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경제 살리기와 엇박자, 통신비 지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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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경제 살리기와 엇박자, 통신비 지원 논란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0.09.14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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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통신비 지원이 급기야 국민 여론의 반대에 부딪혔다. 이와 관련 13일 더불어민주당은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추경을 통해 마련된 9300억 예산을 전 국민에게 각각 2만원씩 통신비로 지급한다는 소식은 초기부터 경제 살리기와 무관하다는 야권의 비난으로 이어졌다. 여권 내에서도 유력 대권후보들이 하나 둘 반대 의견을 내기 시작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11일 KBS ‘뉴스 9’에 직접 출연해 이번 통신비 지원은 위로의 차원을 넘어 보상의 의미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4인 가구 기준으로 8만원의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이기에 어려운 가정에는 실질적인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보충 설명을 덧붙였다. 그러나 실질적 지원 방안이 왜 통신비인지는 여전히 모호하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비대면 활동이 과거에 비해 대폭 증가했기에 늘어난 통신료 부담에 대해 정부가 일정 부분 일괄 지원하는 것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그러나 해당 아이디어가 논란을 빚자 급기야 아이디어를 낸 당사자가 누구인지 미궁에 빠진 상황이다. 언론에서는 여러 정치인을 거론하고 있으나 그 누구도 선뜻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경제 활성화와 무관한 통신비 지원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제공하는 이유는 소비를 활성화시켜 침체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되살리기 위한 데 주요 목적이 있다. 코로나가 확산세를 이어가자 경제적 타격을 받는 업종과 계층에 대한 지원 필요성도 꾸준히 대두됐다. 정부와 여당에서 보편적 지원이 아닌 선별적 지원으로 방향성을 전환한 것도 이런 상황을 충분히 감안했을 것이다. 

김상조 정책실장은 통신비 지원을 보상의 의미로 설명했으나 이 돈은 결국 거대 통신사로 흡수되어 시장에 풀리는 효과가 거의 없다.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삶을 지원할 수 있는 핵심 방안도 아니다. 생존의 경계선에 있는 사람들을 지원하지 않고 9000억이 넘는 세금을 통신사에 지원한다는 아이디어는 정책적으로도 F학점에 가깝다. 

이재명 지사는 통신비가 직접 통신회사로 들어가게 되어 승수 효과가 없다는 점을 내세우며 해당 지원 방안을 비판했다. 뒤이어 야당에서도 통신비 지원보다 전기요금을 지원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코로나와 독감이 동시에 확산되는 하반기에 차라리 예산을 독감 예방접종에 지원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비판에 여당은 당혹감을 드러냈다.

해당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실제 재테크 근무와 비대면 상황으로 인해 국민의 통신비가 급증했는지 면밀히 분석했어야 했다. 2018년 극도의 폭염 때 전기료 감면 방안을 국민들이 요구했던 이유는 에어컨 사용이 폭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의 경우 그 어떤 통신 전문가와 통신사도 그리고 국민들도 통신비 부담을 국가에 호소하지는 않았다. 

코로나 극복을 위해 전국민에게 통신비 2만원을 지급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연합뉴스

경제 살리기 방안, 치열한 토론과 논쟁 거쳐 수립해야 

여러 언론사가 분석한 결과 국민의 통신비가 예년에 비해 대폭 늘어났다는 근거는 어디에서도 확인하기 어려웠다. 비대면으로 집에 있는 상황이 많아졌기에 국민들의 주장처럼 통신비가 아닌 전기료를 감면해주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아니면 선별적 지원으로 방향을 전환한 만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에 9300억 예산을 집중하는 것이 타당하다. 

물론, 정부와 여당이 생각 없이 이런 제도를 도입하진 않았을 것이다. 전시에 준하는 경제적 재난 상황 속에서 통신사 등 대기업에게 자발적 선의를 바라지 않고 정부가 재정을 투입,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대원칙을 준용해서 제안된 아이디어라고 본다. 그러나 정책의 효과성, 긴급성, 적절성 관점에서 해당 방안에 대한 치열한 논의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청와대 정책실에는 다수의 경제학자와 현장경제 전문가가 포진해 있다. 그런데 이번 통신비 지원 논란을 보면 내부에서 치열한 토론과 논쟁이 진행되지 않는 느낌이다. 정책적 지원 방안이 긴급하게 제공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효과성을 거둘 수 있는지에 관해 다양한 전문가가 다각도로 검토, 토론을 통해 결론을 도출했다면 이런 논란은 최소화되었을 것이다.

청와대 정책실장, 경제부총리 등은 한결같이 해당 제도의 필요성을 거론했지만 이후 여론의 반응이 점점 악화되자 지원방안 재점검에 나선 모습이다.

전시에 준하는 위기의 상황, 목표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침체된 경제 살리기에 있다. 치열한 토론을 거쳐 건설적인 지원 방안이 수립되길 바라는 국민들의 희망과 기대를 설익은 대안으로 꺾어서는 곤란하다. 

 

●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다. 동국대 재직 중 명강의 교수상과 학술상을 받았다. 9월부터는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로 일하고 있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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