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LG화학의 승부수, 배터리 분사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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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LG화학의 승부수, 배터리 분사 결정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0.09.2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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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지난주는 이재명 지사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지역화폐 효과 논쟁이 뜨거운 한 주였지만 경제 분야에서 이보다 더 화제의 이슈는 LG화학이 배터리 사업 분사를 결정했다는 소식이었다.

당장, 재계 뉴스에서 LG화학의 배터리 분사 소식은 모든 이슈를 뒤덮었고 LG화학 주주들은 배터리 분사 결사 반대를 주장하는 청와대 청원까지 제기하며 이를 반대하고 있다.

LG그룹이 손꼽는 핵심 계열사 중 하나는 바로 LG화학이다. 석유화학, 전지, 첨단소재, 생명과학 등의 사업 분야를 영위하고 있는 LG화학의 주요 매출 및 수익은 대부분 석유화학에서 나온다. 그러나 장기적인 경쟁력 및 업계의 기대는 여전히 전지(배터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당장 주주들이 배터리 없는 LG화학을 ‘앙꼬 빠진 찐빵’라고 비난하는 이유이다. 

LG그룹에서 LG화학의 중요도 및 위상은 다른 계열사를 압도한다. 그룹 계열사 중 LG전자 다음으로 매출액이 높지만 업계에서 인정받는 경쟁력은 국내외 기업 중에서도 단연 톱이다. 전기차용 배터리 분야에서 이미 수많은 글로벌 자동차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한 LG화학은 경쟁사인 삼성SDI 조차도 따라잡기 힘들 정도의 탄탄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LG화학의 배터리 분사에 대한 주주들의 분노 

LG화학은 올해 1분기 세계 시장점유율 27%를 돌파, 그간 배터리 분야 1위인 파나소닉(25.7%)을 누르고 배터리 분야 세계 1위를 처음으로 차지했다.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을 전개하면서 LG화학의 핵심 개발 인력을 모두 스카우트, 두 기업이 상호 소송을 벌이는 등 강력한 대립을 벌일 만큼 LG화학의 배터리 사업은 그룹의 자존심 그 자체이다.
  
최근 카카오게임즈와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으로 인해 콘텐츠, 엔터테인먼트 기업 주가에 대한 기대가 큰 상황이지만 여전히 주식시장을 주도하는 국내 대표주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각 업계의 선도기업이 손꼽힌다. 화학업계의 대표주자인 LG화학의 주가는 흔들림이 없다는 주주들의 기대가 형성된 지도 10년이 다 되간다. 

그러나 LG화학에서도 장기적으로 전망이 가장 높은 전지사업본부가 지난 17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12월 1일 가칭 LG에너지솔루션으로 분사하는 방향이 확정된 후 전문가와 주주의 반응은 양 극단으로 엇갈렸다. 대규모 투자 자금 확보와 사업 파트너 확보가 용이하다는 전문가들의 긍정적 견해와 달리 주주는 배터리 분사를 주가의 악재로 손꼽고 있다. 

이번 분사 결정 이후 주주들은 “LG화학에서 배터리가 빠지는 건 BTS가 빠진 빅히트, 반도체 빠진 삼성전자”라며 반대를 외치고 있다. LG화학에 투자한 주주 대부분이 배터리만 보고 투자했기에 그들의 실망을 충분히 이해한다. 배터리 부문의 가치가 상승되면 모회사 LG화학의 가치도 동반 상승할 것이란 전문가 예측도 합리적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LG화학은 주주들의 반발이 예견됐음에도 배터리부문 분사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사진=연합뉴스

주주 비난에도 LG화학은 배터리를 왜 분사했는가 

중요한 점은 주주들의 비난과 비판이 충분히 예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LG화학이 배터리 사업을 분사한 이유다.

LG그룹은 1995년부터 리튬이온전지 개발에 착수하며 25년째 전지사업에 올인 전략을 추구해 왔다. 삼성이 반도체, LG가 배터리에 대해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과감한 투자와 전략적 집중을 추구한 건 유명한 이야기이다.

참고로 글로벌 기업들이 핵심역량과 관련된 사업에 집중 또는 이들 분야를 떼어내어 분사를 추진하거나 비핵심 분야를 매각하는 건 경영의 상식에 해당된다.

LG화학의 글로벌 라이벌인 중국의 CATL은 생산역량, 기술 등 배터리 분야 대부분의 영역에서 LG에 필적하지 못하지만 주력사업에 집중하고 있기에 LG화학보다 더 높은 시가총액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배터리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추구한다면 더 높은 잠재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을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전기차 확대에 따라 전기차용 2차전지 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성장 속도와 경쟁 강도가 한층 더 빠르고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LG는 핵심역량에 대한 선제적 투자와 집중을 통해 초격차를 유지해야 한다.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전기차 배터리를 100% 아시아에 의존하는 상황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입장을 표명했으며 폭스바겐, BMW 등 글로벌 기업들은 배터리 자체 조달을 선언했다. 테슬라의 배터리 분야 직접 진출도 고심해야 할 부분이다. 파나소닉, CATL이라는 강력한 라이벌의 공세와 유럽의 견제 속에서 LG화학은 배터리 분사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신설법인은 배터리 전반에 걸친 ‘E-플랫폼’ 에너지 솔루션 기업이라는 방향성을 수립했다. 구광모 회장이 전기차용 배터리, 자율주행 등 모빌리티 사업에 그룹의 핵심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12월 출발을 예고한 신설법인은 주주의 우려와 경쟁업체의 압박을 이겨내고 외부의 기대를 충족해야 하는 무거운 출발점에 놓여 있다.

LG화학이 던진 승부수는 투자자들의 우려처럼 악수(惡手)가 아닌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을까? 신설법인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다. 동국대 재직 중 명강의 교수상과 학술상을 받았다. 9월부터는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로 일하고 있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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