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원 칼럼] '하이킥' 美 기술주, 닷컴 버블 때와 무엇이 같고 또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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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칼럼] '하이킥' 美 기술주, 닷컴 버블 때와 무엇이 같고 또 다를까
  •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
  • 승인 2020.09.10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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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 거침없이 오르던 미국 주식시장이 지난 며칠간 큰 폭으로 떨어졌다. 9월 2일까지만 해도 미국 주요 지수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지만, 이번 주 들어서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내 대표기업 500개로 구성된 S&P500 지수의 하락 폭은 7%,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 하락 폭은 10%를 넘는다.

아마 개인투자자들에게는 이번 미국 증시 하락이 지수 하락 폭 이상의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라 생각된다. 집중 투자했던 몇몇 기술주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다. 테슬라 주가는 이번 하락 장에서 34% 하락했다. 너무나도 잘 알려진 애플 주가도 그 만큼은 아니지만 16% 하락했다. 9월 초 한국 투자자들의 테슬라 보유 잔액은 약 4.5조원, 애플 보유 잔액은 2.5조원 정도로 파악된다. 이를 기반으로 하면 지난 주말부터의 급락으로 대략 1.5~2조원 정도 가치가 줄어든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미국 대표 기술주의 주가 급락은 무엇 때문일까? 테슬라, 애플 관계자의 주식 처분 소식이나 손정의 회장 측의 대규모 옵션 전략의 후유증, 테슬라의 S&P500 편입 무산 등 다양한 소식들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결국 단기에 너무 빨리 오른 가격으로 볼 수 있다. 한마디로 너무 빨리, 너무 많이 올랐었기 때문에 떨어졌다는 얘기다. 

미국 기술주, 단기간에 너무 빨리 올랐다

실제로 테슬라 주가는 올해 들어 무서운 속도로 올랐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테슬라 주가는 45달러 내외였고 작년 말 기준으로 그보다 올라서 83달러였지만, 지난 8월 31일 고점은 498달러였다. 1년간 10배 상승한 것이다. 이에 따라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올해 7월 이후 글로벌 자동차 업체 중 가장 큰 도요타자동차를 훌쩍 뛰어넘었다. 특히 액면분할로 글로벌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릴 것이라는 기대로 8월 한달에만 74% 올랐다. 그야말로 수직 상승한 것이다.

이보다는 못했지만, 애플 상승 폭도 만만치 않았다. 9월 1일 고점까지 지난 1년간 157%, 테슬라와 같이 액면 분할 이슈가 있었던 8월에만 21% 오른 것이다. 

그러나 그만큼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테슬라의 경우 4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하며 올해 중 1조원 이상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고, 내년에는 이익이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주가수익비율(PER)은 지난 1년간 이익을 기준으로 할 때 1000배를 넘었다.

애플 역시 훨씬 덜하지만 고점에서의 PER이 40배에 달했다. 삼성전자의 같은 수치가 20배에도 못 미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얼마나 높은 수준까지 올라갔는지 짐작할 수 있다. 

올들어 미국 증시에서 기술주의 급등세는 눈부시다. 사진=연합뉴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될까? 역사가 같은 형태로 되풀이되진 않지만, 과거 비슷한 사례를 살펴보고 현재와 차이를 반영해주면 어느 정도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 상황과 가장 비슷한 사례로 꼽히는 것은 2000년 닷컴 버블이다. 

1990년대 후반의 닷컴 버블은 새로운 밀레니엄을 앞두고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정보통신 혁명이라는 화두가 던져지면서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후 2000년을 기점으로 폭락했던 사건이다.

올랐던 원인은 다양했다. 클린턴 대통령의 정보통신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과 아시아 금융위기에 따른 금리 인하 등이 맞물렸다. 지금처럼 빠른 속도는 아니었지만, 98년부터 2000년 초 버블이 터질 때까지 나스닥 지수는 3배가 됐고, 그 당시 대장 기업이었던 시스코시스템즈와 텍사스인스트루먼트는 같은 기간 8배 이상 주가가 뛰었다. 이들의 PER은 200배를 넘어섰고, 이외에도 돈을 벌지 못하는 많은 수의 기업 주가도 동반해서 로켓처럼 치솟았다.

막상 2000년에 들어서면서 높아진 가격에 부담을 느끼고 있던 투자자들 사이에서 해당 기업들이 기대하는 만큼 성장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다른 한편으로 금리도 오르기 시작하며 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많은 기업들이 도산했고, 앞서 지적한 대장 기업들 주가는 2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80달러까지 올랐던 시스코시스템즈의 주가는 1년 후 15달러 수준이 됐고, 그보다는 덜했지만 텍사스인스트루먼트 주가도 90달러 수준에서 30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98년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 간 것이다.

닷컴 버블의 아픈 기억, 재현될까

이러한 경험처럼 현재 나타나고 있는 테슬라와 애플 등 기술주들의 가격 하락도 1년 이상 이어지고, 하락 폭도 60~70%에 달할까. 이들뿐 아니라 이른바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주가도 그 당시 기업들과 비슷하게 하락할까.

이번 기술주 상승과 지난 닷컴 버블을 어떤 부분이 같고, 어떤 부분이 다를까.

우선,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고 일부 기업 주가의 가치가 전통적인 평가 방법에 의할 때 지나친 수준으로 평가된다는 점에서는 분명 비슷한 측면이 있다. 오른 기간으로 볼 때 닷컴 버블 시기가 조금 더 긴 시간 올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도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주가가 급락했던 3월을 제외하면 많은 기술주가 2019년 초, 중반부터 상승했기 때문에 현재 1년 이상 상승하고 있는 셈이다. 

새로운 기술로 새로운 세계에 대한 기대가 형성됐다는 점, 여기에 중앙은행이 이전보다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사용해 미래의 기대를 현재 가격에 반영되도록 부추겼다는 점도 큰 구도에서는 유사하다.

특히 최근 들어 기술주의 상승이 무형자산 가치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늘고 있다. 닷컴 버블 당시에도 지금보다는 조금 거친 분석이었지만, 인터넷 기업의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 즉, 무형적 가치를 반영해야 한다는 논리가 횡행했었다는 점에서 유사한 측면이 있다.

다만, 닷컴 버블과 이번 기술주 가격 급등간에는 무시 못할 차이들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금리 수준과 앞으로의 금리 전망이다.

닷컴 버블이 한창이던 98~99년에는 아시아 금융위기 등을 감안해 미국이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돌아서며 정책금리 최저치가 4.75%였다. 명목성장률이 6% 이상으로 유지되자 99년 6월부터 인상하기 시작해 나스닥 거품이 꺼지기 시작한 2000년 중반에는 정책금리가 6.5%까지 올랐었다.

연준이 명목성장률보다 낮은 명목금리를 오래 유지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는 헤드라인 물가가 2%대 초중반에서 3%대 중반으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되자, 물가 안정이라는 중앙은행의 본래 기능이 작동하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그 당시는 중국이 글로벌 경제에 등장한 초반으로 글로벌 공급 과잉이 심하지 않았고, 미국 연준의 저물가에 대한 고민도 시작되지 않았다. 

반면, 지금은 거의 모든 주요국의 정책금리가 0%인 반면, 미국의 명목성장률은 코로나19에 의한 충격 이후 2~3%로 되돌아 올 가능성이 있다. 즉, 명목성장률에 비해 매우 낮은 명목금리가 유지되고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전염병 재확산을 우려한 연준의 저금리 정책은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

오히려 느린 속도의 고용 회복과 강력한 디플레이션 압력으로 얼마 전 연준은 목표로 하는 물가 2%를 특정 시점이 아닌 일정 기간 평균으로 보겠다고 발표했다. 즉, 물가가 오르더라도 과거 일정 기간의 평균이 2%를 넘지 않으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지속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 때문에 적어도 내년 말까지는 현재의 제로금리가 지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미 연준은 지난 달 물가가 2%를 넘어도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밝히며 '장기 저금리 기조'를 선언했다. 사진은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사진=연합뉴스

저금리 기조가 가져다 준 차이

고정금리부 자산의 기대수익률과 단기 자금조달 비용이 유례 없이 낮은 수준인 데다, 앞으로의 예측 불확실성도 낮으니, 자금의 이동과 레버리지가 위험자산 가격을 계속해서 자극할 수 밖에 없다.

낮은 금리는 자산가치 대비 화폐가치 하락에 대한 헷지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 특히 낮은 조달 비용은 현금흐름이 없거나 작은 자산, 예를 들어 금이나 성장주 등을 보유할 경우 기회비용을 싸게 만들고 있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현금 흐름보다 원금 가치의 상승에 더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상황은 과거처럼 결국 명목금리가 명목성장률과 비슷하거나 높을 때와 지금의 큰 차이다.

저금리 이외에 정책당국이 금융시스템 위험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대비책을 만들어 놓고, 경제 시스템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는 점 역시 그 당시와 다르다.

과거 미국은 유럽이나 아시아 국가들과는 달리 기업 진입·퇴출과 관련해 효율적인 시스템을 추구해 왔다. 즉, 새로운 아이디어가 신규로 시장에 진입하기도 쉬웠지만, 시장에서 인정을 못 받는 기업이 퇴출되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시스템이었다. 그리고 이는 어떤 기업과 관련된 자산(주식,채권 등)을 보유할 때의 하방 리스크가 열려 있고, 궁극적으로는 금융시스템이 타격을 받을 수 있음을 의미했다. 

하지만 닷컴 버블과 2008년 금융위기를 지나면서 미국 정책당국은 특정 기업 또는 금융기관으로부터 발생하는 금융시스템 리스크의 위력을 실감했고, 이후 많은 정책들은 이러한 위험을 줄이는 방향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금융시스템 리스크라는 하단을 막기 위해 미국 정책당국이 실행한 기업어음, 회사채 매입 등의 대책도 결국 개별 기업의 리스크를 줄이고 있다. 게다가 정부의 재정정책 역시 소득 보전을 통해 소비자들의 수요가 탄탄한 기업들의 매출과 수익으로 연결되고 있다. 주도 기업의 관점에서 보면 시장 전체의 위험은 줄고, 실적은 유지되거나 좋아지는 상황이 된 셈이다.

상황이 이렇더라도 주도 기업들이 수요를 끌어내지 못한다면 이렇게 주가가 오르긴 힘들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자발적·비자발적으로 새로운 소비 패턴이 빠르고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면서 일부 주도 기업들에 대한 기대가 더 커졌다. 이 역시 닷컴 버블 당시와 지금의 차이점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그 당시에도 인터넷 사용자는 큰 폭으로 늘었고, 네트워크 확장의 기대는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로 이어졌다. 어찌 보면 그 당시에는 실제로 그러한 네트워크를 수익화하는 플랫폼, 즉 지금에서야 엄청난 수익을 거두고 있는 기업들의 모델까지도 미리 반영해 주가를 올렸다고 볼 수 있다. 

닷컴 버블 당시의 대장 기업들이 주로 하드웨어 기업이었던 반면, 지금은 네트워크에 종속된 소비자들에 대한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기업들이 증시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과거에는 플랫폼 기업들의 실질적 수익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이에 대한 기대가 하드웨어의 확대 가능성으로 연결되어 주가를 끌어 올렸고. 이후 ‘돈이 별로 안 된다’는 점이 인식되어 버블이 꺼졌다면, 지금은 플랫폼 기업들이 실제로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고, 코로나19 이후 이러한 현상이 더 강화되며 해당 기업들의 주가가 오르고 있는 것이다.

테슬라의 주가급등은 일론 머스크 CEO를 세계 3대 부자의 반열에 올려 놓았다. 사진=연합뉴스

미래 수익의 확실성이 높아졌지만...

이른바 미래 수익의 확실성이 더 높아졌다는 얘기다. 이러한 점은 닷컴 버블 붕괴 이후 오랜 기간 주가가 떨어졌던 시스코시스템즈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가 자신이 플랫폼 기업화하거나 또는 플랫폼 기업의 성장의 수혜를 받으면서 크게 오른 점에서 확인된다. 실적 증가의 확실성은 주가에 큰 힘이 된다.

물론 앞서 언급한 이유들 때문에 이번 미국 기술주 중심의 증시 조정이 단기에 마무리되고 다시 추세 상승으로 복귀한다고 해도, 끝도 없이 주가가 오를 수는 없는 일이다. 특히 일부 기업들의 주가는 다시 전고점을 회복하지 못 할 수도 있다. 일일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어쨌든 이번 과정에서 거품이 너무 심하게 낀 기업들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저금리와 재정정책, 기업 지원 등 정부 주도로 증시가 뒷받침되고 있다는 점 역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이미 모럴 해저드는 불가피하고, 상황이 개선된 이후 적극적 구조조정이 없다면 좀비 기업에 의한 생산성 하락이 경제와 증시 자체에 장기적으로 충격을 줄 수 있다.

정부부채 문제나 저금리의 폐해가 나타나기 전에, 성장률이 오르고 GDP가 커져 부채비율이 낮아지고 금리가 정상화된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원하지 않는 정책 방향의 변화와 그에 따른 충격이 나타날 수도 있다.

더 걱정은 그러한 상황이 진행되며, 훨씬 더 큰 거품이 발생한 이후에 꺼져 더 큰 충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이번 같은 급등한 기술주 중심의 미국 주식시장 조정은 바람직해 보이기도 한다.

아직은 다양한 요인들이 미국 기술주를 지탱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조정 이후에는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당분간 변동성이 크고 투자자들의 대응도 쉽지 않은 상황이 이어질 수 있지만, 과거 닷컴 버블처럼 미국 기술주의 버블 붕괴가 시작되었다고 보긴 이르다. 나쁘게 보면 거품이 더 커진 이후에 더 큰 충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 최석원 센터장은 연세대 경제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마쳤다. 대우증권 삼성증권 한화증권 등에서 채권분석, 경제분석 파트장을 역임했으며 과거 수차례에 걸쳐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됐다. 한화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을 거친 후 메리츠화재에서 직접 자산운용을 맡기도 했다. 2016년부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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