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진원 칼럼] 이재명의 기본소득이 친문(親文)에 안먹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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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진원 칼럼] 이재명의 기본소득이 친문(親文)에 안먹히는 이유
  • 채진원 경희대 교수
  • 승인 2020.09.05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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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논쟁, 이재명 지사를 지지 1위 끌어올려
비정규직 문제 해결못한 '소주성' 정책, 기본소득 논쟁 제한시켜
이낙연-이재명 누구든 '동일노동 동일 임금, 연대임금제'로 풀어가자
채진원 교수
채진원 교수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전임연구원/ 교수]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방식을 둘러싸고 대선주자 지지율 1위와 2위 사이에 논쟁이 뜨겁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취약계층에게 ‘맞춤형 지급방식’으로 지원해 정책효과를 극대화하자고 주장한다. 반면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재정기여도가 낮은 사람만 지원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상위소득자를 차별하는 것이므로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비판하며 ‘보편지급방식’을 주장한다.

이재명의 재차 '보편적 기본소득' 호소

정부와 여당이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추석 전 선별지급’ 방향으로 가닥을 잡자 이재명 지사는 ‘마지막 호소’라는 글로 보편지급을 위한 절충안을 제시했다. 이 지사는 지난 9월 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홍남기 부총리님께 드리는 마지막 호소’라는 글을 통해 “국민 1인당 10만원씩 3개월 시한부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재명 지사는 당정이 “준비된 재난지원금이 8조원이라면 1인당 10만원씩 지급하고 나머지로는 선별 핀셋 지원하는 절충적 방안도 검토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는 1인당 30만원씩 전 국민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당초의 주장에서 한 발 후퇴한 것으로, 당과 정부 내에 선별 지원이 대세임을 인정하고 차선책을 모색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이 지사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소신을 피력하지만 일단 결정되면 그 정책이 잘 집행되도록 당과 정부의 일원으로서 이를 수용하고 따르겠다는 것일 뿐, 보편지원 소신에는 변함이 없으니 이를 두고 소신을 꺾었다고 곡해하며 비난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누구 그림자가 더 오래 갈까.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대표로 선출되기 전인 지난 7월30일 이재명 경기도 지사를 만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누구 그림자가 더 오래 갈까.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당대표로 선출되기 전인 지난 7월30일 이재명 경기도 지사를 만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그렇다면 이재명 지사는 왜 그렇게 집요하게 1차 재난지원금 때와 똑같이 제2차 재난지원금의 ‘보편지급’ 주장에 혼신의 열정을 다하는 것일까? 그것은 이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부터 자신의 전매특허인 ‘기본소득’의 실시를 주장해 온 만큼, 재난지원금의 성격을 기본소득의 연장선상으로 관철하고자 하는 열망 때문이다. 그런 열망이 있었기에 1차 지원 때 긴급재난지원금을 아예 ‘기본재난소득’이라 명명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2017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모든 국민에게 연간 최대 130만원을 기본소득으로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은 바 있다. 기본소득(基本所得)이란 경제적 재산의 많고 적음이나 근로 여부에 상관없이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무조건적으로 지급하는 소득을 말한다. 쉽게 얘기하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한시적으로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을 평시에도 매월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지사가 기본소득과 재난지원금의 보편지급의 관철에 사활을 거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기본소득과 재난지원금의 보편지급이라는 아젠다가 대권 주자 1위 혹은 2위로 끌어올려준 일등공신이기 때문이다. 이 아젠다는 이 지사를 ‘주류 여의도 의회정치’에 맞서는 ‘비주류 아웃사이더 정치’의 대표주자로 급부상시킨 실질적인 영양제였다.

선별지급과 보편지급 논란, 학계에서도 뜨거워

이번 기회에 이재명 지사가 내세우는 기본소득이 과연 정책적 효과가 있는 것인지와 함께 기본소득이 대중적으로 떠오르게 된 정치적 배경이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이 기본소득은 문재인 정부가 추구해온 이른바 소득주도성장과도 차이가 나고 민주당내부에서도 기본소득을 둘러싼 포퓰리즘 논란과 신중론이 많기에, 이에 대한 입장 조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 6월 8일 “기본소득제의 취지를 이해한다”면서도 “재원 확보 방안과 지속 가능한 실천 방안 등의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기본소득의 정책적 효과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은 기존의 복지정책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수요와 공급의 선순환을 만들어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경제 대책”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양극화가 심해지고 좋은 일자리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을 타개하려면 기본소득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명 지사는 작년에 “국토보유세를 거두어 월 40만 원씩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주자”고 제안했다. 이렇게 하려면 대규모 증세가 불가피하기에 최근에는 말을 바꾸었다. 그는 "연 20만 원에서 시작해 단계적으로 연 600만 원으로 늘리자"면서 탄소세, 데이터세, 로봇세 등의 도입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그는 “증세 없이 기본소득을 할 수 있다”고 했고, “기본소득은 제2의 소득주도성장이자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수요공급의 불균형과 구조적 경기침체를 타개하는 경제정책”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양재진 연세대 교수는 이 기본소득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는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 마치 기본소득은 보편적 복지이고 기존의 사회보장제도는 선별주의인 것처럼 여겨지지만 그것은 크나큰 오해”라고 지적한다. 그는 “기본소득은 보편적 복지국가를 완성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복지국가를 약화시킨다”며 “복지국가의 원리와 기본소득의 원리가 상충하기 때문에 문제”라고 말한다.

양 교수는 “무상급식 논쟁을 상기해 보자. 저소득 가정 아이들에게만 급식이 제공되면 선별주의지만, 모든 학생들에게 급식이 제공되면 보편주의가 된다. 학생이 아닌 모든 국민에게까지 급식을 제공해야 보편주의가 되는 게 아니”라고 지적한다.

그는 “반면 기본소득은 자동차 사고가 나지 않았어도 모든 사람에게 매달 보상금을 나눠주자는 논리”라며 “위험이나 욕구의 발생 여부를 따지지 않고, 사고가 안 난 사람에게까지 기본 보상금을 다 나눠주고 나면, 현실적으로 보험회사는 사고가 났을 때 충분한 보상을 해 줄 수가 없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양 교수는 “모든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면 그 비용이 엄청나다”고 말한다. 즉 “월 10만 원씩이면 62조4000억 원, 월 20만 원씩이면 124조8000억 원이 필요하고,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생계급여의 절반에 불과한 월 30만 원씩만 잡아도 187조2000억 원이 소요된다”고 말한다. 그는 “이는 2018년 의료, 연금, 보육, 실업, 기초생활보장제도, EITC 등 모든 복지사업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쓴 205조 원에 버금가는 금액이다. 2020년 사상 최대 슈퍼예산이라는 500조 원의 약 40%에 달하는 큰 돈”이라고 말한다.

양재진 교수는 “당장 위험에 빠지지도, 욕구가 발생하지도 않았는데, 나도 세금을 냈으니 받아야 한다며 기본소득을 챙겨 놓으면, 정작 위험에 빠진 우리 이웃과 어쩌면 미래의 나와 내 자식은 필요한 편익을 받을 수 없다”고 말한다.

기본소득과 연대임금제 개념을 단순화해 그린 그림. 사진= 출처불명
기본소득과 연대임금제 개념을 단순화해 그린 그림. 사진= 출처불명

소주성 정책 성공했다면, 기본소득 논의 달라졌을 것

그렇다면 기본소득의 정책적 효과에 대한 이런 이견과 논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본소득이 대중적으로 떠오른 정치적 배경은 무엇일까? 여러 요인이 있지만, 그 핵심에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소득주도성장(소주성)정책’의 실패에 대한 반발이 있다고 짐작된다.

'소주성' 정책은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상향조정하여 소득을 높이려고 했지만 자영업자와 소기업주들의 강한 반발과 함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차별에 따른 비정규직의 저임금 구조를 개선하는 데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 이런 소주성 정책과 비정규직의 임금차별 개선정책의 실패는 자연스럽게 이에 대한 반발로 임금과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비정규직과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기본소득을 통해 최저생계비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게 된 것이다.

이런 주장을 적극 반영하고 있는 강남훈 한신대 교수는 “전통적인 복지 정책으로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도울 게 없다. 예를 들어 실업자에게 ‘실업수당을 넉넉하게 주자’고 하면 힘든 비정규직들이 세금을 내서 실업자를 도와주는 꼴이 된다”고 말한다. 또한 강 교수는 “노동자 절반이 비정규직인 상황에서 국가가 임금 보전을 하는 방식을 택하면 노동시장도 작동하기 어렵게 된다. 시장경제가 효율적으로 돌아가긴 어렵다. 그러나 기본소득은 분배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마도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소주성과 비정규직 임금차별 개선정책이 성공하여 성과와 효과를 보였다면, 기본소득이 이렇게까지 대중적으로 화제가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특히, 비정규직의 임금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오랫동안 제기되었던 “동일노동 동일임금, 연대임금제”가 실천되지 못한 것은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 참에 소주성 정책이 어떤 모순으로 비정규직의 저임금을 시정하는 데 실패하게 되었는지를 반성하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란 성별이나 인종, 국적 및 비정규직 여부와 관계없이 같은 일을 하는 노동자에게는 같은 연대임금을 준다는 원칙이다. 연대임금은 노동소득 분배율의 제고라는 연대임금(1차 분배)을 만드는 동시에 복지사회(2차 분배)로도 연계되도록 하는데 효과가 있다.

스웨덴 노사정 대타협에 나온 '연대임금제' 추진해야 

“동일노동 동일임금 연대임금제”를 성공적으로 이끈 스웨덴의 노사정 대타협 사례와 그 메카니즘을 이해했다면,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급진적으로 올리지 않고 최저임금을 현상으로 유지하면서도, 비정규직 실질임금을 올리는 방법으로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할 필요가 있었다. 소상공인과 그 소속 노동자의 ‘지속가능한 연대임금제 실현’을 위해 ‘대기업 상층자본과 상층노동의 기득권 담합’을 축소하고 대안으로 대기업 노사부터 ‘연대임금제’를 실시할 필요가 있었다.

열악한 비정규직 노동자, 여성 노동자의 임금차별을 개선하기 위해선 스웨덴 노사정이 했던 것처럼, 상위의 소득 1%의 상층자본과 차상위의 소득 10%의 상층노동이 선제적으로 임금인상을 동결하고 고용안정에 동참할 필요가 있었다. 그 다음 그 임금동결분의 보상으로 기업은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주식을 지급하고,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정규직 임금의 80%까지 임금동결분을 배분하는 ‘연대임금제’를 실천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면 정부는 연대임금에 따른 비정규직의 임금상승분에 대해 더 얇지만 폭넓은 소득세원을 확보하고 기업의 법인세를 거두면 된다. 정부는 그 거둔 세금으로 복지재정의 비용으로 사용했어야 했다. 더 열악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이끄는 소기업 내 노동자의 임금상승에 기여하도록 소상공인 기업구조조정기금과 노동자 재취업훈련비용 등을 지원할 수 있다. 

유감스럽게도 문재인 정부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따른 연대임금제’부터 추진하지 않고, 최저임금 1만원을 급진적으로 올리는 것에서 출발함으로써 스텝이 꼬였다. 상층자본과 상층노동의 고통분담과 연대를 이끌어 낼 기회를 잃어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반발을 샀을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의 저임금을 시정하는 데도 실패했다.  

기본소득의 논리가 정당화되는 배경에는 저임금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다. 이번 코로나19 경제위기 때도 드러났듯이,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저임금의 비정규직과 새로이 늘어만 가는 플랫폼 노동자들을 위해서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본소득은 원리상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현금을 지급하니 장단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사각지대가 없다는 게 최대의 장점이다. 그러나 단점은 급여수준이 낮은 것이다. ‘적용의 사각지대’가 해소되어도 급여가 너무 낮아 소득보장의 의미가 사실상 없는 ‘급여의 사각지대’는 그대로 남는다.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따른 연대임금제’로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연대임금제 실시로 노동소득 분배율을 높이는 1차 노동분배에 이어서 2차 분배인 사회복지로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이재명 지사의 기본소득에 신중론을 보이는 이낙연 대표도 기본소득을 대신하는 대안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따른 연대임금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미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5년 7월 5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점검회의’에서 “연대임금제와 같은 대-중소기업 노동자 간 협력 방안을 검토해 보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재명 지사도 2016년 6월 20일 트위터를 통해 “비정규직 없애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동일노동 동일임금원칙 준수, 즉 비정규직과 정규직을 차별하는 이 반헌법적 현실부터 고쳐야 합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 채진원 박사는 비교정치학 전공으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공화주의와 경쟁하는 적들」(2019), 「무엇이 우리 정치를 위협하는가」, 「노무현의 민주주의(공저)」,「정당정치의 변화, 왜 어디로(공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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