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오지날] 이근 대위, 당신 인성은 문제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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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오지날] 이근 대위, 당신 인성은 문제없나요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9.09 16:20
  • 댓글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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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가짜 사나이’에서 인기 얻은 이근 대위
TV에서도 많이 찾는 핫한 출연자
자극적인 콘텐츠의 수명은 길지 않음
TV는 유튜브를 모방하기보다는 자기만의 가치를 찾아야
'오지날'은 '오리지날'과 '오지랖'을 합성한 단어입니다. 휴머니즘적 태도를 바탕으로 따뜻한 시선으로 대중문화를 바라보겠다는 의도입니다. 제작자의 뜻과 다른 '오진'같은 비평일 때도 있을 것이라는 뜻도 담고 있습니다. 

 

강대호 칼럼니스트
강대호 칼럼니스트

[강대호 칼럼니스트] 대한민국 전직 위관 장교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은 누구일까. 아마도 ‘이근 대위’일 것이다. 해군 UDT 출신인 그는 유튜브 영상 ‘가짜 사나이’ 시리즈 때문에 유명해졌다.

‘가짜 사나이’는 MBC 예능 ‘진짜 사나이’를 패러디한 유튜브 콘텐츠다. 약 30분짜리 영상 7편이 공개되었는데 조회 수 약 4400만 회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1편 조회 수만 9월 9일 현재 약 1200만 이상이다.

이 유튜브 영상들에는 유튜버 등 6명의 참가자가 이근 대위 등 전직 UDT 교관들에게 훈련받는 내용이 나온다. 선착순과 입수는 기본이고 원산폭격과 욕설이 난무한다. 참가자들이 받는 훈련도 혹독하다. 그들의 표정과 신음 그리고 망가진 몸들을 보면 이 영상들이 설정이 아니라 진짜라는 걸 보여준다.

여기서 시청자들은 비틂의 미학을 발견한다. 역설적으로 유튜브 콘텐츠 ‘가짜 사나이’가 진짜이고 MBC 예능 ‘진짜 사나이’가 가짜였다는 걸 보게 되는 것이다.

‘가짜 사나이’는 스타도 발굴했다. 교관들이다. 이 프로그램 기획 단계에서는 아마 참가자들의 지명도를 올리려는 목적이 있었겠지만 그들은 오히려 조연으로 밀려나고 교관들이 주연으로 등극했다.

유튜브 ‘가짜 사나이’ 사진=유튜브 ‘피지컬 갤러리’
유튜브 ‘가짜 사나이’ 사진=유튜브 ‘피지컬 갤러리’

유튜브를 따라가는 TV 예능

‘진짜 사나이’에서도 시청자들의 뇌리에 남은 교관들이 있었지만 지금과 같은 신드롬을 일으킨 교관은 예전에 없었다. 특히 대표 교관으로 나오는 이근 대위는 가히 ‘이근 대위 현상’이라 할 정도로 각종 매체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과거 여러 TV 프로그램에 나오기도 했던 그는 지난 몇 주 JTBC ‘장르만 코미디’에 출연했다. 얼굴은 알지만 이름은 모르는 개그맨들에게 군대 훈련을 시키는 교관으로 나온다. 방송 장면들은 ‘가짜 사나이’가 연상됐다.

이근 대위는 고된 훈련 걱정보다는 대중에게 주목받을 기회라 꿈꾸는 개그맨들을 어느 섬으로 데려간다. 하지만 이근 대위는 독한 교관으로 변신한다. 훈련복으로 갈아입은 개그맨들은 쉴 새 없는 선착순과 입수를 반복한다. 물론 원산폭격도 하고 “삐!” 처리되는 말들도 나온다. 유튜브 ‘가짜 사나이’ 못지않은 강도였다.

제작진들은 훈련으로 가장한 얼차려를 몸 개그로 포장하고 재치있는 자막으로 장식하려 했지만 난 뭔가 불편했다. 자극적인 것과는 다른 가학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가짜 사나이’ 영상을 볼 때도 그랬다. 워낙 회자가 많이 되어 호기심에 들어가 시청했지만 난 끝까지 보기 힘들 정도였다.

물론 ‘가짜 사나이’ 영상 처음에 경고하긴 한다. “강압적으로 보일 수 있는 훈련 과정 및 참가자들의 고통스러운 장면을 부담스러워 하실 수 있는 분들은 시청에 특별한 주의를 부탁”한다고. 먼저 경고했으니 영상에는 문제가 없는 거였고 내가 특별히 주의해서 시청했어야 했다.

인성? 왜 거기서 물어볼까

유명해진 이근 대위에게는 유행어도 있다. “너, 인성 문제 있어.” 그런데 이 억양이 애매하다. 그는 어릴 때부터 미국에서 자라서인지 한국말 억양이 보통 한국인과는 좀 다르다. 그래서 인성 문제 있다는 말이 물음표를 단 것인지, 느낌표를 단 것인지, 그냥 마침표를 단 것인지 헷갈린다.

이 유행어가 ‘장르만 코미디’에서도 난무한다. 훈련을 따라오지 못하는 참가자에게 이근 대위는 “너, 인성 문제 있어”라고 일갈한다. 그런데 이근 대위가 그에게 인성 문제 있느냐 물어본 건지 아니면 그의 인성이 문제 있다고 단정하는 건지 헷갈렸다. 그 말을 들은 어느 개그맨의 표정 역시 복잡해 보였다. 오히려 그런 상황에서 ‘인성’ 되고 안되고를 들먹이는 게 상황에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

남자들에게 군대 시절 힘든 기억을 떠올리라 하면 육체적 고통보다는 정신적 고통을 꺼내곤 한다. 본인 의지나 능력이 상관없는 철저한 계급 사회가 주는 정신적 폭력성을 기억하는 것이다. 사실 육체적 고통은 시간이 지나면 기억하기 힘들다. 하지만 정신적 고통은 오래 지나도 그 아픔이 생생하게 떠오르기 마련이다.

군대에서 고된 훈련을 가장한 얼차려 그리고 욕설은 육체와 정신의 한계를 뛰어넘자는 의도가 있다. 하지만 철저한 계급 사회와 통제된 공간 안에서 지극히 순종적인 인간을 만들어내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군대에서나 필요한 방법이다.

그런데 왜 그런 극한 상황을 유튜브도 아니고 다큐멘터리도 아닌 TV 예능에서 보여주는 걸까. 시청자들이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원한다고? 만약 제작진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무책임한 핑계가 아닐까.

이근 대위 사진=JTBC
이근 대위. 사진=JTBC

TV만이 가진 가치는 포기 말아야

방송국은 기존 TV 예능에서 볼 수 없었던 독한 영상을 그것도 대중이 핫하게 생각하는 이근 대위가 출연한 영상을 만들어서 미디어와 대중에게 주목을 받겠지만 방송 출연을 가장한 훈련에 참여한 개그맨들은 무엇을 얻게 될까.

혹시 인지도가 올라가려나 기대한 개그맨들에게 육체의 고통은 사라지겠지만 그런 폭압적인 상황에서 오는 자괴감은 오래도록 상처로 남지 않을까 염려됐다. 군대에서야 국방이라는 목적을 위해 개인을 희생하는 게 어느 정도 허용된다 하더라도 개그맨들에게 그런 훈련이 어떤 도움이 될까도 싶었다. ‘장르만 코미디’ 방송 이후 연예 미디어의 반응도 오직 이근 대위에게만 쏠리고 있다.

물론 코미디라는 장르에서 가학적인 소재는 필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출연진 사이에 약속된 가학이 대중에게 더는 통하지 않는다고 해서 폭력적인 가학을 보여주는 건 출연진과 대중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을까.

대중이 유튜브를 좋아하니까 그 트렌드를 방송에 접목하는 건 큰 문제 없다. 대중문화의 흐름을 좇아가는 거니까. 하지만 TV 매체만이 가질 수 있는 가치는 버리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유튜브와는 달리 인간성과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주는 콘텐츠로도 승부를 거는 방송이 되면 어떨까. 세태에 적응 못 하는 이에게 인성을 지적하기보다는 이 사회에 필요한 인성이 무엇인지 영상으로 직접 보여주는.

그리고 지난 몇 년간의 대중문화 트렌드에서 독하고 자극적인 건 오래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잘 살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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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Y 2020-09-09 18:07:07
흠.... 대중의 시선을 갖고 있는 독자중 하나로서, 전혀 동감할 수 없는 칼럼이네요. 강대호 칼럼니스트가 글을 쓰시기 전에 주제에 대한 조금 더 깊은 조사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dd 2020-09-10 01:36:38
UDT 훈련에서 정신력 시험하려고 일부러 트집잡고 욕하고 하는경우 많아요 미국 네이비씰도 그렇고요
훈련상황에서만 그런건데 왜 불만이 많나요?

소름 2020-09-11 01:44:49
전혀 현재 세상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알지도 못하고 글쓴게 티가나서 안타깝네. 굳이 이런 똥글을 왜 쓰는건지도 모르겠고 그렇다고 이 현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쓴것도 아니거 ㅋㅋ 유튜브를 따라하는 방송이 문제인거지 udt 훈련을 보여주는 이근대위는 뭔 잘못? 핀트와 본질이 전부 엇나간 3류글

윤준현 2020-09-10 10:12:40
칼럼 쓰신분께서 군대를 안 다녀오신 것 같네요..

Keh 2020-09-10 00:32:04
대체 왜 시비신지? 아무도 당신처럼 그렇게 받아들이지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