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팬 리포트] 스가 신임 총리...개혁가인가, 아베 계승자인가
상태바
[재팬 리포트] 스가 신임 총리...개혁가인가, 아베 계승자인가
  • 라미 일본 통신원
  • 승인 2020.09.15 18:03
  • 댓글 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가 장관, 압도적 표차로 자민당 총재 당선
이시바 의원 죽이기와 기시다 의원 살리기 선거?
개혁을 내걸었지만, 벗어나기 어려운 파벌 영향력
네티즌들, 총재 당선 후 내각인사 발표에 실망
'디지털청' 신설로 자신의 업적 쌓기?
라미 일본 통신원.
라미 일본 통신원.

[오피니언뉴스=라미 일본 통신원] 아베 신조 총리의 중도 퇴진에 따라 14일 치뤄진 일본의 집권여당 총재 보궐선거에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다.

이로써 총리 내정자가이자 자민당 총재에 오른 스가 장관은 오는 16일 자민당 총재에 오른 후 총리에 취임한다. 스가 장관은 자민당 차기 총재 당선 직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대한 언급은 일절 하지 않았다. 다만 총재 선거전 당시, 한일 역사 문제는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종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그 외의 문제는 국제법에 따라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힌바 있다. 게다가 현재까지 발표된 내각 구성만 봐도 개혁적인 인물보다 아베 정권의 기조를 이어가는 방향인 것으로 보아 스가 정권하에서의 한일 관계 개선은 요원해 보인다.

그는 이어 총리 취임 일성으로 ‘파벌을 넘어선 개혁’과 ‘일하는 정부’를 강조했다. 또 앞으로 총리로서 일본의 디지털화를 위해 총력적을 펼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러나 그가 처한 상황과 지금까지의 내각 및 자민당 인사 발표를 보면, 그의 취임 일성과는 모순된 현실이 보인다.  

스가 장관은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다른 두 후보를 압도하는 377표를 획득해 당선됐다. 스가 씨의 압도적인 승리는 이미 예견된바 있지만, 여기서 주목할 점은 기시다 후미오 의원이 그동안 유력한 2위 후보였던 이시바 시게루 의원을 누르고 2위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이시바 시게루 의원은 자민당 전 간사장 출신으로 대표적인 당내 반(反)아베파 수장이었다.

아베 총리의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던 지난 4월까지만해도 이사바 의원의 차기 총리설이 유력했었다. 사실, 아베 총리의 전격퇴임이 당내 반 아베파인 이시바 의원을 견제하면서 흩어져있던 아베 계파를 뭉치게 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것은 이미 현지언론을 통해 정설이 됐다. 불과 몇개월 전까지만 해도 유력 차기총리였던 이시바 의원이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3위로 내려 앉으면서, 스가 장관이 총리에 올랐지만 아베 총리의 영향력은 여전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자민당 신임 총재에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당선됐다. 총재 당선 후 당사를 나서는 스가 총리 내정자가 환호하는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TBS 화면 캡처.
자민당 신임 총재에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당선됐다. 총재 당선 후 당사를 나서는 스가 총리 내정자가 환호하는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TBS 화면 캡처.

갑자기 퇴진한 아베 총리를 대신한 스가 총리내정자의 임기는 내년 9월 종료된다. 내년 9월 아베 총리가 건강을 회복하고 다시 컴백할 가능성까지 중앙 언론에서마저 제기되고 있는 마당에 1년 임기 총재에 오른 스가 총리가 장기집권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4일 저녁 후지TV의 저녁 정보 방송인 ‘it’에 출연한 아베 대변인으로 불리는 유명 저널리스트인 타자키 씨는 선거 전날까지만 해도 이시바 의원과 기시다 의원의 표차가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그런데 선거 결과 지방 표에서는 이시바 의원이 압도했지만, 의원 표에서 기시다 의원이 예상외로 많은 표를 얻어 기존 예상을 깨고 2위를 차지했다.

이와 관련해 아사히 TV의 밤 메인 뉴스인 ‘보도 스테이션’에서는 스가 장관에게 투표할 예정이었던 약 20표가 기시다 의원에게 넘어간 것 같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정치부 기자는 이런 움직임에 정치적 의도는 없는 것 같다고 전했지만, TBS 밤 메인 뉴스인 ‘뉴스23’에서는 “스가 진영에서 기시다 진영에 표를 넘길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면 기시다가 이시바 위로 올라갈 것”이라는 아베 정부 전 장관의 발언이 인용, 보도됐다.

이것은 결국, 아베 총리가 차기 총리가 되기를 가장 원했던 기시다 의원에게 다음 기회를 주기 위해 배려하는 동시에 아베 총리의 눈엣가시인 이시바 의원을 총재 선거에서 배제할 만한 힘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민당 총재선거이후 각 후보의 득표 상황과 스가 장관에게 갈 자민당 의원들의 표 약 20장이 기시다 의원에게 간 것 같다고 아사히TV '보도 스테이션'은 14일 전했다.  사진=아사히TV 화면 캡처.
자민당 총재선거이후 각 후보의 득표 상황과 스가 장관에게 갈 자민당 의원들의 표 약 20장이 기시다 의원에게 간 것 같다고 아사히TV '보도 스테이션'은 14일 전했다. 사진=아사히TV 화면 캡처.

스가 장관은 또 자민당 총재에 당선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먼저 자신의 레퍼토리인 딸기 농가에서 시작해 바닥부터 올라온 정치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문제가 생기면 먼저 개인 스스로가 해결하려는 노력인 자조(自助), 그것이 안 되면, 가족과 지역 사회가 함께 해결해 가는 공조(共助), 그리고 마지막에는 국가가 책임지고 지켜주는 공조(公助)가 중요하다고 발언했다. 어느 문제에 대해서 국가가 나서기 전에 국민 개개인이 해결할 노력을 먼저 해야 한다는 스가 장관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 여겨진다. 

이어서 파벌을 넘어선 국민을 위해 일하는 내각을 만들어 각 부처 간 이해관계 충돌로 인한 비효율, 기득권, 전례(前例)주의 등을 타파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런데 스가 장관이 자민당 총재 당선 이후 발표한 내각 및 자민당의 간부인사 내용을 보면 개혁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파벌을 매우 중시한 인사로 보인다.

예를 들어 스가 장관을  가장 먼저 지지하기로 한 니카이 간사장과 아소 부총리, 모리야마 국회대책위원회 위원장을 유임시키기로 한 것을 비롯해 현재까지 하마평에 오른 인물들을 보면 결국 스가 장관을 지지한 거대 파벌들의 인사를 균형 있게 배분하려는 고민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이런 점 등에서 스가 장관이 내세운 개혁에 의구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일본 네티즌들의 반응은 스가 씨가 새로운 자민당 총재에 당선된 것은 대체로 긍정적이지만, 파벌을 넘어선 개혁적인 정책 추진을 위한 능력 있는 인사를 중용하겠다고 스가 장관이 말해 놓고 정작 임명되는 인사들을 보니 전혀 그렇지 않아, 이대로라면 스가 정권은 단명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많았다.

스가 총리내정자가 '디지털청'을 신설할 것이라는 것과 함께 한국의 선진적 디지털 환경에 관해 전하는 TV도쿄 'WBS'프로그램. 사진=TV도쿄 화면 캡처.
스가 총리내정자가 '디지털청'을 신설할 것이라는 것과 함께 한국의 선진적 디지털 환경에 관해 전하는 TV도쿄 'WBS'프로그램. 사진=TV도쿄 화면 캡처.

스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할 정책을 비교적 긴 시간을 할애해 이야기했다. 그것은 “디지털청”의 신설이다. 스가 씨는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일본의 뒤처진 디지털화가 드러났고 그동안 디지털화에 큰 거부감을 보였던 관료들도 코로나 사태로 인해 인식이 많이 바뀌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그동안 마이넘버 카드와 건강 보험을 연계시킨 것과 전국의 인터넷 광케이블을 까는 예산이 당초 300억 엔에서 500억 엔으로 늘어난 것도 자신이 관료들을 설득한 결과라며 자화자찬했다. 

참고로 TV도쿄의 밤 메인 뉴스인 ‘WBS’에서는 지난 11일 스가 관방장관이 디지털청을 신설할 것이라는 보도와 함께 한국의 정보진흥원을 비롯해 한국의 선진적인 디지털화를 장시간에 걸쳐 보도했다. 

그러나 그동안 일본의 밤 메인 뉴스 중 가장 독하게 한국을 비판해 온  TV도쿄가 이런 보도를 한 배경에는 한국의 선진적인 IT 기술 소개보다 스가 장관이 앞으로 한국과 같은 디지털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보도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아베 총리가 장기 집권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업적을 남기지 못한 상황에서 스가 장관은  일본의 디지털화를 자신의 업적으로 남기기 위해 중점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스가 장관이 각 파벌과 아베 총리의 영향을 크게 받아야 하는 현실을 넘어설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등, 그가 내세운 개혁과는 모순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결국 아베 총리가 가장 원한 구도로 흘러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또 일본 자민당 내 대부분의 의원이 세습파인 상황에서 그들이 과연 스가 장관을 어떻게 여기고 있을 것인지. 내년 9월에 치러질 자민당 정기 총재선거에서 이 물음에 대한 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 라미 일본 통신원은 국비 유학생으로 선발돼 일본 국립대학교 대학원에서 방송 연구를 전공, 현재 일본 공중파 방송사의 보도 방송과 정보 방송을 연구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 방송의 혐한과 한국 관련 일본 정부 정책의 실체를 알리는 유튜브 채널 <라미TV>도 운영 중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보렐정리 2020-09-18 19:31:12
어짜피 스가는 아베 꼭두각시 아닐까요? 진짜 그넘이 그넘
기자님 좋은기사 계속 부탁 드립니다 ㅎ

Arvo 2020-09-18 04:44:39
디지털화를 1년짜리 스가 총리가 업적으로 삼기에는 상당히 버겁겠네요. 아베를 대신해 스가가 총리가 된 배경 및 전망을 예측할 수 있는 압축적인 좋은 기사였습니다.

준영맘 2020-09-17 08:45:37
가장 충격적( 굳이 충격을 받아야 할 이유는 없지만) 이였던건, 2위다. 설마 설마 했지만 이시바가 3위?
이 정도로 일본정치는 반장선거급인가?
존재감도 없는 기시다가 2위라니....
기시다가 누구인지 모를 국민들도 많을 것이다.
그저 스가가 됐구나에 집중.... 뒷배경 뒷거래가 어떤 내용인지도 모를 사람 투성이.
제 2의 아베가 될 것은 자명하다. 바지사장이니까.
내각구성도 그렇고 여기저기 아베의 그림자가 그대로...
일본 정치의 끝을 보고 싶다.
언제 어떻게 진정한 민주화가 될런지... 그냥 막연히 궁금하다.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 더욱 저널리스트의 눈으로 일본상황을 전달해 주시길 바랍니다.

AJ 2020-09-16 18:30:07
와 정말 깊은 관찰을 통하여 일본의 새 총리와 내각임명 그리고 일본네티즌 반응까지 상세하고도 통찰력있는 분석 훌륭한 내용 잘 봤습니다. 스가는 한국의 선진디지털화를 배우려면 정중히 부탁해라. 잘난척하지 말고. 한국에서 배워놓고 적반하장으로 지들이 우리에게 가르쳐졌다고 시간지나면 뒤바꿔 놓을 나라다.

김병윤 2020-09-16 11:19:58
오랜만에 좋은 기사를 만났네요!
앞으로도 좋은 기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