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동열의 콘텐츠연대기] ⑮1915년作 '국가의 탄생', 왜 '영화계의 흑역사'인가 (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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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동열의 콘텐츠연대기] ⑮1915년作 '국가의 탄생', 왜 '영화계의 흑역사'인가 (전편)
  • 문동열 레드브로스대표
  • 승인 2020.09.06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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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그리피스 감독 1915년 작품
제작기술, 촬영 등 영화사에 한획 그어
인종차별 스토리, 최악의 영화라는 평가도
문동열 레드브로스 대표.
문동열 레드브로스 대표.

[오피니언뉴스=문동열 레드브로스 대표] 제1차 세계대전의 전화가 전 유럽을 휩쓸고 있던 1915년 미국에서 개봉한 국가의 탄생 (The Birth of a nation)은 토마스 딕슨 주니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D.W. 그리피스 감독의 영화다.

‘국가의 탄생’은 현대 콘텐츠 산업의 역사에서 장르를 막론하고 분수령이라든지 전환점이라 할 수 있는 작품 10개를 뽑는다면 무조건 들어가는 작품이다.

이렇게 위대한 작품이지만, 이 영화는 개봉 당시에도 그랬고, 지금도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영화다. 이 영화가 영화사에서 차지하고 있는 영향력만큼이나 끔찍한 내용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는 현재의 관점으로 볼 때 말도 안되는 '인종차별'에 대한 문제제기가 아니라 인종차별을 두둔하고 있기 때문 이다.

가장 최악의 인종차별 영화 '국가의 탄생'

왜 ‘국가의 탄생’이 영화 평론가들이 뽑은 가장 위대한 영화 중 하나이면서 ‘가장 최악의 인종차별 영화’인지를 알기 위해 ‘국가의 탄생’의 줄거리를 소개한다. 인터 미션을 포함해 총 2부로 구성돼 있는 이 영화의 역사적인 배경은 미국의 남북 전쟁이다. 

1915년 미국에서 개봉한 영화 ‘국가의 탄생’의 포스터. 갑옷을 입은 중세기사처럼 보이는 인물이 바로 KKK단을 상징하고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1915년 미국에서 개봉한 영화 ‘국가의 탄생’의 포스터. 갑옷을 입은 중세기사처럼 보이는 인물이 바로 KKK단을 상징하고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제1부는 북부 펜실베니아 출신의 스톤맨 가문의 두 아들인 필과 태드가 동창인 카메론 형제를 만나기 위해 남부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의 피드먼트를 방문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필 스톤맨은 카메론의 여동생인 마가렛과 사랑에 빠지고, 마가렛의 오빠인 벤 카메론은 반대로 필의 여동생인 엘지의 사진을 보고 또 한눈에 사랑에 빠진다. 이렇게 양 가문의 장남들이 서로의 여동생에게 필이 꽂히며 두 집안은 로맨틱한 핑크 무드가 형성돼지만, 이 때 남북 전쟁이 터지고 만다.

필과 태드 형제는 남부를 떠나 북군에 입대를 하고, 벤 역시 남동생들과 함께 남군에 입대를 하게 된다. 이렇게 각자의 전쟁터에서 격전을 벌이던 두 가문의 아들들 중에서 스톤맨 가문의 태드와 카메론 가문의 벤의 남동생 두 명이 전사를 하고 만다. 필 스톤맨이 소속된 북군이 카메론 가문이 있는 피드먼트를 공격하고, 여기서 벤은 큰 활약을 하고 선전하지만, 남군은 결국 패하고 부상을 입은 벤은 공교롭게도 필 스톤맨에게 포로가 된다. 

영화 ‘국가의 탄생’의 한 장면. 흑인 배우를 쓸 수 없어 흑인역을 맡은 백인 배우들이 얼굴에 검은 칠을 하고 등장했다. 사진=위키피디아
영화 ‘국가의 탄생’의 한 장면. 흑인 배우를 쓸 수 없어 흑인역을 맡은 백인 배우들이 얼굴에 검은 칠을 하고 등장했다. 사진=위키피디아

포로가된 벤은 북부의 병원에 수용되고, 여기서 사진으로만 봤던 필의 여동생 엘지를 만난다. 그녀는 전쟁 중에 간호사로 일하고 있었다. 그녀의 헌신적인 간호덕에 목숨을 건진다.

벤에게 호감을 가진 엘지 스톤맨은 벤의 어머니를 데려와 링컨 대통령과 대면해 부상당한 벤의 석방을 호소하고, 이들의 눈물어린 호소는 링컨 대통령의 마음을 움직여, 사형을 눈앞에 두고 있던 벤의 사형집행을 중지시키며 벤은 석방된다.

이러한 엘지의 헌신으로 목숨도 건지고 부상에서 회복한 벤은 엘지와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고향 남부로 떠난다. 한편 필과 엘지의 아버지이자 스톤맨 가문의 가장이기도 한 오스틴 스톤맨은 유력한 북부의 정치인으로 남부에 대한 링컨 대통령의 유화 정책에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오스틴은 링컨에게 남부에 대한 유화정책을 중단하고, 강력한 제재를 취할 것을 요구하지만 링컨은 이를 거부한다. 남부에 대한 분노를 잠재울 길이 없던 오스틴은 결국 백인과 흑인의 혼혈인 사이런스 린치를 남부에 파견, 직접적으로 실력 행사에 나서려하고, 그 와중에 링컨 대통령은 극렬한 남부 지지자였던 존 윌크스 부스에게 포드 극장에서 암살당한다.

영화 ‘국가의 탄생’의 한 장면. 당시에는 볼 수 없었던 전쟁신은 이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 중의 하나였다. 사진=위키피디아.
영화 ‘국가의 탄생’의 한 장면. 당시에는 볼 수 없었던 전쟁신은 이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 중의 하나였다. 사진=위키피디아.

유화 정책을 펼치던 링컨 대통령이 암살당하면서 남부에 대한 북부의 반감은 더욱 커지고, 강경파였던 오스틴은 이 반감을 등에 업고 권력을 잡게 되면서 남부에 대해 보다 강경한 정책을 펼치고자 한다. 1부는 이렇게 마무리 된다. 사소하게 거슬리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여기까지는 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같은 느낌도 나는 스토리다. 문제는 2부 부터다.

2부에서는 권력을 잡은 오스틴이 사이런스 린치를 남부에 파견해 남부 재건이라는 이름의 남부 탄압 정책을 실시하는 것을 보여준다. 스스로가 흑백 혼혈인 린치는 남부에 와 우선 남부의 흑인 노예들을 모두 해방시키고, 그 동안의 흑인 차별 정책을 폐지하는 만행(?)을 저지른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던 흑인들은 린치에서 선동당하고 곧 많은 흑인들이 백인들과 자신들이 동등하다는 생각을 가지게된다. 

백인들과 길에서 나란히 걷고, 백인들을 봐도 인사하지 않는 등 점점 같은 급으로 올라오려는 흑인들의 행동에 분노하는 백인들. 린치는 흑인들에게 투표권을 주고, 결과 의회에 흑인 의원들이 당선되지만, 천성이 무식한 흑인들은 의원이랍시고 의사당에서 술을 마시거나 신발을 벗고 책상 위에 발을 올려놓는 등 정말로 눈뜨고는 보지 못할 행동들을 보인다. 선량한(?) 백인들의 반발은 점점 커지는 가운데, 고향에 돌아온 벤도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지는 것에 분개한다. 

‘국가의 탄생’의 한 장면. 링컨 대통령을 비롯한 실제 역사상의 인물의 등장은 이전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사실감을 영화에 심어주었다. 사진=위키피디아.
‘국가의 탄생’의 한 장면. 링컨 대통령을 비롯한 실제 역사상의 인물의 등장은 이전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사실감을 영화에 심어주었다. 사진=위키피디아.

어느날 벤은 흑인 아이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 위해 흰 시트를 둘러쓰고 유령인 척 하는 백인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영감을 얻어, 두건을 쓰고 점점 심해지는 흑인들의 만행을 실력으로 응징하는 정의의 기사단 쿠 클럭스 클랜 (Ku Klux Klan), 일명 KKK단을 결성한다.

아직 줄거리 소개는 끝나지 않았지만, 여기까지 보면서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면 그게 정상이다. 이후의 줄거리는 벤이 결성한 KKK단이 하얀 두건을 쓰고 사악한 흑인들을 응징해 나가는 장면이 이어진다. 백인들을 괴롭히고 연약한 백인 여성들을 겁탈하려는 흑인들에 맞서 투쟁하는 KKK단을 린치로 상징되는 북부의 사악한 권력들이 탄압이 시작되면서 싸움은 점점 격화되기 시작하고, 와중에 남부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흑인들의 만행(?)이 극에 달하게 되자, KKK단의 신성한(?) 이념에 동조하는 백인들이 북부와 남부를 떠나 하나가 되어 린치와 흑인들을 몰아내며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계의 흑역사가 된 ‘국가의 탄생’

이 영화는 상영 당시에도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남부 백인 우월론자의 관점에서 만들어진 ‘국가의 탄생’은 흑인의 권리를 높이기 위해 움직인 린치는 악이고, 이에 맞서 백인들의 질서를 되찾기 위해 분연히 일어선 벤은 선이다.

극 중에서 한 때 적으로 맞서 싸웠던 한 퇴역 북군 장교가 벤의 KKK단을 도우면서 “아리아 인종의 정통성이 흑인종에게 위협받고 있으니 북부와 남부는 뭉쳐야한다”고 말하는 대목도 있다.

‘국가의 탄생’이라는 영화의 제목 역시 이 흑인에 대항해 북부와 남부의 백인들이 뭉쳐야 한다는 이런 메시지에서 온 것 인만큼 영화의 내용만 보면 그냥 쓰레기 영화다.

최악의 인종차별집단인 KKK단을 의적처럼 묘사한 부분이나 북부와 남부의 백인들이 왜 우리가 흑인 따위의 해방을 위해 백인의 피를 흘려야했나라는 메시지에 이르러서는 왜 히틀러의 나치독일에서 이 영화를 그렇게 좋아했는지 알 것도 같다.

영화 ‘국가의 탄생’의 한 장면. 최악의 인종차별단체였던 KKK단을 아주 영웅적인 모습으로 묘사했다. 사진=위키피디아.
영화 ‘국가의 탄생’의 한 장면. 최악의 인종차별단체였던 KKK단을 아주 영웅적인 모습으로 묘사했다. 사진=위키피디아.

이 영화는 결과적으로 영화가 개봉되던 당시 이미 조직으로서의 명분을 상실해 와해되고 있던 KKK단을 부활시키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후 영화사를 다룬 많은 책들이나 평론가들도 보통 ‘국가의 탄생’을 설명함에 있어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이 영화의 이러한 인종차별 문제를 다루지 않거나, 대략적으로 다룬다. 의도는 충분히 이해를 한다. 솔직히 ‘국가의 탄생’ 줄거리는 이 영화가 당시 엄청난 흥행과 함께 현대 영화를 연 콘텐츠 역사에 길이 남을 이정표같은 영화라는 것에 대해 많은 이들이 쉽게 동조를 할 수 없게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계에서 이 쓰레기 같은 인종차별 영화를 사장시키지 않고 위대한 영화 중 하나로 인정하는 이유는 이 영화가 영화 아니 현대 콘텐츠 산업에 끼친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국가의 탄생’이 상영 중인 영화관 앞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 중인 NAACP (전미 유색인종 지위향상협회) 회원들. 사진은 1947년에 촬영된 것으로, 영화가 상영된 1915년에도 비슷한 일들이 영화관 앞에서 벌어졌다. 사진=히스토리 채널 화면 캡쳐.
국가의 탄생’이 상영 중인 영화관 앞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 중인 NAACP (전미 유색인종 지위향상협회) 회원들. 사진은 1947년에 촬영된 것으로, 영화가 상영된 1915년에도 비슷한 일들이 영화관 앞에서 벌어졌다. 사진=히스토리 채널 화면 캡쳐.

이 영화를 빼고 현대 영화를 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프랑스의 거장 장 뤽 고다르 감독은 ‘국가의 탄생’을 기점으로 현대 영화와 초기 영화가 나뉜다고 평가했다.

필자가 ‘국가의 탄생’을 소개함에 있어 먼저 ‘과’를 이야기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영화라는 콘텐츠는 그 시대를 반영할 수 밖에 없으며, 현재의 잣대로 과거의 콘텐츠를 재단하는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는 일이라는 것도 있겠지만, 먼저 이 영화의 제대로 된 정체를 알고 이 영화가 왜 현대 영화사의 문을 연 상징적인 작품인지 아는 것도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다음편에 계속)

●문동열 레드브로스 대표는 일본 게이오대학 대학원에서 미디어 디자인을 전공하고, LG인터넷, SBS콘텐츠 허브, IBK 기업은행 문화콘텐츠 금융부 등에서 방송, 게임,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 기획 및 제작을 해왔다. 콘텐츠 제작과 금융 시스템에 정통한 콘텐츠 산업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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