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향방] ① 비관론자 "반등 이끌만한 호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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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증시 향방] ① 비관론자 "반등 이끌만한 호재 없다"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9.07 1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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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와 실물경제와 괴리 주목..펀더멘털 약한 상승
연준의 무제한 양적완화, 민스키 모멘트 가능성도
9월 전통적 약세장...10월 대선 앞둔 변동성 감안해야
미국 증시의 흐름이 심상찮다. 기술주를 앞세워 연일 고공행진을 펼치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쓰던 나스닥 지수는 지난 3일 5% 가까이 급락한 데 이어 4일에도 1.3% 하락세를 이어갔다. 코로나 확산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주도했던 기술주들은 이제 나스닥시장의 하락폭을 결정짓는 주요 요인이 됐다. 최근 미국 증시의 하락세를 놓고 전문가들의 의견도 비관론과 낙관론이 교차하고 있다. 미 증시의 향방을 두 편으로 나눠, 1편에서는 비관론자의 주장과 전망을, 2편에서는 낙관론자의 주장과 전망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뉴욕 증시가 강세 흐름을 보이며 장밋빛 전망을 펼칠 당시에도 비관론자들은 꾸준히 의문을 제기해왔다. 이들의 대표적인 주장은 증시와 실물 경제와의 괴리다.

미국은 여전히 코로나19의 그림자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하루 신규 확진자가 여전히 3만명 안팎을 넘나들고 있고, 고용 지표는 다소 개선되는 듯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미 증시의 향방을 두고 비관론자와 낙관론자의 대립이 팽팽하다. 사진은 월가의 황소상 앞 두려움 없는 소녀상. 사진=연합뉴스
미 증시의 향방을 두고 비관론자와 낙관론자의 대립이 팽팽하다. 사진은 월가의 황소상 앞 두려움 없는 소녀상. 사진=연합뉴스

대두되는 비관론 근거는?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전체 실업자 중에서 임시 해고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4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는 반면 영구 해고자의 비중은 8월 25%까지 상승해 임시 해고자가 영구 해고자로 편입됐음을 시사한다"며 "15주 이상의 실업자 비중도 지난 4월 8%에서 8월 60%까지 올라 실업 기간의 장기화가 우려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8월에 인구 조사를 위한 일시적인 정부 고용의 급증을 감안한다면, 신규 고용의 증가세도 일시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 이는 미국 고용시장의 회복이 당분간은 더디게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 그리고 소비를 좌지우지하는 고용 시장의 회복이 쉽지 않은 것과는 대조적으로 주식시장은 강세를 이어왔다. S&P500 지수는 올 들어 10% 이상 올랐고, 나스닥 지수는 올 들어 26% 상승했다.  

CNBC는 "코로나19 속에서 월스트리트(금융경제)와 메인스트리트(실물경제) 간 대결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메인스트리트, 특히 스몰 비즈니스는 힘겹게 몸부림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물경제가 뒷받침되지 않는 상승장이었던 만큼 펀더멘털 측면에서는 건강하지 못한 상승이었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사람들이 펀더멘털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다면 주가가 빠르게 10%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연준의 무제한 양적완화와 민스키 모멘트

실물경제와는 달리 증시가 고공행진을 이룰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연방준비제도(Fed)의 무한한 양적완화 정책 덕분이다. 

미 경제에 대한 어두운 평가가 나올수록 투자자들의 연준을 향한 기대는 높아졌고, 이것이 증시를 끌어올리는 힘이 됐던 것이다. 

미 금융전문사이트인 식킹알파는 "연준의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으로 인해 상당한 자금이 미국 주식과 채권시장으로 들어갔다"며 "이로 인해 주식과 채권 가격이 부풀려져 착시 현상을 불러왔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이후 연준이 증시를 끌어올리는 데 막대한 공을 세우면서 '연준과 싸우지 말라'는 증시 격언이 회자되기도 했으나, 문제는 연준의 실탄도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마크드캠버 마켓워치 칼럼니스트는 "앞으로의 증시의 향방에 있어서 연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 부분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오히려 연준의 막대한 양적완화 정책이 '민스키 모멘트'를 가져왔다는 평가도 나온다. 

민스키 모멘트(Minsky Moment)란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하이먼 민스키가 주장한 이론으로, 전례없는 재정 및 통화부양책으로 인한 경기 호황이 끝나고 채무자의 부채 상환 능력이 악화되면서 건전한 자산까지 팔아치워 자산가치가 폭락하는 시장 붕괴현상을 말한다. 

만일 지금 시장의 움직임이 민스키 모멘트의 전조라면 급격한 시장 붕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론 윌리엄 RW어드바이저리 창립자는 "현재 시장은 민스키 모멘트로 알려진 급격한 붕괴의 정점에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스닥 지수 추이.
나스닥 지수 추이.

10월, 정치적 불확실성 감안해야 

시기적으로 반전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9월은 전통적인 약세장으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1년 중 월별 수익률이 좋지 않다. 주식시장의 변곡점이 됐던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과, 9·11 테러 모두 9월에 벌어진 일이기도 하다. 

전통적인 약세장을 뚫고 시장이 반등할 만한 호재가 딱히 없다는 것이 비관론자들의 주장이다. 

9월이 지나더라도 10월에는 11월 대선을 앞둔 정치적 불확실성 탓에 변동성이 큰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울프리서치의 크리스 세닉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에게 악명이 높은 9월에 이어 10월에도 정치적 변수로 인해 월가의 험난한 시간이 예상되고 있다"며 "특히 어린이들과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가면서 독감 시즌이 시작되는 점도 우려할 만 하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또한 가을과 겨울에 재확산될 가능성도 주식시장의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비관론자가 예상하는 하락폭 어느 정도일까

그렇다면 비관론자들은 미 증시의 하락폭을 어느 정도로 예상하고 있을까. 

리오 그로호프스키 BNY멜론웰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것이 큰 조정의 시작은 아니더라도 앞으로 몇 주, 몇 달 동안의 움직임은 엉망이 될 것"이라며 "다음 주에 시장이 폭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

시장이 이미 3월23일 최저점에서 나스닥은 83%, S&P500은 63% 상승한 상황인 만큼 일시적인 조정이라 하더라도 추가적인 하락 가능성은 열어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7~8월 강력한 주식시장의 상승을 경험한 만큼 단기적으로는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설명도 나온다. 

줄리엔 에마누엘 BTIG 주식 담당자 또한 "S&P500이 다시 반등하기 전에 200일 이동평균선인 3092선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현 수준에서 15% 하락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론 윌리엄 RW어드바이저리 대표는 "20~30%의 하락이 일어날 수 있다"며 "3월 마지막으로 관측된 주가 수준을 다시 볼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S&P500 지수는 지난 3월23일 2100선까지 추락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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