. 그래서 좀비 영화에는 살아난 시체들이 산 사람을 무참하게 사냥하는 잔인한 장면들로 넘친다.

다음으로 좀비는 인간의 욕심에 이용된 희생자들을 상징한다. 20세기 좀비 영화에 나오는 좀비들은 죽음에서 깨어났지만 생명 없는 존재들이었다. 죽었지만 살아있는 시체들. 하지만 21세기로 오면서 자연을 거스른 실험 때문에 탄생한 바이러스나 오염 등에 감염되어 변이된 인간들로 그려진다.

탐욕스러운 좀비든 감염된 좀비든 이들이 인간에게 위험한 이유는 ‘전염성’ 때문이다. 좀비에게 물리면 그 사람은 좀비가 된다. 그래서 좀비들은 사람들을 자기편으로 만들기 위해 달려들고 사람들은 좀비가 되기 싫어 도망을 다닌다. 하지만 좀비 영화에서 주요 주인공을 제외하고는 거의 좀비가 되고 만다. 어쩌면 세상의 나쁜 영향력은 너무나 쉽고 넓게 퍼지다는 걸 상징하는 듯도 하다.

‘좀비탐정’은 어떤 좀비를 그릴까

그런데 예능 드라마를 표방하는 ‘좀비탐정’은 기존 좀비와 좀 다른듯하다. 우선 주인공 김무영(최진혁 분)에게 ‘인간성’이 부여되어 있다. 기존 좀비는 그저 잔인할 따름인데 이 좀비는 먼저 생각을 한다. 선악 구분을 하기까지도 한다. 말도 할 수 있는데 발음을 정확히 하기 위해 반복 연습을 한다. ‘간장 공장 공장장’ 같은. 굶주려도 사람을 먹기보다는 참고 견딘다. 이러한 특징들이 기존 좀비 영화에 나오는 좀비들과는 크게 다르게 보인다.

그렇다. 2회까지 시청한 ‘좀비탐정’을 평가하자면 좀비 관점의 드라마로 생각된다. 관점은 세상을 들여다보는 시각 혹은 기준이다. 그래서일까 좀비 관점으로 세상을 보니 인간이 달리 보인다. ‘좀비탐정’에서 김무영이 목격한 인간 중에는 좀비가 보기에도 나쁜 사람이 많다. 잔인한 사람도 많고. 어쩌면 좀비에게 인간은 자기 종족을 탄압하고 말살하는 무서운 존재일 수도 있다.

‘좀비탐정’은 부활 2년차 좀비가 탐정이 되어 자신의 과거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좀비 공생 코믹 휴먼’ 드라마를 표방한다. 지난 2회까지는 등장인물을 소개하고 배경을 설정했다면 향후 드라마 전개는 아마도 잔인하고 나쁜 인간과 탐정이 된 착한 좀비가 대립할 모양이다. 그 과정에서 좀비만큼 착한 인간들이 도울 예정일 테고. 아무튼 드라마 소개로만 보면 좀비와 인간의 공생을 다루는 재미있고도 인간적인 드라마가 되겠다고 한다.

세상의 약자들이 연대하면 생기는 힘을 보여주는 드라마로

예전에 예능국에서 만든 드라마 ‘프로듀사’는 처음에 아무 기대 없이 봤다가 의외로 푹 빠져 본 기억이 난다. 큰 조직에서 묵묵히 일하는 소시민의 성장과 선한 영향력 전파가 내게 잔잔한 감동을 주었었다.

‘좀비탐정’도 그런 메시지를 줄 수 있을까. 2회까지 시청한 지금 어느 정도 기대감이 생기긴 한다. 그런데 개인적 호기심이 하나 생겼다. 탐정이 된 김무영은 어떻게 좀비가 되었을까. 자세한 사연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뭔가 복선이 숨겨 있는 건 확실하다. 김무영이 처음에 폐기물 속에서 등장했고 그가 자꾸 과거의 기시감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좀비 영화의 공통점은 반드시 영웅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드라마 ‘좀비탐정’도 이미 영웅이 정해졌다. 주인공 좀비는 물론이고 그 주변에서 그를 돕는 착한 인간들도 영웅으로 등극할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세상을 바꾸고 싶은 정의로운 사고뭉치나, 혹은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었지만 중심부에서 밀려난 은둔자의 모습으로 등장할 것 같다. 세상의 온갖 약자인 그들이 연대하여 악으로 은유 되는 거대한 힘과 맞서 싸워나가는 걸까.

물론 좀비가 나오니 현실을 그린 드라마는 아니다. 원래 드라마가 현실을 비튼 허구니까 참작해서 보면 된다. 다만 ‘좀비탐정’에 ‘탄생의 비밀’이나 ‘얽히고 얽힌 갈등’ 같은 막장 설정이 없는 건 확실하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점수를 주고 싶다. 드라마 설정 자체가 판타지를 그리고 있으니 그저 ‘좀비 공생 코믹 휴먼’ 드라마가 어떤 건지 즐겨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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