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차에 꼴리다] "구름이 무심탄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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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에 꼴리다] "구름이 무심탄 말이"
  • 남곡 김중경
  • 승인 2015.12.17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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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무심無心탄 말이 아마도 허랑虛浪ᄒᆞ다

중천에 떠이셔 임의任意로 단니면서

굿타여 광명光明ᄒᆞᆫ 날 빗츨 덥퍼 무ᄉᆞᆷ하리요.

 

고려 말, 신돈을 위시한 간신배들이 임금의 총명을 흐리게 하며 국정을 농단하는 것을 풍자한 이존오의 시조입니다.

 

최근 TV 프로그램에 보이차가 자주 등장합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 내부에 보이차가 많이 전파 되었다는 행복한 얘기일까요?

 

예전에 모 TV 프로그램에 탤런트 모씨가 의뢰한 보이차의 감정가가 2,000만 원으로 나오자 스튜디오에 “우와”하고 탄성이 울립니다.

 

오늘 아침에도 지상파 TV의 아침 방송 프로그램에 보이차가 소개 되었는데 컨셉은 예전의 그 프로그램을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진행자들 앞 테이블 위에 놓인 병차 몇 편에 붙여놓은 가격이 죄다 몇 백만 원~1억 원입니다.

 

TV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시청률에 목숨을 걸다보니 기호 식품으로서 보이차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나 본질에 대한 객관적 정보를 소개하는 것보다는 자극적 요소를 우선 찾게 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결국 카메라에 클로즈업 된 현실성 없는 숫자와 출연자들의 과장된 탄성만 시청자들의 기억에 남게 됩니다. 나름대로 차와 어울리는 분위기를 연출한답시고 대나무 피리를 연주하는데, 비닐에 싸인 1억 원짜리라는 보이차와는 너무 생뚱맞은 분위기가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결국 보이차는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전락되고 만 것이지요.

 

보이차에 문외한의 입장에서 보면, 영향력이 강한 TV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이러한 간접적이고 특수적인 사실이 모든 보이차는 고가의 상품이라는 귀납적 일반화를 유발하여 보이차에 쉽게 다가서지 못하게 만듭니다. 따라서 보이차의 저변 확대에 심각한 장애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황제가 마시는 보이차?”

“1억 원짜리 보이차?”

요즘 세상에도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나요? 물신주의가 팽배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왕후장상의 신분을 상징할 수도 있다 하겠지요. 그렇다면 보이차는 꼭 많은 돈을 가진 사람만이 마실 수 있는 명품이란 말입니까? 글쎄요! 돈이 방방마다 그득그득 쌓여 있어도, 드레스 룸에 명품가방이 꽉 차 있어도 차를 즐길 수 있는 자질이 갖추어져 있지 않으면 1억은 고사하고 10만 원짜리 차 한 편도 마시기 어려울 겁니다.

 

거듭 말씀드립니다.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실무자들이야 시청률이 최우선이겠지만 차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느 집엔 이거 없지?(김유정의 동백꽃에 나오는 점순의 대화에서 인용)”하는 식의 검증되지 않는 가격 매기기는 자제해야 할 것입니다. 명품은 가격이 결정하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10만 원짜리 차 한 편에도 만드는 사람과 파는 사람의 영혼이 담길 때 비로소 명품으로 거듭날 수 있는 겁니다.

 

이런 프로그램들이, 일반 대중들로 하여금 보이차에 쉽게 다가가지 못하게 하는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부디 깨우쳐 추후 또 이와 유사한 실수가 반복 되는 일이 없길 소망합니다.

 

원효대사는 당시에 왕족과 귀족들만의 전유물이었던 불교를 저잣거리의 민초들과 거지들까지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불교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셨습니다. 보이차를 누구나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대중화를 꾀해 원효로 영원히 살 것인지 반대로 “억 억”하다 신돈이 될 것인지 당연히 고민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남곡 김중경 ▲ 서예가, 보이차 품명가 ▲이코노믹 리뷰 보이차 연재(2014년) ▲현 성차사진품보이차 대표 ▲선농단역사문화관 전통다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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