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락의 채권을 부탁해] 엔구행과 한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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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락의 채권을 부탁해] 엔구행과 한은행
  • 공동락 대신증권 채권애널리스트
  • 승인 2020.09.1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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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김광현급 젊은 유망주 '구창모' 보는 행복
그의 위력은 마지막까지 공을 숨겼다가 순식간에 뿌리는 능력
한은 "국고채 5조원 매입" 발표..."국채 물량 홍수에 체계적 대응" 기대
공동락 대신증권 채권애널리스트
공동락 대신증권 채권애널리스트

[공동락 대신증권 채권애널리스트 겸 이코노미스트] 엔구행. `엔`씨(NC) 팬들은 `구`창모 덕분에 `행`복하다의 줄임말이다.

필자와 같은 NC 다이노스 팬들은 현재 1위를 달리는 팀 성적과 동시에 올해 KBO 리그 최고의 투수로 떠오른 구창모로 인해 그야말로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물론 최근 구창모 선수가 선발 로테이션에서 일시적으로 이탈하면서 팀 성적도 동시에 부진해졌으나, 적어도 필자가 이 칼럼을 작성하는 시점까지는 자랑스럽게 1위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그 행복감을 그대로 만끽하고 싶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수 있는 '구창모'

사실 구창모는 올해 NC팬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KBO 리그 팬들에게는 큰 행복을 주고 있다. 이미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한국 최고의 좌완 투수인 류현진, 김광현 선수가 모두 서른 나이를 훌쩍 넘긴 가운데 그 뒤를 이를 만한 선수들이 마땅하지 않다는 우려 속에 올해로 막 23세인 젊은 투수가 보여준 모습은 특정 팀을 넘어 한국 야구를 응원하는 모든 팬들에게 신선한 기쁨을 주고 있다.

올해 구창모는 이전과 다르게 단단해진 몸과 다양한 구질을 구사하며 리그 전체를 압도하고 있다. 그간 외국인 투수들의 독무대였던 다승, 방어율 등의 투수 주요 부문에서 선전을 보이고 있다.

구창모 선수가 보여준 탁월한 투구는 한국 무대를 넘어설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 역시 야구 팬들을 더욱 설레게 한다. 투구 스타일이나 피칭 매커니즘을 볼 때 이른바 '빅리그'로 불리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것. 실제 한국 최고의 좌완 마무리 투수이자 일본과 미국 프로야구를 모두 경험한 이상훈 야구 해설위원은 구창모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도 관심을 줄 정도로 탁월한 폼과 투구 매커니즘을 지니고 있다고 극찬했다.

이 위원이 꼽는 구창모 선수의 장점은 공을 최대한 늦게 빼면서 백스윙과 릴리즈 포인트가 빠르다는 것이다. 이는 타자들로 하여금 이미 상당한 구속을 보유한 구창모 선수의 공을 더욱 빠르게 느끼도록 한다.

야구의 기술적 측면에서는 비전문가인 필자가 이해하는 수준에서 이 위원의 말을 재해석한다면 "구창모의 투구는 공을 뿌리는 마지막 단계까지도 타자들에게 미리 대처할 만한 호흡이나 여유를 주지 않으며, 일단 투구가 되면 순식간에 공이 타자에 온다" 정도로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

야구 경기를 시청하는 입장에서 가끔 해설자들은 동일한 스피드나 구위를 가진 공도, 던지는 투수의 폼이나 투구 매커니즘에 따라 타자들에게는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고 말하곤 한다. 그만큼 투수가 던진 공에 대해 타자들이 얼마나 사전에 미리 준비하고 대응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같은 구속의 공도 전혀 다르게 보일 수 있으며, 승부의 결과 역시 엄청나게 차이가 날 수 있다.

 

구창모
마지막까지 공을 숨겼다가 순식간에 뿌리는 구창모 NC투수 처럼, 한국은행도 '국고채 매입' 카드를 드디어 꺼내들었다. 사진= 연합뉴스

마지막까지 숨겼다가 '국고채 인수' 카드 꺼낸 한국은행

국채 금리가 수급에 대한 우려로 급등하자 결국 한국은행이 올해 연말까지 5조원 내외의 국고 채권를 매입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간 채권시장에서 말로만 무성하던 한국은행 차원의 수급 대응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이다.

하지만 필자는 그보다 앞서 한국은행이 지금까지 보여준 행보가 이른바 '구창모 선수 따라하기' 전략의 일환은 아니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즉 본인이 보유한 카드를 가능한 마지막까지 숨겼다가 채권시장이 웬만해선 예상하지 못했던 시기에 갑작스럽게 꺼내는 것으로 인해 채권시장이나 금리에 미치는 영향을 극대화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는지 말이다.

한국은행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은 코로나19 이후 급증하는 국채 물량으로 최근 채권시장에서 크게 주목을 받는 입장이 됐다. 그만큼 행동 하나 하나에 주목하는 시선이 많아졌다는 의미인데, 가능한 금융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 변수에 직접적인 영향력 행사를 피하는 것을 덕목으로 삼고 있는 한국은행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최소한의 시장 개입을 통해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도 본인들의 전략을 끝까지 알리지 않고, 구창모 선수처럼 마지막에 가서야 보여주는 대응이 적절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입장에서 채권시장은 일방적으로 게임에서 이기고 극복해야 할 대상이기 보다는 서로 협조가 필요한 대상이다. 기준금리 인하든, 양적완화(QE)든 중앙은행의 정책 행보가 실물 경제로 제대로 전달되기 위해서는 채권시장이라는 중간 파이프라인이 원활하게 작동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급증하는 국채 물량 홍수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을 선언한 채권시장의 '큰 형님` 한국은행의 신속하고 과감한 후속 행보를 기대한다.

● 공동락은 대신증권 Research & Strategy 본부에서 이코노미스트 겸 채권 애널리스트로 재직중이다. 이데일리 채권전문기자로 출발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채권 투자에 관심을 갖기를 바라는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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