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하는 검은 황금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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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하는 검은 황금의 나라
  • 한용주 컬럼니스트
  • 승인 2015.12.2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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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게임 딜레마에 빠진 산유국의 운명

한용주 경제전망 칼럼니스트

 

국제유가가 또 다시 공급과잉 우려에 따라 연일 급락하고 있다. 18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34.55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09년 2월 18일 이후 최저치이다.

▲ 국제유가추이

주요 산유국들은 지금 치킨게임 중이다. 상당수 미국 셰일가스 업체들의 부도에도 불구하고 생산원가가 낮은 지역의 셰일오일 생산량이 늘면서 전체 생산량 감소폭은 약 50만 배럴에 불과하다. 미국의 원유서비스업체인 베이커 휴는 지난주 기준 미국에서 가동 중인 원유 채굴장치가 541개라고 발표했다. 이는 1주일새 17개 늘어난 것으로 4주 동안 지속한 감소세가 끝난 것이다.

 

아직 추이를 더 지켜보아야 하지만 생산량 감소가 예상을 크게 밑돌 수 있다. 공급과잉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우려와 함께 셰일가스 생산량이 감소하리라는 시장의 관측이 흔들이고 있다. 따라서 미국과 산유국간에 치킨게임이 길어지고 국제유가 반등이 늦어질 수 있다.

 

국제원유가격이 40달러선 아래에서는 미국 셰일가스의 감산은 불가피하다고 알려져 있으며 감산 이후 국제유가는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참고로 미국 에너지부는 내년 원유생산량은 하루 평균 880만배럴로 올해 평균 930만배럴 보다 5% 가량 감소할 것이며 국제유가가 50달러선을 회복 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유가는 50달러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거래될 가능성이 높다. 전기차의 폭발적인 판매증가로 인해 당장 내년부터 세계 석유소비량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수송용 석유가 세계 석유소비의 약 53%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전기차의 파급효과는 크다.

 

'에너지혁명 2030' 토니 세바 저자는 내년부터 3년 동안 전기자동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이 시기에 시장을 선점한 업체들이 스마트카·전기차 시대의 차세대 리더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터리 기술혁신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어 전기차가격 문제가 머지않아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전기차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시장선점을 위해 수익성은 일단 제쳐두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판매가 빠르게 늘었다. 올해 전 세계 전기차 누적 판매량이 7월까지 벌써 100만대를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연간 통틀어 70만대였는데 올해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폭스바겐의 '클린 디젤' 신화가 무너지고 기후변화협정이 타결되면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이 내연기관 차량에서 전기차로 옮겨갈 것이라는 게 지배적 분석이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가격과 성능, 안전성을 개선하며 전기차 대중화를 앞당기고 있다.

 

미국도 연방 및 주정부의 세금감면 혜택과 연비효율 상승 정책, 충전소 확대 등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일찌감치 친환경차를 선도해 온 일본도 전기차 보급 촉진책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친환경차 시장점유율을 2020년 15%, 2030년 20%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각종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경제강국들이 경쟁적으로 전기차 산업을 성장동력으로 삼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문제는 산유국의 재정상황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시간이 갈수록 OPEC산유국과 러시아, 브라질은 재정위기에 내 몰릴 수 있다. 이미 러시아와 브라질은 재정위기 발생 경고가 나오고 있으며 중동 산유국들도 빠르게 재정이 악화되고 있다. OPEC산유국의 생산원가는 배럴당 10~20달러에 불과하지만 세수 의존도가 높아 총 재정원가는 약 100달러에 이르기 때문이다. 올해 사우디의 재정 적자는 1천300억 달러를 기록, 국내총생산(GDP)의 19.5%에 달할 전망이다.

 

어쩔 수 없이 산유국들이 감산 합의를 통해 가격을 올리더라도 60달러/배럴 이상 유지할 수도 없다. 미국 셰일가스는 수개월 내 생산량을 유연하게 늘릴 수도 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전기차 공급이 빨라지면 해마다 추가로 감산해야 한다.

 

산유국들이 딜레마에 빠졌다. 중동 산유국들은 구조개혁을 통해 재정지출을 줄이지 않으면 3년내 재정이 고갈되고 경제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검은 황금의 나라 산유국들이 몰락하고 있다. 나비효과처럼 폭스바겐의 디젤차 배기가스 사건이 산유국들의 몰락을 앞당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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