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기영의 홍차수업] ⑱실론티, 립톤으로 유명한 스리랑카 홍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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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기영의 홍차수업] ⑱실론티, 립톤으로 유명한 스리랑카 홍차
  •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 승인 2020.09.12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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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한번 쯤 <홍차의 꿈 - 실론티> 라는 광고 문구를 들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거의 30년 전쯤 출시되어 TV광고를 포함하여 꽤나 열심히 홍보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도 판매되고 있는 이 제품이 처음 출시된 1993년경 우리나라에서 캔에 든 홍차음료가 꽤 유행하기도 했다.

홍차 강국 스리랑카에 대해

실론(Ceylon)은 스리랑카의 옛 이름이다. 1972년 나라이름을 스리랑카로 변경했다. 스리랑카는 인도 남쪽에 위치한 작은 섬나라로 면적이 남한의 2/3 정도에 불과하다. 1800년 무렵부터 식민지 통치를 시작한 영국영향으로 인도와 거의 같은 시기에 홍차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현재 홍차 생산량은 인도, 케냐에 이어 세계3위, 홍차 수출량은 케냐에 이어 세계 2위인 그야말로 홍차 강국이다. 홍차가 매우 주요한 수출 품목이다 보니 이전부터 홍차이름으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실론이라는 용어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스리랑카에서는 홍차산업이 시작된 해를 1867년이라고 기념한다. 이 해에 스리랑카 첫 번째 다원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원래 스리랑카는 커피를 주로 생산했다. 1870년대 들어 병으로 커피나무가 거의 전멸하게 된다. 이후 커피나무를 베어낸 자리에 차나무를 심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홍차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스리랑카 다원 풍경. 사진= 구글
아름다운 스리랑카 다원 풍경. 사진= 구글

영국 서민들 사이에서 홍차 음용량이 급속히 증가된 1890년 무렵 현재까지도 유명한 <립톤> 브랜드를 만든 토마스 립톤(Thomas Lipton)이 실론에 와서 홍차사업을 시작한다. 토마스 립톤이 자신이 생산한 실론홍차를 영국으로 수출하고 뛰어난 마케팅 재능으로 광고를 하면서 실론홍차는 영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다. 이 때부터 스리랑카 홍차 생산량이 급증한다.

실론에서 생산되던 립톤 홍차 옛 광고물. 사진= 구글
실론에서 생산되던 립톤 홍차 옛 광고물. 사진= 구글

고급 홍차의 대명사

연간 생산량으로 보면 인도의 135만 톤 수준보다 훨씬 적은 32만 톤 수준이지만, 상대적으로 고품질이라 볼 수 있는 정통홍차를 대부분 생산한다. 반면에 인도는 CTC 홍차라고 불리는 티백에 들어가는 값싼 홍차를 대부분 생산한다(케냐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 티 옥션(Tea Auction) 중에서 스리랑카 콜롬보 티 옥션에서 거래되는 평균 가격이 제일 높은 편이다. 여기에다 수출량도 많다보니 홍차세계에서 차지하는 스리랑카 비중은 상당히 큰 편이다.

적도 인근에 위치한 스리랑카는 일 년 내내 홍차를 생산한다. 따라서 차를 생산하는 계절이 중요하지 않다. 중국, 인도, 일본, 우리나라처럼 겨울을 지난 봄 차가 가장 맛있다는 것이 해당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스리랑카 7개 차 생산지, 남서쪽 산악지역 중심으로 위치한다. 사진= 구글
스리랑카 7개 차 생산지, 남서쪽 산악지역 중심으로 위치한다. 사진= 구글

스리랑카 7대 차 생산지

대신 스리랑카 홍차의 가장 큰 특징은 차나무가 재배되는 고도에 따라 맛과 향이 다르다는 것이다. 스리랑카 차산지는 대부분 섬 남서쪽에 위치한 산악지역에 위치한다. 일반적으로 고지대(해발 1200m이상), 중지대(600~1200m), 저지대(600m 이하)로 구분한다. 이 산악지역을 중심으로 보통 7개 생산지로 구분하며 각 생산지마다 나름의 맛과 향의 특징이 있다.

고지대로 분류되는 누아라 엘리야, 우바 , 딤불라 지역 홍차가 맛과 향이 뛰어난 것으로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계절변화는 없지만 이 산악지역을 중심으로 동쪽지역과 서쪽지역이 우기와 건기가 뚜렷이 구분된다. 생산지가 서쪽 경사면에 위치한 딤불라는 1~3월이 건기고 동쪽 경사면에 위치한 우바는 7~9월이 건기다. 건기 때 생산된 차가 품질이 가장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리랑카는 관광으로도 유명하다. “빛의 도시”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누아라 엘리야는 1900m 정도 고도에 위치한다. 과거 영국 식민지 시절 고급관리들을 위한 휴양지로 개발한 도시다. 비교적 서늘한 기후와 아름다운 풍광으로 지금도 많은 관광객이 찾고 예쁜 호텔들도 많다. 물론 홍차로도 유명하다. 생산면적도 생산량도 가장 적지만 누아라 엘리야 홍차는 오랫동안 스리랑카 홍차 중에서는 가장 맛과 향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비교적 고가로 판매되었다. 서쪽 해안가에 위치한 콜롬보에서 중지대인 캔디와 서쪽 경사면의 딤불라를 거쳐 누아라 엘리야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차나무로 덮인 세상을 지나가는 분위기다.

루후나와 사바라가무와는 저지대로 분류된다. 저지대 홍차는 스리랑카 홍차 생산량의 65% 이상을 차지하면서도 오랫동안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섬세함, 깔끔함이 고지대 홍차의 특징이라면 저지대는 적당한 강도와 무게감으로 입안을 가득 채우는 듯한  바디감이 특징이다. 필자의 취향은 저지대 홍차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저지대의 대표 다원 '뉴 비싸나칸데'. 사진= 문기영
최근 주목받고 있는 저지대의 대표 다원 '뉴 비싸나칸데'. 사진= 문기영

최근 들어 저지대가 점점 더 관심을 받으면서 아주 탁월한 홍차들이 생산되기 시작했다. 이전과는 달리 싹과 어린잎 위주로 생산하여 기존의 강도와 무게감에 섬세함까지 더해졌다. 저지대를 대표하는 “뉴 비싸나칸데” 다원 홍차는 2018년 포트넘앤메이슨에서 100g에 35파운드(약 55000원)에 판매되면서 스리랑카 홍차 중에서는 가장 비싼 가격이 되었다.

2018년 3월 다원을 방문했을 때 필자일행을 매우 반겨 주셨던 친절하고 인상 좋았던 노(老) 사장님이 2019년 가을에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는 매우 안타까왔다.

● 홍차전문가 문기영은  1995년 동서식품에 입사, 16년 동안 녹차와 커피를 비롯한 다양한 음료제품의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홍차의 매력에 빠져 홍차공부에 전념해 국내 최초, 최고의 홍차전문서로 평가받는 <홍차수업>을 썼다. <홍차수업>은 차의 본 고장 중국에 번역출판 되었다. 2014년부터 <문기영홍차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홍차교육과 외부강의, 홍차관련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홍차수업2> <철학이 있는 홍차구매가이드> 가 있고 번역서로는 <홍차애호가의 보물상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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