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트렌드] 툭하면 대형 산불....美 재정위기로 이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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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트렌드] 툭하면 대형 산불....美 재정위기로 이어지나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9.12 1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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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서부지역서 최악의 산불...부동산 가치 하락에 채무불이행 위험 높여
지방정부 재정 타격에 금융시장 위기 가능성도 배제 못해
기후변화로 화재 빈도 및 강도 더욱 증폭
미국 서부 지역에서 최악의 산불이 지속되면서 미국의 재정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사진은 지난 6일 미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카운티에서 발생한 화재를 소방관이 진화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미국 서부 지역에서 최악의 산불이 지속되면서 미국의 재정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사진은 지난 6일 미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카운티에서 발생한 화재를 소방관이 진화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큰 산불이 발생하면서 십수명의 인명피해를 초래한 가운데, 이것이 미국 경제에도 타격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와 주목된다. 

부동산 가치 하락 채무불이행으로 연결...금융시장 타격도 가능해

10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문 위원회는 미국 서부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이 미국 재정위기를 촉발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캘리포니아주 소방 당국인 캘파이어는 캘리포니아주의 1200만가구 중 약 300만가구를 위험 주택으로 지정했다. 산불로 인해 약 300만가구가 높은 위험성에 노출됐다는 것이다. 

문제는 위험 주택으로 지정될 경우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고, 이는 주택담보대출 채무불이행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채무불이행이 발생하게 되면 은행을 비롯해 주택담보대출 보유자, 부동산 시장에 모두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금융위기 당시에도 주택담보대출에 기반한 증권이 위험의 도화선이 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의 산불과 해수면 상승, 강한 폭풍 등 자연재해가 빈번히 발생하는 점 역시 주거용 부동산 가치에 점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최악의 산불이 있었던 2018년 이후 일부 보험사들은 주택 보험 갱신을 거부했고, 이로 인해 기록적으로 많은 이들이 고가의 보험으로 갈아탈 수 밖에 없었던 일이 발생한 바 있다.

캘리포니아주 보험 규제당국은 "고가의 보험은 집값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 정부 입장에서도 타격이 크다.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면 해당 지역의 세수가 줄고, 이는 채무상환 능력의 저하로 연결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채권 채무불이행을 일으킬 가능성으로 연결된다. 

게다가 관광이 줄어들면서 주 정부의 수익이 줄어 재정적인 타격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문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천천히 도래하는 구조적인 위기"라고 표현했다. 산불이 다양한 방면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미국의 금융 시스템에 충격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자연재해에 대한 많은 이들의 인식이 바뀌면서 자산이 무질서하게 재조정될 수 있다"며 "이는 포트폴리오와 재정 상황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치고, 미 금융시장에 구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로 산불 빈도 더 잦아져

주목할 점은 미 서부 지역에서 산불이 일어나는 빈도가 점점 더 잦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온라인 매체 복스에 따르면, 최근 미 서부지역에서 발생한 5건의 대형 화재는 모두 미국 역사상 최악의 20대 산불에 속한다.

잇따른 산불로 인해 건조하고 뜨거워진 공기가 발생하고, 이것이 폭염으로 연결되며, 폭염은 산불 가능성을 다시 높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 

복스는 "기후가 뜨거워짐에 따라 미 서부의 많은 주들이 더 높아진 산불 가능성, 그리고 더 위험해진 공기질에 노출돼 있다"며 "사람과 건물이 많은 캘리포니아는 특히 더 위험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화재를 진압하는 것 역시 예전보다 어려워졌다. 과학자들은 올 들어 밤 사이에 급격히 산불이 확대되는 현상이 잦아진 점을 지적하고 있다.

매튜 허터우 뉴멕시코대 생물학과 부교수는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를 통해 볼 수 있는 점 중 하나는 밤 사이 최저기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해가 지고 나면 기온이 떨어지고 습도가 높아지면서 불꽃이 다소 작아지기 때문에 이 시간에 화재를 진압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밤에도 기온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밤 사이 산불이 더 번지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여기에 캘리포니아 지역으로 인구 유입이 가속화되면서 도시 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점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개발을 위해 삼림을 파괴하고, 주거지역이 산불에 취약한 지역으로 뻗어가면서 위험에 노출된 지역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 이는 비단 캘리포니아의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앨런 아거 미국 산림청 연구원은 "기후변화가 화재 빈도와 화재 규모를 증폭시키고 있다"며 "산불 위험성에 맞서 지역사회가 대처를 하고 장기적인 준비를 하는 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산불로 지금까지 310만에이커가 넘는 면적이 불에 타고 2000개가 넘는 주택과 건물이 파손됐다. 산불로 인한 피해 면적은 사상 최대 수준이다. 주민 약 6만4000명에 대피 명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현재까지 사망자는 10명으로 알려졌으며, 십수명의 실종자가 발생해 사망자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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