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배터리데이] ② 촉각 곤두세운 국내 완성차·배터리업계 대응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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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배터리데이] ② 촉각 곤두세운 국내 완성차·배터리업계 대응전략은
  • 정세인 기자
  • 승인 2020.09.2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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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전기차 플랫폼 대응하는 현기차 E-GMP
일론 머스크 ​​​​​​​“LG화학 배터리 물량 늘리겠다”...장기적 전망 필요
박철완 서정대 교수 "국내업계, 테슬라 대응플랜 세워야"

[오피니언뉴스=정세인 기자] 테슬라는 현재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는 테슬라가 자체 데이터 기반 소프트웨어를 체계적으로 탑재한 고성능 전기차를 선보이고 있어서다.

오랜 세월 축적해온 소프트웨어로 ‘전기차 네트워크’를 공고히 형성하고 있는 테슬라가 이번 배터리데이에서 혁신적인 청사진을 내 놓을지, 미래 에너지 플랫폼 기업으로서 어떤 비전을 제시할지 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23일 오전 5시30분(한국시간, 현지시간은 22일 오후 1시30분)에 예정된 배터리데이에 전 세계적으로 관련 업계는 물론 증권가, 전기차 소비자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완성차업체로서 직접적인 경쟁관계라고 할 수 있는 현대기아차와 LG화학,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들이 배터리데이 발표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내년부터 출시 예정인 현대차의 E-GMP 탑재 전기브랜드 아이오닉 제품 라인업 렌더링 이미지(좌측부터 아이오닉 6, 아이오닉 7, 아이오닉 5). 사진제공=현대자동차
내년부터 출시 예정인 현대차의 E-GMP 탑재 전기브랜드 아이오닉 제품 라인업 렌더링 이미지(좌측부터 아이오닉 6, 아이오닉 7, 아이오닉 5). 사진제공=현대자동차

E-GMP, 테슬라에 대응하는 현대·기아차의 승부수

특히 내년 E-GMP 출시를 예고한 현대·기아차는 순수전기차 경쟁업체로서 이미 ‘자체 플랫폼’을 굳건히 형성하고 있는 테슬라가 배터리데이에서 미래 전략과 비전 등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테슬라가 신기술 배터리 개발이나 에너지 기업으로서의 본격적인 청사진을 발표할 경우 미래차 시장에서의 ‘테슬라 생태계’가 더욱 공고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플랫폼이란 일종의 전기차 통합 제어 시스템이다. 전기차를 구동하는 모터와 배터리, 인버터, 컨버터 등 전기차의 구성 요소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솔루션 소프트웨어를 일컫는다. 전기차시장 초기부터 플랫폼 구축에 힘써온 테슬라는 이미 자체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2019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에서 ‘미래 모빌리티 비전 고도화 혁신 전략’을 발표하며 E-GMP 출시를 예고했다.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는 말 그대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다. 플랫폼을 전기차에 적용할 경우 구성 요소가 일체화 및 통합될 수 있다. 이 경우 차체 내부 공간의 효율성이 높아져 탑승자에게 다양한 활동 지원이 가능해진다.

시스템 통일화로 동력계 부품 교체와 전기 에너지를 활용한 외부 하드웨어 기기 탑재도 용이해질 전망이다.

현대·기아차는 내년 출시할 전기차부터 E-GMP를 적용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아이오닉을 전기차 전용 브랜드로 정하고 내년 4월 ‘아이오닉5’ 출시를 목표로 잡고 있으며, 기아차는 내년 2분기중 E-GMP를 탑재한 크로스오버 차량 ‘CV’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 오토파일럿으로 전기차에 이어 자율주행 시스템을 구축 중인 테슬라를 현대·기아차가 따라잡기 위해선 E-GMP의 성공적인 안착이 필수적이다.

당장 내년에 자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첫 출시하는 만큼, 현대·기아차는 테슬라의 배터리데이 발표 내용을 주시하며 향후 플랫폼 전략에 반영할 가능성도 높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LG화학이 2020년 5월 누적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그래픽=연합뉴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LG화학이 2020년 5월 누적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그래픽=연합뉴스

'배터리자체생산' 포기안한 테슬라...LG화학 영향은? 

현재 테슬라는 미국 생산 모델 3에는 파나소닉 배터리를, 중국 생산 모델 3에는 LG화학과 CATL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다.

따라서 테슬라가 배터리데이에서 한층 개선된 배터리기술이나 자체 개발 배터리를 발표할 경우엔 배터리 생산업체들에게 직접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현재 국내 업체로는 LG화학이 해당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배터리데이를 하루 앞둔 22일(한국시간) 트위터에 “파나소닉, LG화학, CATL로부터 공급받고 있는 배터리 구매를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배터리데이 때 우리가 발표할 내용은 장기적으로 사이버 트럭, 로드스터 등에 적용되겠지만, 오는 2022년까지 자체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이라는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이는 테슬라가 단기적으로는 자체 배터리 생산 대신 배터리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LG화학 주가는 이날 머스크 CEO의 이 발언 영향으로 전날보다 1.91% 오른 63만9000원에 마감했다. 

그러나 머스크 CEO는 테슬라의 전기차용 배터리 자체 생산체제 구축을 포기할 생각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LG화학을 포함한 기존 거래업체로부터 배터리 구매 확대 의사를 밝힌 직후 “우리가 자체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을 경우 오는 2022년 이후 중요한 배터리 공급사들이 전속력을 내더라도 (배터리)물량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견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체 배터리 개발 욕구를 숨기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은 향후 5~6년간 테슬라에 배터리 납품 계약이 완료된 상황”이라며 “이번 배터리데이에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는 LG화학에 직접적 타격이 될 만한 내용이 발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배터리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LG화학은 올해 상반기 기준 24.6%의 점유율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1위를 차지했다. 중국 CATL(23.5%), 일본 파나소닉(20.4%)이 각각 2·3위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러나 테슬라와의 관계만을 놓고 봤을 때 LG화학은 파나소닉이나 CATL보다는 관계망이 두텁지 않다. 파나소닉은 테슬라 초창기부터 함께해온 공급사이며, CATL 또한 중국 시장을 노리는 테슬라 입장에서 놓치면 아쉬운 배터리 업체”라고 말했다.

LG화학으로선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유지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LG화학은 테슬라 외의 배터리 공급처를 확보하기 위해 GM과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를 건설하고 얼티움 배터리를 공동개발 중에 있다.

LG화학이 지난 17일 발표한 전지사업부문 분사 또한 배터리분야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LG화학은 배터리 사업 분할과 관련해 “물적분할 법인의 집중적 성장을 통해 주주가치가 제고될 수 있는 결정이라고 판단했다”며 “성장하는 배터리 사업에 맞춰 양극재뿐 아니라 전지 재료 전반에 걸친 사업으로 확대해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테슬라 내놓을 미래 프로젝트는...저렴하고 오래가는 배터리?  

2003년부터 테슬라의 전기차 로드맵을 연구해 온 박철완 서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번 배터리데이는 국내 완성차업체와 배터리 업체의 미래 전략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1위 전기차 생산업체가 제시하는 미래 전기차와 배터리 청사진은 국내 전기차 생산업체는 물론 배터리 업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이미 테슬라는 100만마일배터리(완충시 160km 주행)를 포함한 배터리 내재화 사업인 로드러너 프로젝트를 언급한 바 있다"면서 "로드러너 프로젝트가 성공적인 양산까지 도달할 것인가는 지켜봐야겠지만, 관련된 국내기업은 테슬라가 그리는 로드맵을 항상 긴장하며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배터리데이에서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는 테슬라의 배터리 내재화(자체 생산체제 구축)관련 언급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테슬라는 거래처이자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업체인 파나소닉, CATL,  LG화학 등에 비해 배터리 생산 개발을 오랜 기간 해온 게 아니기 때문에 단독으로 내재화를 시도하다간 오히려 뒤쳐질 수 있다"면서 "테슬라가 장기적으로 배터리 자체 양산체제 구축을 생각한다면 배터리업체와 합자법인 설립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만약 테슬라가 다른 배터리사와 합자사 설립을 성사시킬 경우 차차기 전기차모델이 나올 때 신형 배터리 탑재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현재로선 테슬라의 자체 중대형원통형배터리 개발을 합자사 형태로 발표할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테슬라의 배터리 내재화 의지가 크다면 거래업체인 LG화학도 새로운 경쟁업체의 출현을 의식할 것이 아니라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전기차시장의 선구자로서 테슬라의 위상을 감안한다면 LG화학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합자사 설립이나 협업 방안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응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이번 배터리데이에서 "테슬라 전용 급속 충전 스테이션인 슈퍼차저 V3의 차세대 버전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며 “현재 최대 250kW 전력 충전을 공급하는 테슬라 V3의 개선판 또는 V4가 발표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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