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시드니] 중국엔 강경, 일본엔 각별...호주의 반중 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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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시드니] 중국엔 강경, 일본엔 각별...호주의 반중 노선
  • 고직순 시드니 통신원
  • 승인 2020.09.03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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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슨 총리 강경 어조로 중국 비난
왕시닝 주호주 부대사 지난 주 ‘공격 맞대응’
사임한 아베 전 일본 총리는 ‘각별한 찬사’
고직순 시드니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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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뉴스=고직순 시드니 통신원] 호주와 중국의 외교 갈등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무역보복을 통해 경제 압박을 가하고 있는 중국에 대해 호주가 한치의 물러섬도 없이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호주는 또 장기집권에서 물러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 대해선 찬사를 보내는 등 미국-일본-호주로 이어지는 반(反)중국 전선에서 목소리를 세우고 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그동안 여러 문제로 매우 불편해진 호주-중국 관계와 관련, “진심으로 상대방을 대우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중국의 태도에 문제가 있으며 이를 시정해야 한다고 최근 주장했다.

호주와 중국간 외교 갈등이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호주와 중국간 외교 갈등이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모리슨 총리는 “중국 우한시 축산시장을 지목하며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원에 대해 국제적 독립조사를 요구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외부의 ‘경제적 위협’에 직면해 호주의 주권 또는 안보를 지키는 목적의 정책을 절대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경제적 위협’은 중국의 노골적인 무역 제재를 의미한다. 중국 정부는 호주산 쇠고기와 보리에 대해 무역 제재를 단행한데 이어 지난 주 호주산 와인 덤핑 의혹을 제기하고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이같은 중국의 행보는 외국 영향력에 대한 호주 정부의 내정간섭 차단법(foreign interference laws) 제정과 호주 5G 이동통신망 구축 사업에서 중국 기업 화웨이 배제, 코로나 바이러스 기원에 대해 중국을 지목하며 독립적 국제조사를 제한한 것 등에 대한 ‘무역 보복’인 셈이다.

모리슨 총리의 이같은 강경 발언은 지난 8월 26일 왕시닝 주호주 중국 부대사가 켄버라 내셔날프레스클럽(NPC)에서 호주를 맹렬한 어조로 공격한 것에 대한 맞대응 성격도 짙다.

NPC 초청 연설에서 왕 부대사는 “중국-호주 관계에서 호주가 상호 존중 정신을 저버렸다. 중국은 호주에 대해 배신감을 느낀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던 것. 그는 중국 정부가 코로나 원인 조사를 거부하는 이유에 대해 “코로나가 다른 나라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은 배제한 채 중국 우한시만 지목했다. 이는 불공정 행위다. 또 호주 정부는 중국과 사전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국제조사를 요구했다. 이는 외교적인 결례를 범한 것”이라고 강경 비난했다.

중국 고위 외교관이 호주 현지에서 대호주 정부 강경 성토를 쏟아내자, 모리슨 총리가 직접 강경 어조로 반박하고 나선데 이어 양국 관계에서 악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왕시니 주호주 중국 부대사
왕시닝 주호주 중국 부대사가 지난 8월 26일 켄버라의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초청 연설을 하는 모습.

호주 정부가 제정하려는 '국제 협정' 규제법안도 중국을 자극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호주 정부는 주/준주 정부와 외국 정부 간의 협정을 강제 폐기할 수 있는 특별 법안인 ‘국제관계법(Foreign Relations Bill)’을 제정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같은 상위법을 통한 규제에는 지자체, 호주 대학, 연구소, 기업 등도 적용되는데, 이 법안이 통과되면 빅토리아주와 중국이 맺은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양해각서(MOU)'도 폐기될 수 밖에 없다. 

현재까지 나온 국제관계법 초안에 따르면 국제 협정 당사자들은 기존의 모든 협정을 호주 정부에게 보고해야 하며 이를 검토한 외교부 장관은 협정이 호주의 국익이나 정책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취소시킬 수 있는 거부 권한이 부여된다.

모리슨 총리는 “호주가 다른 국가들을 상대할 때 같은 목소리와 같은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새 법안은 호주가 어떤 수준에서 어떤 협정을 타국 정부와 맺든, 호주의 국익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방향과 일치되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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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다니엘 앤드류스 빅토리아 주총리(왼쪽)와 첸징예 주호주 중국대사가 일대일로 프로젝트 MOU에 서명하고 악수하는 모습.

이 법안 추진은 2019년 빅토리아 주정부가 중국의 일대일로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뒤 논란이 커지면서 시작된 것이어서, 법안의 타깃이 어디인지 분명해진 상태다.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호주 빅토리아주의 일대일로 참여 결정으로 중국 정부가 해를 끼칠 수 있는(do harm) 능력이 커졌다”라고 비난하고 “빅토리아주가 중국과 관계를 중단하지 않으면 호주와 정보 공유를 중지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사이먼 버밍햄 호주 통상부 장관은 지난 1일 “중국 관영 CCTV의 영어방송 채널 CGTN에서 앵커로 활동하던 중국계 호주인 시민권자인 쳉 레이(49∙Cheng Lei)가 지난달 14일부터 중국 당국에 억류돼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명확한 구금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녀에게 필요한 영사업무를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 또다시 중국 정부와 갈등을 드러냈다. 

주중국 호주 대사관 관계자가 지난달 27일 중국 베이징 소재 ‘지정 장소내 주거 감시’ 상태에 있는 쳉과 화상 면담을 가졌는데 그녀는 아직 기소되진 않은 상태다. 중국의 ‘주거 감시’ 체제는 법적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구금 형태로 정식 체포 또는 기소 전 최대 6개월까지 지속될 수 있다.

중국 출생인 쳉은 호주 퀸즐랜드대(회계학) 졸업 후 캐드버리(Cadbury) 등 기업에서 근무한 뒤 2002년부터 CGTN에서 글로벌 비즈니스쇼 앵커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녀의 두 어린 자녀는 현재 멜버른에 거주 중이다.

한편, 모리슨 총리는 지난 주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건강 문제로 인한 사임 발표와 관련, “그의 사임은 아·태지역의 안정 유지 시도에 큰 타격”이라고 말하면서도 “호주-일본의 우호 관계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아베 정부 시절 일본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다. 호주의 대일 관계는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이며 새로운 일본 총리 취임 후에도 변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연기된 연초 일본 방문 계획이 연말 이전 추진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호주는 미국, 일본, 인도와 함께 일명 ‘쿼드(Quad)’로 불리는 ‘4자 안보대화(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 QSD)’를 구성, 연례 정기적 합동 군사작전을 실시하는 등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의 역내 영향력 강화를 견제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 고직순 시드니 통신원은 호주동아일보 편집국장, 호주한국일보 발행인을 역임했고 현재 한호일보 편집인으로 재임중이다.  한국에서 외대를 졸업한 후 호주 맥쿼리대학원에서 경제학(석사)을 전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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