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반도체 패권 달린 'AI 반도체'서 열리는 춘추전국시대
상태바
미래 반도체 패권 달린 'AI 반도체'서 열리는 춘추전국시대
  • 김상혁 기자
  • 승인 2020.08.31 17: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엔비디아, 삼성전자 매출 1/15이지만 시총 넘어서
AI 반도체에 GPU가 효율적이기 때문
데이터센터·자율주행에도 핵심, 非반도체 업체들도 진입
AI반도체 춘추전국시대, 설계툴·파운드리 업체는 굳건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최근 반도체 업계에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미국의 GPU업체인 엔비디아가 삼성전자를 밀어내고 반도체업체 시가총액 2위를 달성한 것이다. 1위 대만의 TSMC사다.

엔비디아의 매출은 삼성전자의 15분의 1 수준이며 업계에서는 8위에 불과하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팬데믹 이후 엔비디아는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연초 대비 2배가 넘는 주가 성장률을 보이며 최근 테슬라, 애플 등과 함께 가장 뜨거운 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주식시장의 활황을 바탕으로 엔비디아의 이같은 급성장 배경에는 'AI(인공지능) 반도체'가 있다. 현재 일반적인 반도체와는 다른 AI반도체는 미래 반도체 산업의 패권을 쥐고 있는 분야로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 모두가 뛰어들고 있다.

엔비디아의 창업자 젠슨 황 CEO. 엔비디아는 비대면 수요의 확대 데이터센터 사업이 고성장해 지난 2분기 역대 최대 매출을 올렸다. 사진=연합뉴스
엔비디아는 비대면 수요의 확대 데이터센터 사업이 고성장해 지난 2분기 역대 최대 매출을 올렸다. 사진은 엔비디아의 창업자인 젠슨 황 CEO. 사진=연합뉴스

◆ 엔비디아가 어떤 회사길래

향후 글로벌 IT 시장의 판도를 좌우할 AI반도체의 연산처리에는 CPU(Central Processing Unit, 중앙 처리 장치)보다 GPU(Graphics Processing Unit, 그래픽 처리 장치)가 더 적합하다. 그런데 본래 GPU 업체인 엔비디아는 이 분야 1위다.

입력된 순서로 데이터를 직렬처리 하는 방식의 CPU는 코어 1개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엄청난 양의 대규모 데이터를 병렬처리해야하는 AI에는 부적합하다. CPU는 중앙에서 모든 데이터를 차례로 연산·제어하기 때문에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전력 소모도 막대하다. 또 '2년 마다 반도체 집적도는 2배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에 한계가 오면서 CPU의 발전도 조금씩 더뎌지고 있다.

GPU는 이와 반대다. 기본적으로 여러 명령을 동시에 처리하는 병렬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특정된 연산을 빠르게 수행하기 위해 코어를 최대한 단순화 시킨 후 엄청난 갯수의 코어를 연결했다. AI는 무한히 증가하는 컴퓨팅 자원, 기존 컴퓨팅 이상의 전력소모량 등을 필요로 한다. 때문에 GPU가 CPU보다 AI 인지 능력 고도화에 압도적으로 효과적이며 정확도도 높다. 최근 엔비디아가 선보인 AI용 암페어 A100 GPU는 코어 540억개를 집적한 것과 같은 성능이다.

2009년 미국에서 GPU가 CPU보다 AI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온 후 엔비디아는 AI 시장에 뛰어들었고 게임 이후의 성장 동력을 기업용 서버 사업으로 상정했다. 그리고 데이터센터를 대규모로 설계하고 운영하는 솔루션도 개발했다.

GPU 컴퓨팅 아키텍처인 '볼타'는 CPU 100대와 같은 수준의 딥러닝을 구현하면서 주목 받았다. 그리고 엔비디아는 지난 2017년 볼타를 기반으로 한 프로세서 '테슬라 V100'을 공개했다. 이 프로세서는 MS, IBM, 바이두 등의 클라우드 서버에 적용됐다. 그 결과 지난 2분기 사상 처음으로 데이터센터 매출 비중이 게임용 그래픽카드 매출을 능가했다.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NPU를 탑재한 AI반도체 칩 엑시노스9820 AP.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NPU를 탑재한 AI반도체 칩 엑시노스9820 AP. 사진=삼성전자 제공

◆ 반도체·非반도체 기업 모두 뛰어들다

GPU가 AI에 어울린다는 사실은 기존 반도체업체들 뿐 아니라 구글 같은 IT업체, 테슬라 같은 전기차업체도 이 분야에 뛰어드는 기폭제가 됐다. AI가 컴퓨터 뿐 아니라 자율주행에도 필수이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에는 이미지 분야 딥러닝이 포함되는데 GPU가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부터 AI반도체 전담조직을 운영 중이다. 2018년에는 세계적 AI 석학으로 꼽히는 승현준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를 삼성리서치 최고과학연구자로 선정, 최근에는 소장(사장)으로 임명했다.

그리고 지난해 자체 NPU(Neural Processing Unit)를 개발해 엑시노스9820 AP에 탑재했다. NPU는 신경망처리장치로 값을 도출하기만 한 CPU·GPU와 달리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값을 스스로 결정하는 시스템이다. NPU가 탑재된 엑시노스는 갤럭시노트20 등에서 각종 AI처리에 활용된다.

앞선 4월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 1위를 목표로 하는 '비전2030'를 발표한 후 AI 반도체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2030년까지 NPU 개발 인력을 2000명까지 현재의 10배 이상 육성할 계획이다.

자율주행, 데이터센터 등의 분야에서도 AI가 필수다보니 IT기업들도 뛰어들고 있다.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은 자율주행 기술 개발 회사인 웨이모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그리고 구글은 2016년 TPU(Tensor Processing Unit)를 선보였다. 이는 머신러닝 엔진인 텐서플로우에 특화된 AI 칩이다. 2018년에는 3세대 TPU를, 지난 7월에는 '엣지 TPU'를 발표했다.

CPU 명가인 인텔도 최근 '2020 아키텍처 데이 프리젠테이션'에서 새로 개발한 'Xe GPU'를 공개하며 GPU 시장 진입을 선언했다. 이 프로세서는 데이터센터에서 테라플롭스(TF, 1초에 1조회 연산)에서 페타플롭스(PF, 1초에 1000조회 연산)로 확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텔은 앞서 2017년 153억 달러에 이스라엘 자율주행 스타트업 '모빌아이'를, 지난해에는 이스라엘 AI 반도체 스타트업인 '하바나랩스'를 20억 달러에 인수했다.

엔비디아가 시장 점유율 97%를 차지하는 AI가속기 분야에서는 AMD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AMD는 2018년 세계 최초의 7나노 기반의 데이터센터용 GPU인 라데온 인스팅트 MI50과 MI60를 개발, 현재 생산하고 있다. MI60은 트랜지스터의 수는 132억개로 엔비디아 A100의 4분의 1 수준으로 연산 성능은 다소 부족하다. 하지만 아키텍처와 미세공정 개선으로 격차를 좁히고 있다.

스타트업들의 AI반도체도 기존 공룡기업들의 제품과 견줄 정도의 성능을 발휘하기도 한다. 미국의 AI스타트업 크네론은 최근 엣지 AI용 칩 '크네론 KL 720 SoC(시스템온칩)'을 발표했다.

미국 IT매체 테크크런치는 "KL 720은 인텔이나 구글과 비교할 만한 수준"이라며 "모바일넷V2 이미지 인식 벤치마크 운영에서 크네론은 KL 720이 인텔의 최신 모비디우스 칩의 2배, 구글의 코랄 엣지 TPU의 4배 만큼 더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다만 벤치마크 점수는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도 지적했다. 

'오토파일럿'이라는 자체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한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경우 지난해 AI반도체인 FSD(Full Self Driving)칩을 개발하고 자율주행 차량 신모델에 적용한다고 밝혔다. 특히 테슬라는 오토파일럿 프로그램 'HW'와 관련해 'HW2.0'과 'HW2.5'에 엔비디아의 칩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처럼 글로벌 반도체·IT업체들이 저마다의 기술로 AI반도체 시장에 진입한 만큼 누가 앞서나갈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만 개발하고 있는 업체들이 80여개 된다. 그 중 엔비디아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가장 많지만 아직 시장을 지배한다고 보긴 힘들다"면서 "AI반도체 시장을 엔비디아가 차지할지, 구글 TPU가 주목받을지, 다른 스타트업이 각광받을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 이 업체들 만큼은 굳건

이처럼 AI반도체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하고 있지만 이 와중에도 흔들리지 않는 업체들이 있다. EDA라고 불리는 반도체 설계 툴 업체들과 파운드리 업체들이다.

EDA(Electronic Design Automation)는 전자회로부터 칩까지 다양한 전자 장치의 설계 및 생산 범주를 말한다. EDA의 대표적인 산업 분야는 반도체 칩 설계 분야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직접 종이와 펜을 이용해 반도체 설계 및 생산을 했지만 1970년 이후 자동화 된 툴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손으로 설계하기는 불가능하다.

EDA 툴 설계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글로벌 1, 2위 업체인 미국의 시놉시스, 케이던스가 대표적이다. 3위는 독일의 지멘스 자회사 멘토그래픽스인데 이 회사의 원천기술도 미국의 것이다.

그런데 이 세 업체의 시장 점유율이 85%에 이른다. 다른 업체들도 미국의 기술을 기반으로 하다보니 사실상 미국이 이 분야를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서 미국이 화웨이에 제재를 가하자 반도체 업계가 화웨이의 '고사'를 예상한 것도 이 때문이다. 화웨이의 팹리스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의 케이던스와 시놉시스 의존률은 대단히 높다.

이와 함께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 업체들도 주목 받는다. 최근 삼성전자는 세이프 클라우드 서비스에 시놉시스의 설계 툴을 추가했다. 세이프 클라우드는 팹리스 고객들이 삼성전자와 파트너사들의 공정 설계 키트, 설계 자산 등을 활용해 제조 비용과 기간을 단축하도록 지원하려는 목적으로 지난해 5월 만들어졌다. TSMC도 시놉시스의 툴을 사용한다.

도현우 NH증권 연구원은 "어떠한 회사라도 AI반도체는 시놉시스, 케이던스의 툴을 기반으로 설계하게 된다"며 "또 어떤 업체가 (새로운 AI반도체 위탁생산을) 수주할지 알 수 없으나 삼성전자나 TSMC가 수혜를 입는다는 것은 명확하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EDA 툴은 설계, 검증, 생산을 쉽고 빠르게 자동으로 해주기 때문에 해당 툴 없이 반도체 발전은 불가능한 정도"라며 "이 같은 EDA 툴을 얼마나 더 잘 사용하는지가 반도체 경쟁력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