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 '민스키 리스크' 시작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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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증시 '민스키 리스크' 시작됐나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9.04 1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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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상환 능력 없는 채무자들 자산 팔기 시작했다"..민스키 모멘트 주장
증시 고공행진 속에서도 공포지수는 계속 올라
전문가들 "빅테크 중심 랠리에 변화 생길 듯..포트폴리오 다변화하라"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글로벌 증시가 숨고르기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글로벌 증시가 숨고르기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간) 뉴욕 증시가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나스닥은 5% 가까이 빠지면서 지난 6월11일 이후 약 3개월만에 최대폭으로 하락했다. 

나스닥의 급락세를 가지고 온 것은 그간 나스닥을 사상 최고치로 이끌어온 대형 IT주였다. 애플은 8% 급락했으며 테슬라는 9% 폭락했다. 마이크로소프트(-6.2%)와 아마존닷컴(-4.63%), 페이스북(-3.76%), 알파벳(-5.1%) 등도 낙폭이 컸다.

중요한 점은 주식시장을 약세로 이끈 직접적인 원인이 없다는 점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글로벌 증시가 본격적인 조정 국면에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뉴욕증시의 이유없는 급락, 왜?

특별한 악재는 없었다. 미국의 서비스업 경기가 다소 둔화된 것으로 발표됐지만, 전문가들 예상치에서 크게 벗어난 수준은 아니었다.

미 공급관리협회(ISM)는 8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전월 58.1에서 56.9로 내렸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서비스업 경기가 다소 둔화된 것으로 보였지만, 당초 전문가들의 예상치(57.0)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만큼 이날 주식시장의 급락을 이끈 원인으로 해석되지는 않는다. 

미국의 실업관련 지표는 오히려 양호하게 발표됐다. 지난주 실업보험 청구자 수는 전주보다 13만명 줄어든 88만1000명(계절 조정치)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당초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5만명으로 예상했으나 이보다도 적었다. 개선된 고용지표는 얼어붙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통계방식 조정에 따른 착시효과라는 인식이 불거지기도 했다. 

웰스파고 증권의 사라 하우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통계방식의 변화로 (고용지표가) 과대 포장됐다"며 "고용시장의 회복이 더욱 가속하고 있다는 신호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몇 주 동안의 실업 청구 추세의 완만한 하향세는 고용시장의 회복이 적어도 역행하지 않았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언급했으나 투자자들의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녹여내지는 못했다. 

민스키 모멘트 맞이한 뉴욕증시

그렇다면 이날 주식시장의 급락이 일시적인 숨고르기 국면일까, 장기적인 조정국면일까. 

전문가들은 '민스키 모멘트를 맞이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민스키 모멘트(Minsky Moment)란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하이먼 민스키가 주장한 이론으로, 전례없는 재정 및 통화 부양책으로 인한 경기 호황이 끝나고, 채무자의 부채 상환 능력이 악화되면서 건전한 자산까지 팔기 시작해 자산가치가 폭락하는 시장 붕괴 현상을 말한다. 

전문가들이 지금 뉴욕 주식시장이 민스키 모멘트를 맞이했다고 언급하는 이유는 뉴욕증시가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막대한 지원 덕택에 강세 흐름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영국 증시는 올 들어 20% 가량 하회하고 있는 반면 나스닥 지수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S&P500 또한 올해 10.8% 오르는 등 유독 미국 증시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이는 연준이 낮은 금리를 유지하고 사실상 무제한 양적완화(QE) 정책을 시사하는 등 전례없는 부양책에 나섰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

따라서 이날 시장 붕괴는 민스키 모멘트의 전조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만일 현재 뉴욕 증시가 민스키 모멘트를 맞이한 것이 맞다면 급격한 시장 붕괴가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론 윌리엄 RW어드바이저리 창립자는 "현재 시장은 민스키 모멘트로 알려진 급격한 붕괴의 정점에 있을 수 있다"며 "(코로나19 위기가 정점이었던) 3월의 마지막으로 관측된 주가 수준을 다시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움직임이 가능한 이유로 빅테크 중심의 증시 랠리를 꼽았다. 

그는 "이것은 테크스트리트(기술주 중심의 경제), 월스트리트(금융경제), 메인스트리트(실물경제)가 모두 다른 길을 걷고 있는 현재 진행중인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실물경제와 동떨어진 흐름으로 주식시장이 움직이고 있고, 주식시장 중에서도 기술주는 또다른 움직임을 보이는 등 매우 좁은 범위의 강세장이 지속된 것은 건전한 상승이 아닌 만큼 조정 가능성도 높음을 의미하는 부분이다. 

미국의 금융전문 사이트인 식킹알파는 "우리는 금융 불안이 더 큰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며 "연준이 인플레이션이나 실업률을 목표로 하지 못하는 것은 민스키 모멘트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스닥지수의 추이.
나스닥지수의 추이.

증시 상승에도 치솟는 공포지수

시카ㅈ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 지수(VIX)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흔히 공포지수라고 불리는 VIX 지수는 뉴욕증시가 폭락세를 지속하던 지난 3월 중순 86.69선까지 치솟았다. 이후 주식시장의 안정과 함께 VIX 지수 또한 하락하며 안정적인 흐름을 보여왔으나 8월 말에 접어들면서 다시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8월17일 21.35까지 떨어졌던 VIX지수는 이후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 3일 33.60까지 올라섰다. 특히 이 기간은 나스닥 지수는 물론 S&P500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시점이기도 하다.

증시가 고공행진을 벌일수록 공포지수 또한 동시에 상승했다는 것은 증시가 오를수록 불안해하는 투자자들이 많았다고도 해석되는 부분이다. 

HRM의 리서치 헤드인 데일 존스는 "중대한 위험 신호"라고 평가했다. 일반적으로 미국 증시가 상승하고 VIX가 낮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그것은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청신호로 작용하지만, 증시가 상승하면서 변동성도 같이 높아진다면 증시의 리스크가 그만큼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물론 지난 3월 86까지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지금의 VIX는 33 수준에 불과하지만, 당시 극에 달했던 주식시장의 폭락세와, 현재의 주식시장의 고공행진 흐름이 서로 다른 세계에 놓여있음을 감안한다면 현 수준의 VIX도 걱정스러운 신호"라고 설명했다. 

비앙코 리서치의 짐 비앙코 역시 "시장이 지나치게 상승했고, 변동성이 커져있다면, 상승 흐름은 일반적으로 지속될 수 없다"며 "조정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라고 언급했다. 

"빅테크 랠리 변화할 듯...포트폴리오 다변화 필요"

일각에서는 큰 폭의 조정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대형 IT주 위주의 랠리 흐름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했다. 

스카이뉴스에 기고 중인 피터 스위처는 "똑똑한 투자자들이 기술주의 차익 실현을 위해 매도한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그간 소외됐던 다른 주식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뉴욕증시가 큰 이탈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최근 빅 테크 중심의 움직임에는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 기술주들의 높은 밸류에이션에 따른 업종 주가 조정이라고 판단된다"며 "FAAMG(페이스북·애플·아마존닷컴·마이크로소프트·구글(알파벳) 주식의 비중을 일부 축소하고 저평가된 경기방어 가치주의 비중을 확대하는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을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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